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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상법, 약일까 독일까[가을 증시가 온다③]

등록 2025-08-31 14:00:00   최종수정 2025-09-01 09: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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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센 상법' 통과…주가지수 주춤

1차 상법 개정 때와 다른 분위기…"소송 리스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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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정책 변수들이 잇따라 시장에 부담을 주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더 센 상법' 개정안과 대주주 양도세 기준 등 세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 2탄은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자신의 의결권을 곱해서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A사가 이사 3명을 뽑는데 주주가 주식 100주를 보유했다면 보통은 각 후보에게 100표씩 행사하지만, 집중투표제에서는 300표(100주x3명)를 한명의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이 경우 소수주주가 선택한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져 경영진 견제 기능이 강화된다. 대주주 의결권 지배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도 소수주주가 이사회에 진입할 통로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2020년 상법 개정에 따라 최소 1명은 이사 선임시 다른 이사와 분리해 뽑도록 하는 제도다. 분리 선출시 대주주는 의결권을 3%로 제한받아 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개정안은 분리 선출 대상을 기존 1명에서 최소 2명 이상으로 확대해 감사위원 중 2명 이상을 소수주주 중심으로 선출할 수 있게 된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기본적으로 이사회에 대한 견제 장치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필요한 제도라는 목소리가 있어왔다.

이에 의결권 자문사들도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체로 찬성 입장을 보여왔다.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들은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경우 반대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방어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가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경제 8단체는 해당 개정안과 관련해 "이번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및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며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경영판단원칙'을 명문화하고 '배임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도 1차 상법 개정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사의 충실 의무가 도입됐기 때문에 소액주주 권익 침해를 막을 최소한의 장치는 이미 마련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로만 이사회가 구성되더라도 소액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내용을 결의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차 상법 개정에 대해 "우선 소액주주 권익 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토대를 쌓은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개혁이라고 판단된다"면서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에 대해선 "소수 주주의 권익을 지나치게 앞세우다 보면 기업 경영의 혼란과 경쟁력 저하를 야기해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소액주주 연대가 추천한 이사가 독립성은 있지만 전문성은 결여된 사람일 수 있고, 이런 이사가 갑자기 이사회에 추가됨으로써 기업이 추진하던 장기 사업 계획 등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앞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법제화한 1차 상법 개정안은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으로 증권사와 금융지주 종목에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달 초 1차 개정안 통과 직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5월 1조원대에서 7월 6조원대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2차 개정안과 세제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주가 흐름은 주춤한 모습이다.

특히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와 더불어 세제 개편안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세율 수준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조원 가량의 순매도로 돌아서며 수급 흐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 세율을 35%로 하고 있는데, 시장에선 25%까지 낮춰야 배당주 투자 매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다시 봐야 한단 목소리가 제기된다. 여당 의원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정부안보다 10%p 낮은 25%로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고세율을 35%에서 25%로 내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논란이 큰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은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정부는 논의를 거쳐 연말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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