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 목소리에 거장 加 색소폰 연주자도 '끄덕'…재즈 도전은 운명이네
희수에 노래 인생 30주년 맞은 가객'韓 프리재즈 대가' 김대환 덕에 노래 호흡 찾아캐나다 빅밴드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와 협업10월1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무대"두루마기 입고 재즈하는 격""야구로 치면 8회까지 와…늙은 목소리가 더 소중"
가객 장사익(76)은 '천상예인'이라 불린 타악 연주자 김대환(1933∼2004)의 '박자 갖고 놀기' 비법에 무릎을 탁 쳤다. 그가 사물놀이 팀을 따라 다니며 태평소를 부르던 시절이었다. 김대환은 '절묘한 프리재즈 타악 연주'의 대가. 1970년대 중반부터 서울 계동의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색소폰 강태환, 트럼펫 최선배와 뭉친 '강트리오'로 한국 프리재즈의 서막을 열었다. 김태환의 일타 강의에 장사익은 자신의 호흡대로 노래를 부르게 됐다. 최선배는 현재 장사익 공연의 주요 연주자 중 하나다. 16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장사익은 '재즈 도전'은 엉뚱한 길이라고 했지만, 재즈는 사실 알게 모르게 그의 음악인생 초반부터 똬리를 틀고 있을지 모른다. 장사익의 공연에서 일부 대목은 연주자 각자 기량에 맡기고, 그는 거기에 맞춰 마치 재즈의 스캣처럼 노래한다. 장사익이 오는 10월19일 오후 4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여는 '장사익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 두루마기 재즈를 입다'가 낯설지 않은 이유다.
장사익은 만으로 일흔 여섯 살인데, 노래 인생은 올해 30주년이다. 1995년 데뷔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내기 전까지 열다섯 개 직업을 전전했다. 보험회사 직원을 시작으로 전자회사, 가구점 등을 거쳐 앨범을 내기 직전까지 매제의 카센터에서 일했다. '가장 한국적인 소리'라는 평을 받는 그는 음성이 잘 삭은 상태에서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날 장사익 말마따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는 길은 여러 가지다. "굽은 길로 갈 수 있고, 평판한 길로 갈 수도" 있다. 이번 길은 정재열이 자신을 부추겼다고 웃었다. "전 제 음악을 하고 있는데, 할 수 있는 한 한번 시도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늘 가던 길이 아닌 길을 가게 됐습니다. 두루마기를 입고 재지한 것을 하는 건, 밸런스가 안 맞는 격이지만은 한 번은 사람이 살다 보면 엉뚱한 길로 가고 싶은 충동도 생기고, 그것이 나이를 먹은 저한테는 살아가는 의미가 아닌가 해요. 하하."
총 18인조로 구성된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2018~2019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공동 녹음 작업에서 시작됐다. 당시 장사익은 대표곡 열다섯 곡을 빅밴드 편성으로 새롭게 녹음했다. 발매와 전국투어를 구상하고 있었으나,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무대 공연은 미뤄졌다. 당시 녹음에 참여한 단원들이 이번에 방한한다. '찔레꽃' '봄날은간다' '님은 먼곳에' 등 장사익을 대표하는 곡들은 물론 재즈 스탠더드 '어텀 리브즈(Autumn Leaves)'도 부른다. 정재열은 "굉장히 한국적인 백그라운드를 바탕으로 하는 선생님의 강렬한 소리가 미국의 대표 음악인 재즈 오케스트라와 접목했을 때 어떠한 새로운 것이 나올까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했다. 재즈를 잘 모른다고 털어놓은 장사익도 '어떤 성과가 날 지' 궁금해했다. "흉내는 냈지만, 제 몸 자체는 재즈가 아니죠. 그런데 옛날에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님이 '해봤어?'라고 말씀 하셨잖아요. 해보면, 나름 큰 공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것, 잘못된 것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 아닌가 해요."
이번 재즈 오케스트라엔 해금도 포함됐다. 김치, 된장 같은 한국적인 냄새는 조금은 풍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장사익이 제안했다. "이번 오케스트라 친구들이 관악 위주입니다. 현 쪽이 비어 있기 때문에 해금이 연결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간 목소리 수술을 세 번 받고 돌다리도 두드리듯 조심스레 목을 아껴오고 있는 장사익은 "여러 가지 고비가 있었지만은 꾸준히 쉬지 않고 노래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작년 노래 인생 30년을 기념해 연 공연 '장사익 소리판 - 꽃을 준다 나에게'는 시인 황청원의 동명 시에게 영감을 얻었는데, 30년간 고생해온 자신에게 꽃을 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던 무대이기도 했다. 올해는 한국 나이로 77세, 즉 희수(喜壽)를 맞았는데 해당 나이 또래에 '이렇게 즐겁게 노래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꼈다.
장사익은 숫자 삼(3)도 한국적인 것으로 꼽았다. 노래 인생 30주년의 그는 승패도 삼 세 번으로 결정하고, 3년상을 치르는 한국문화를 짚으며 "젊었을 때는 생각하지 않았던 노래 인생을 30년 해왔다는 것은 아마도 '끝까지 가라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대 수술 이후 침묵의 시간을 보내다 듣게 된 코스타리카 태생의 멕시코 가수 차벨라 바르가스(1919~2012)의 노래 이야기를 꺼냈다. 아흔 셋에 세상을 뜬 바르가스는 죽기 직전까지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 "돌아가시기 1년 전까지 노래하셨는데, 정말 소름 끼치게 노래를 잘 부르셨어요. '나도 저렇게 노래를 해야 되겠구 나' 생각했죠. 물론 젊은 사람들은 화려한 봄같이 노래하지요. 저는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낙엽도 지는 때를 맞이했는데요. 야구로 치면 8회까지 온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늙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소중하게 들릴 수 있는 노래들이 필요할 것 같아요." 즉 노래도 제대로 안 나오는 서걱거리는 목소리로 비틀비틀거리면서, 죽음을 앞에 두고 부르는 것이 진정한 노래가 아니냐는 생각이다. "모든 춤 사위를 버리고 딱 하나로 추는 춤이 진정한 춤인 것 같고, 쇠약해진 목소리로 부르는 것이 삐걱거리지만 아름다운 노래라고 생각해요. 그런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오를 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 장사익은 서울 공연 이후 같은 달 21일 오후 7시30분 대구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23일 오후 7시30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25일 오후 7시 부산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 무대에도 오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