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우진, 코미디를 통한 새로운 전환
라희찬 감독 신작 '보스' 순태 역 맡아차기 보스 자리 두고 펼치는 살벌한 양보 전쟁조폭 코미디 영화 문법 비틀어 역발상 재미"'하얼빈' 끝나고 피폐해져…스스로 환기 필요해""연극 무대서 배운 초심 다시 생각…고마운 작품"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배우 조우진(46)을 가리켜 누군가는 '얼굴을 갈아 끼운다'고 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수긍이 간다. 정치 깡패 안상구의 팔을 썰라고 지시하는 조상무('내부자들')부터 마약왕 전요환의 심복 변기태로 위장 잠입한 국정원 요원 김희원('수리남')까지. 매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등장해 치밀하고 섬세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셰프를 꿈꾸는 조직의 2인자로 변신했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영화 '보스'에서다. '보스'는 기존 조폭 코미디의 클리셰를 살짝 비튼 작품이다. 차기 보스 자리를 두고 치열한 권력 다툼이 아닌 살벌한 양보 전쟁을 벌이는 조직원들의 이야기다. 조우진은 조직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2인자이자 중식 요리사 순태를 연기했다. 조직은 순태에게 차기 보스를 맡기려 하지만, 중식 셰프가 꿈인 순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온갖 수법을 동원한다. 본캐와 부캐의 딜레마라는 독특한 설정 속에서 조우진은 코믹과 액션으로 빚은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며 유쾌하게 작품을 이끈다. 2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조우진은 '보스' 시나리오를 받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스스로 환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얼빈'이라는 작품을 할 때 말 그대로 피폐해져 있어요. 곡기도 끊고 온갖 결핍으로 둘러싸인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마음이 망가지더라고요. 그러다 '보스'를 읽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 내가 지금까지 쏟은 에너지를 리프레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도 도전해 보지 못한 장르이기도 해서 새로운 모습을 쫓다 보면 나름 환기도 되고 치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라희찬 감독의 설득과 '하얼빈'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신작이라는 점도 출연에 힘을 실었다. "같은 제작사가 만든 작품이라서 부담이 덜 되더라고요.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는 감독님의 한 마디도 굉장히 컸습니다." 촬영장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새로운 에너지가 됐다. "이분들을 매 회차 만날 때마다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각오가 들었던 게 '잘해야지, 열심히 해야지'보다 이분들과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고, 재미있게 애드리브를 핳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보스'는 그에게 초심을 다시 안겼다. 과거 연극무대에서 배웠던 태도와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코미디는 무조건 웃기려고 하면 승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웃기려고 드니 오히려 재미도 없어요. 옛날에 라이쿤의 작품이 대학로에서 유행할 때가 있었는데 그 작품들이 연극 용어로 '파스 효과'에 기반해요. 진짜 얼토당토않은 위기에 빠진 주인공들이 울고불고 괴로워하는데 보는 관객은 박수치고 박장대소하는 개념이에요. 제가 까먹었던 걸 순태를 통해 환기하게 됐어요. 캐릭터의 진정성을 그리 쫓아왔던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뭐든 진지하게 해야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울고 웃는 것이구나." 처음으로 코미디를 선보이는 작품인 만큼 조우진은 체중이 8㎏나 빠질 만큼 영화 홍보에도 열중했다. 공교롭게도 또 다른 출연작인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면서 홍보 일정은 배가 됐다. "마케팅팀과 처음 회의할 때 '저는 지금부터 '노'(NO)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 뭐든 할 각오가 돼 있으니까 열심히 임해보겠습니다'라고 했어요. OTT 작품과 상업 영화를 동시에 홍보하고, 작품에 대해 많은 분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저에게 너무 벅차오를 만한 상황이라 귀히 여기고 있어요. 한 달째 눈가가 촉촉합니다."
하지만 체중이 이렇게 많이 빠질 줄은 몰랐다. 조우진은 '하얼빈'으로 체중이 빠진 상태에서 '보스'를 찍었고, 체중이 가장 많이 나갔던 때 촬영한 '강남 비 사이드' 이후 선택한 작품이 '사마귀'였기에 작품마다 자신의 체급이 다르다고 했다. "'사마귀' 때는 82㎏, '보스'를 찍을 때는 59㎏ 정도 나갔던 것 같아요. '하얼빈' 끝날 때 쯤부터 '보스'를 위해 면치기 연습을 했으니까 그때 영상을 보면 비린내가 나요. 하도 말라서 그렇게 꼴보기가 싫더라고요. 두 작품이 같은 기간에 나올 줄은 몰랐는데 (체중의 변화를)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조우진은 다작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외계+인 2부'와 '하얼빈', '강남 비-사이드'에 연달아 출연했고, 올해는 '승부', '보스', '사마귀'까지 내리 출연한다.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과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도 캐스팅돼 내년 공개를 앞두고 있다. 16년의 무명 시절을 거쳐 쉴 틈 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왔지만, 동시에 다작으로 스스로를 소모해 왔음도 느꼈다. "누가 채찍질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경주마처럼 달린 듯 해요. 그러다 보니 저의 바닥과 한계점을 마주했어요. 선배님들이 연기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고통을 현장에서 풀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왜 많이 하신 건지 알겠더라고요." 조우진은 '보스'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환기시켜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그만큼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는 듯 했다. "잔인한 장면 없는 액션 장면과 칼을 휘두르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웃을 수 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조폭물이지만 첫 장면부터 편하게 봐도 된다는 느낌을 자아내기 위해 열심히 했습니다. 영화 시장이 워낙 안 좋지만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홍보할 겁니다.(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