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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길 낸다…이성현 민물장어양식수협 조합장[인터뷰]

등록 2025-09-30 08:00:00   최종수정 2025-10-02 08: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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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서 40년 양식 외길…재선 제10대 조합장

단일 품목 위판고 3000억 원, 3년 연속 달성 성과

복지 기금 2억원 조성…장학·의료·장례 지원 6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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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이성현 민물장어양식수협 조합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민물장어양식수협은 전국 민물장어 양식업자들이 모여 결성한 업종별 수협이다.

이곳을 이끌고 있는 이성현 조합장은 2019년 제9대 조합장으로 취임한 뒤, 2023년 재선에 성공해 현재 제10대 조합장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전남 장흥군에서 40년 가까이 양식업에 몸담아온 그는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술자형 리더'로 통한다.

이 조합장은 인터뷰 내내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어조로 '가격 안정'과 '신뢰 회복'을 거듭 강조했다.

◆가격 안정 없이는 산업도 없다

"생산 원가를 고려해 안정적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쿼터제 등 적정량을 입식해 과잉 생산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속적인 홍보로 소비 저변층을 확대함으로써 가격 안정을 통해 어가의 소득을 증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격이 급등하면 소비자가 등을 돌리고, 수입산 대체가 늘어난다. 이후 수요가 꺾이면 상인들이 국산을 헐값에 매입하려 든다. 결국 피해는 생산자에게 돌아온다.

그는 "(가격이)올라갈 때도 과도하게 올라가지 말고,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합리적으로 가야 합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격 안정은 단순히 한 해의 시세 문제가 아니라 장어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직후 일부 지역에서 ㎏당 시세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급락하자, 소규모 양식장이 폐업 위기를 맞은 사례가 있었다.

"가격은 흔들려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성과 신뢰가 없으면 곧 무너집니다"고 덧붙였다.

◆열 처리와 철저한 관리가 안전성의 원칙

그 안전성과 신뢰는 장어 사육 관리에서 출발한다.

"바이러스가 오면 온도를 높여줍니다."

이 조합장은 장어 질병 예방은 '항생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열 처리'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그의 지도 아래 수조 환경을 세밀하게 관리하며, 무작위 검사와 교육, 상벌을 이어왔다.

'우리 물건부터 안전하게 만들자'는 철학이 바탕이 된 관리다. "7년 전부터는 안전성 문제 제기가 사실상 끊겼습니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조합은 수산물품질관리원, 해양수산과학원 등과 매년 300건 이상의 무작위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금지 약물 검출로 언론에 보도될 경우 조합원 제명, 영어 자금 회수 등 강력한 조치를 예고함으로써 안전하고 영양가 높은 민물장어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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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이성현 민물장어양식수협 조합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17. [email protected]

◆원산지 둔갑, 생산지·소비자 배신 행위

유통 현장의 고질적 문제인 원산지 둔갑에 대해서도 단호하다.

이 조합장은 "무한 리필 장어는 거의 100% 외국산이라고 봅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외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행위는 성실한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배신하는 일이다"며 "단속 강화와 실효성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만 해도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외국산 장어를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한 업소가 30여 건 적발됐다. 조합은 이력제 점검과 인증 확대를 통해 유통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장어의 맛이 사육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순환 여과(RAS) 시스템으로 미생물층을 조성해 유기물을 분해하고, 수조의 물을 숙성해 장어가 소화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장어는 원래 '3급수'에서도 서식할 만큼 환경 적응력이 강한 종이지만, 양식장은 '1급수'인 지하 암반수를 사용한다.

이 조합장은 "이렇게 길러진 장어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도 뛰어납니다. 장어는 최고의 고단백 식품입니다. 심지어 구이를 하고 남는 기름 역시 오메가3가 풍부한 영양의 보고입니다"고 덧붙였다.

장어는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을 비롯해 비타민 A·E, 칼슘, 인, 철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원기 회복과 피로 해소,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 건강과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꼽혀왔다.

그렇다면 '자연산' 장어는 어떨까.

그는 "자연산은 계절과 서식지 환경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고, 수은 같은 중금속 노출 위험이 따릅니다. 반면 양식 장어는 깨끗한 지하수와 철저한 관리 속에서 길러져 맛과 안전성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습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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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이성현 민물장어양식수협 조합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17. [email protected]

◆조합원의 소득이 곧 산업의 지속 가능성

이 조합장은 1986년 양식을 시작했다. 하루 24시간 관리가 필요한 고된 업(業)에서 40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조합원이기 때문입니다." 조합의 일원으로서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마음이 자신을 지탱해 왔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쌓아온 경험은 조합장으로 선출된 뒤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이는 구체적인 숫자와 사례로 드러난다.

2022년 전국 최초로 단일 품목 위판고 3000억원을 달성했고, 이를 3년 연속 이어왔다.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위판하며, 조합원 소득과 유통 활성화에 기여했다.

그는 "조합원 소득이 올라가야 산업 전체가 유지됩니다"고 힘줘 말했다.

조합원 인당 평균 소득은 2018년 1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1억8000만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사회적 책임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는 대구 지역 의료진에게 1억원 상당의 장어 도시락을 전달했다.

대구와 광주, '달빛 동맹'의 의미를 되살린 이 기부는 장어의 면역력 강화 이미지와 맞물려 소비 촉진에도 큰 효과를 냈다.

이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매월 100㎏, 총 2억원 상당의 장어를 지원했다.

이는 무엇보다 도핑 테스트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식재료 공급을 기본으로, 선수들의 체력 보강을 위한 영양 관리 차원에서 추진됐다. 실제 지원 물량은 총 3600㎏에 달한다.

그 결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종합 3위(2023), 파리올림픽 종합 8위(2024) 성과와 맞물리며, '국산 장어는 믿을 수 있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 조합장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믿고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산 장어의 신뢰는 한층 커집니다"고 말했다.

재무 성과도 이어졌다.

민물장어양식수협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수협중앙회 경영 종합 평가에서 수상했다. 수협 보험 연도 대상도 3년 연속 차지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억원, 예금은 5843억원, 대출은 6294억원으로 성장했다. 상호 금융 경영 평가에서는 우수상(B그룹)을 받았다. 중앙회 자본금 확충에도 기여해 5억원을 출자했다.

그는 "재무 성과는 숫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조합원에게 어떻게 환원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고 짚었다.

그런 이유로 조합원 복지에 공을 들였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자체 복지 기금 2억원을 조성해 의료 지원, 생일 지원, 장례 서비스 등 실질적인 복지 사업을 이어갔다. 장례 지원을 통해 조합원과 슬픔을 함께하며, 일체감을 형성했다. 건강 검진은 건강하게 영어 활동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효율적인 성과뿐 아니라 어려운 이웃도 같이 돌아보며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조합이 되겠습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소비층 확대와 미래 전략

앞으로의 전략도 분명하다. 초심자, 특히 20·30대 여성층이 장어를 '처음 경험하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인증 맛집 확대, 표준 레시피 보급, 온라인 직거래 강화 등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가격은 합리적이면서 예측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K-푸드 열풍과 맞물려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업계의 구조적 리스크로 유통 불투명성, 원산지 둔갑, 자원·환경 압박, 수입산 가격 충격 등을 지적했다.

해결책으로 원산지 위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과 상시 점검, 출하 시기 조절과 비축·홍보를 통한 가격 안정화, RAS 고도화와 에너지 효율 투자, 공공 급식·군납 등 안정적 판로 확보, 청년·스마트 양식 인력 유입을 위한 금융·보증 패키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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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2일 일본 도쿄 국제 포럼에서 열린 '2025 한·중·일·대만 동아시아 양만 동맹(ASEA) 회의'에 참석한 이성현 조합장 (사진 맨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민물장어양식수협) *재판매 및 DB 금지

인터뷰 말미, 이 조합장은 업종 수협을 넘어 수산업 전체의 미래를 언급했다. 차세대 인력 양성, 업종 간 협력, 공공 급식 표준화 같은 과제는 전국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조합원들이 더 안전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 수 있게 길을 내는 게 제 일입니다. 하하하"는 대답은 업계 안팎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를 증명한다.

그 확장의 무게는 단순히 한 조합을 넘어선다. 업종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전국 수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에서 그의 리더십은 더욱더 빛을 발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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