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새벽배송 금지'에 시민·소상공인 '불편·영업차질' 우려

등록 2025-11-10 16:54:32   최종수정 2025-11-10 18:26:23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민주노총, '오전 0시~5시 배송제한' 제안하며 논쟁 확산

"영업 차질 불가피"…소상공인들, 새벽배송 제한 반발

전문가들 "한국 사회 과도한 속도 문화 되돌아볼 필요도"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택배 없는 날' 연휴가 끝난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남권물류센터에서 한 택배기사가 휴무일 쌓인 택배상자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2023.08.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임다영 인턴기자 = 노동계가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해결을 위해 초심야시간대(새벽) 배송을 금지하자는 제안을 내놓자 소상공인·소비자는 영업 차질 우려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뉴시스가 만난 소상공인들은 새벽배송이 일상적인 유통 구조로 자리 잡은 만큼, 현장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보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상인들은 "새벽배송이 중단되면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현실적인 부담을 호소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가 '쿠팡이츠 쇼핑'에 입점하며 쿠팡이츠 퀵커머스(배달) 서비스를 본격 오픈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GS리테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8년째 대학로에서 편의점을 꾸려온 점주 유모(57)씨도 "물류가 오전 1시30분께 들어오는데, 그때 정리해야 영업이 돌아간다"며 "새벽배송이 없어지면 점포가 물류로 꽉 차 난리가 나고, 야간 운영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대학로에서 마트가맹점을 5년째 운영하는 김모(55)씨도 "육류·야채·과일 등 신선식품은 물류차에 오래 실어두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새벽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생활 여건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벽배송이 일상에 필요한 서비스라는 의견과 없어도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시각이 맞섰다.

육아 중이라 마트에 갈 여건이 안 돼 쿠팡 '로켓프레시'를 매일 이용한다는 최모(33)씨는 "매일 같이 이용 중인 입장에선 아쉬운 논의"라며 "생활에 지장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새벽배송을 5년째 꾸준히 이용 중인 직장인 민모(29)씨는 "주로 금요일마다 주말 식재료나 도시락용 간편식품, 과일 등을 주문한다"며 "(새벽배송이 제한될 경우) 아침재료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불편하고, 쿠팡 이용 빈도도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직장인 임모(31)씨는 "당장 다음날 급하게 물건이 필요할 때 이용하지만, 새벽 배송 없을 때도 잘 살았다"며 "필요를 만들어 이윤을 내려는 공급자 측의 이익이 과잉 반영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택배 없는 날인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자체 배송망을 사용하는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GS25와 CU 편의점 택배 등은 이날에도 정상 운영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2023.08.14. [email protected]


노동 전문가들은 심야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 근로 형태라며, 이번 논쟁을 계기로 빠른 배송을 당연시 해온 사회 전반의 속도 문화를 성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야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만큼, 교대제·근무선택제 등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며 '속도보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노동계로선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과로와 사망 사고가 이어지면서, 심야 근로를 철폐해야 한다는 국제적 기준과 흐름을 반영하려는 것"이라며 "한국은 그동안 경제성장이 우선시 되며 (노동자의) 많은 희생을 요구해 왔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새벽배송 금지가 일자리 축소나 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단기간의 소득을 위해 건강을 소모하는 노동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노동자들이 몸을 망치면서까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심야 배송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방식은 결국 앞으로 10년, 20년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킬 만큼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교대제 전환, 근무선택제 도입 등 현실적인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도 "야간 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2급 발암요인일 정도로 건강에 굉장히 큰 무리"며 "한국은 야간 근로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는 반면, 유럽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심야 근로 제한 제안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했다.

특히 박 노무사는 "민주노총의 제안은 오전 0시부터 5시까지의 '초심야 노동 제한'에 초점을 맞춘 만큼, 아예 새벽 배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빠른 배송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 한국의 과도한 속도 문화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오전 0시부터 5시까지는 배송을 제한하고, 오전 5시와 오후 3시에 각각 출근하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야간 노동으로 인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등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초심야 배송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