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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만의 일이 아니다"…'오픈채팅방·AI 커닝' 만연

등록 2025-11-12 11:06:55   최종수정 2025-11-16 21: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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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험 환경 악용한 '커닝' 행위 반복

학생들 사이 "공공연한 일…제대로 된 조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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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서울권 4년제 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4)씨는 지난해 비대면 전공 강의를 수강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목격했다.

김씨는 "친구들 단톡방에서 화면 뒤에 다른 전자기기를 숨기거나, 카메라 사각지대를 이용해 다른 프로그램을 띄우는 방법이 공유됐다"며 "마치 (커닝)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1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 사례처럼 비대면 시험 환경을 악용한 커닝 행위는 대학가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대학 내 비대면 강의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이후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부법이 보편적인 방식으로 학생들 사이 빠르게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다수의 대학들은 강의 뿐만 아니라 시험을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당시 학부생이었던 이들은 이 시기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커닝' 방식이 공유되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2020년 대학 3학년이었다는 윤모(26)씨는 "챗GPT가 없었을 때에도 비대면 시험에서 커닝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걸로 안다"며 "화면 안에서만 들키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당시 대학 2학년이었던 이모(27)씨도 "사실상 오픈북 시험이었다"며 "코로나 때 성적은 큰 의미를 두지 말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발각되면서 비대면 시험에서의 감독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20년 온라인으로 치러진 한국외대의 교양과목 기말고사에서 700여명 규모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발각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고려대 교양과목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 중간고사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오픈채팅방을 통해 문제를 공유하고 답안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었다. 해당 오픈채팅방에는 500여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커닝 방식은 지난 2022년 11월 출시된 챗GPT 등 생성형 AI를 학습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한 단계 더 교묘해졌다. 최근 연세대에서 벌어진 'AI 커닝' 논란은 이같은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자연어(NLP) 처리와 챗지피티' 과목 담당 교수가 지난달 29일 비대면 중간고사와 관련해 부정행위를 하는 모습이 다수 확인됐다고 공지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과목은 600명 정원의 대형 강의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응사자는 시험 시간 동안 컴퓨터 화면과 손·얼굴이 나오는 영상을 촬영해 제출해야 했으나 영상 확인 과정에서 다수의 부정행위가 확인됐다고 한다.

이 사태 이후 타 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단 연세대만의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한 학생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우리 학교도 지난 학기 단체 부정행위가 있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냐"며 "학교마다 이렇게 달라도 되는 거냐"고 꼬집었다.

다른 학생도 "코로나 때부터 커닝은 다들 암암리에 하는 것"이라며 "매번 문제가 돼도 제대로 조치해주지 않으니 반복되는 거 아니냐"고 적었다.

실제로 대학 2학년이던 2023년 시험에서 챗GPT를 사용한 학생을 목격했다는 A씨는 "당시에도 영상을 녹화했지만 제대로 확인은 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의평가에 버젓이 'AI가 대신 써줬다'는 말도 적혔지만 제대로 된 문제 제기나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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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세대 전경.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비대면 수업이 대학가에 자리 잡기 시작한 2020년부터 현재까지 각종 부정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대학의 평가 방식이 변화하는 학습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대학에서 제작한 생성형 AI 가이드라인 역시 무용지물이다.

생성형 AI를 활용 여부와 관련해 '교수자가 제시한 지침을 숙지할 것' 등의 내용을 담았지만 사실상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어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연세대 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여러 학교에서) 문제가 됐지만 사실 방안이 없지 않냐"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각 학교는 AI 윤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연세대는 학내 AI 혁신연구원 주재로 이른 시일 내 AI 윤리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서울대는 오는 21일 학부생 대상 '챗GPT로 숙제해도 될까요' 워크숍을 개최한다. 서울대는 이번 사태를 고려한 듯 행사 공지문에 '학생들의 AI 활용 과제 수행에서 나타나는 학업 진실성 문제' 등을 쟁점으로 들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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