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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영향 짐싸는 한국기업…"소비 패턴 변한다"

등록 2015-04-26 09:13:00   최종수정 2016-12-28 14: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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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싸는 한국기업, 日 철수…날개단 일본제품, 韓 상륙



【서울=뉴시스】신효령·유자비 기자 = #서울 동작구에 사는 회사원 유모(26·여)씨는 조만간 일본 도쿄에 사는 친구에게 일본 A 브랜드 운동화를 대신 구매해달라고 부탁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정가 3만5000원에 판매하는 해당 제품을 일본에서는 30% 정도 싼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미국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가방, 지갑 등을 사면서 직구에 눈을 뜬 유씨. 엔저 현상이 가속화된 올해부터는 일본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유씨는 "예전에는 일본 자체 브랜드가 저렴하다고 느껴지진 않았지만 엔저 현상으로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가면서 괜찮은 신발이나 옷 제품이 있는지 찾아보게 됐다"며 "배송료나 세금 등을 계산해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어 구매대행을 즐긴다"고 말했다.  

 엔저(엔화 가치 약세)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바꿨다.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은 줄었지만, 일본으로 떠나는 국내 여행객은 증가했으며 일본산 제품 판매도 늘었다.

 26일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달(3월23일~4월22일)간 일본여행상품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역별로 전년 대비 최대 18배 급증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는데다, 저가항공사의 일본 지역 노선 취항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수요 증가에 한 몫 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나고야·오키나와 지역의 에어텔(항공권과 호텔)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1700% 급증했다. 나고야·오키나와 지역 호텔 상품의 판매도 각각 67%씩 늘었다.

 일본 여행 중 패키지 상품도 인기다. 후쿠오카·벳부 등 큐슈 패키지 여행 상품은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돗토리·요나고·마츠에 패키지 상품도 100% 늘었다. 대마도 패키지 상품도 2배 이상(175%) 증가했다.

 일본산 제품 판매도 늘었다. 옥션의 경우 최근 한달(3월24일~4월23일)간 카테고리별로 일본산 제품의 판매 신장률을 살펴본 결과, 일본 브랜드 장난감은 전년 동기대비 346% 급증했다. 일본 기저귀와 일본산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43%, 3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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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번가는 같은 기간 일본여행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03% 증가했다. 또 소니 헤드폰 33%, 화장품(SK-Ⅱ·슈에무라) 29%, 캐릭터용품(헬로키티·라락쿠마) 18% 등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산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을 발판 삼아 국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내 아사히, 삿포로, 기린, 산토리 등 일본 맥주의 인기도 상한가다.

 국내로 수입되는 일본 맥주의 경우 1년새 30% 가량 급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3년 2만 5047t이었던 일본산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27.4% 증가한 3만 1914t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3만t을 넘어섰다. 맥주의 전체 수입량 증가율 25.5%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입 금액도 일본산은 이기간 2793만7000달러에서 3321만2000달러로 18.9% 증가했다. 다만,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맥주의 전체 수입금액 증가율 24.6%(8966만7000달러→1억1168만9000달러)보다는 낮았다.

 일본 맥주는 엔저 현상으로 자금여력이 생긴 일본 업체들이 가격 할인 등 영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결과로 풀이된다. 엔화로 인해 일본 맥주를 수입·유통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든 만큼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입맥주 1위인 일본 아사히맥주가 이례적으로 가격을 내린바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일본 백화점 '미츠코시 이세탄'의 신발 PB(자체상표) 브랜드인 '넘버 21'을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론칭했다. 넘버 21은 일본의 실력파 슈즈 디자이너들과 일본 최대 백화점인 미쓰코시이세탄이 함께 만든 자체 슈즈 브랜드다.

 새롭게 선보인 넘버 21은 '러브', '매직', '블리스'의 3가지 상품군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세계는 앞으로 미츠코시 이세탄 백화점의 PB 제품을 계속 소개하고, 일본 백화점과의 교류를 통해 차별화된 일본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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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제품들이 원가가 높은데다, 환율이 높아 국내 수입시 판매가에 대한 부담이 커서 그간 국내 슈즈 시장에서 일본 제품은 대중적이지 않은 편이었다"며 "하지만 계속되는 엔저 영향에 기존 국내 구두 브랜드의 중심가인 25만원에서 30만원 중반대보다 더 낮은 19만9000원부터 20만원 초반대로 책정해 가격거품을 뺐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일본 디저트의 열풍도 거세다.

 특히 일본 크림빵 브랜드 '핫텐도(八天堂)'는 지난 1월 롯데백화점 본점·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백화점 3사 식품관에 매장을 오픈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핫텐도는 1933년 오픈 이래 3대째 크림빵만 만들어 온 브랜드다.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본점을 포함해 일본에서 총 14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한류를 업고 일본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이 엔화 약세 현상에 시름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류 상품인 화장품의 대일 수출은 2013년부터 줄어들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일본 비중은 2013년 12.3%에서 지난해 7.7%로 축소됐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6년 자사 최고급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 매장을 일본 주요 백화점에 냈다가 지난해 모두 철수시켰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일본 백화점의 쇠퇴로 인해 유통 전략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밝혔지만 화장품업계에서는 엔화 약세 현상으로 고가(高價) 화장품을 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05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일본법인 매출도 지난해 급감했다. 지난해 1∼3분기(1∼9월) 매출이 123억43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줄어들었다.

 snow@newsis.com  jab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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