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지**모비스·KCC 우승후보 전망 무색…판도 흔든 부상 악령
허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대선’만큼이나 큰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모비스가 2승5패로 8위, KCC가 2승6패로 9위에 머물렀다. 부상 악령이 두 팀의 발목을 잡았다. 프로농구 초반 판도를 뒤흔든 두 팀의 추락이다. ▲양동근·에밋·하승진 등 줄부상 농구는 종목 특성상 주축 선수 1~2명이 전력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준다. 외국인선수의 팀 내 비중이 높은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모비스와 KCC는 차포(車包)를 떼고 시즌을 치르고 있다. 모비스는 전력의 절반이라는 평가를 받는 베테랑 포인트가드 양동근(35)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달 22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개막전에서 왼쪽 손목 골절상을 입었다. 양동근은 “만약 왼쪽이 아닌 오른쪽 손목을 다쳤다면 은퇴를 걱정했을 지도 모른다”고 했을 만큼 정도가 심하다. 수술을 받은 양동근은 현재 깁스를 하고 팀 일정을 따르고 있다. 회복까지 최소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귀 후, 실전 감각을 찾는 과정까지 더하면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10년짜리 센터’라는 평가와 함께 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신인 이종현도 오른쪽 발 피로골절로 2개월가량 휴식이 필요하다. 12월이나 내년 1월쯤에야 코트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대학 시절부터 국가대표와 소속팀을 오가며 혹독한 일정을 소화한 탓에 몸이 성치 않다. KCC는 지난 시즌 팀을 혼자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안드레 에밋(34)이 사타구니 부상으로 쉬고 있다. 부상을 참고 코트에 선 경기도 있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탓에 외곽에서 겉도는 등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2~3주가량 더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KCC는 결국 임시 외국인선수 에릭 와이즈(26)를 데려왔다. 에밋은 외곽과 돌파를 겸비한 만능 득점기계로 KCC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평균 25.7점으로 전체 2위다. 다른 팀에서 “KCC는 에밋의 원맨팀”이라고 할 만큼 막강한 공격력을 가졌다. 설상가상으로 하승진(31)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유력하다. 일부에선 시즌 아웃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드 전태풍(36)은 왼 팔꿈치 부상을 입었다. 주전 3명이 한꺼번에 빠졌기에 전력누수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두껍지 못한 선수층 ‘한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하지만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두 팀의 한계가 위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가드는 팀의 야전사령관이다. 코트에서 공수를 진두지휘해야 할 양동근의 이탈이 외국인선수의 호흡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부상으로 일시 교체된 외국인선수 네이트 밀러(29)의 경우, 양동근과 함께 했던 시즌 전만 해도 기대할 선수로 꼽혔지만 양동근이 빠지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적응에 애를 먹었고, 크고 작은 실수로 외국인선수의 몫을 하지 못했다. 샐러리캡(총연봉상한제·23억원) 제도 하에선 몸값이 비싼 선수를 보유하면 벤치멤버들의 몸값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한 구단의 선수 몸값을 모두 더해 23억원이 넘을 수 없다. 양동근(7억5000만원), 함지훈(32·5억7000만원)이 차지하는 샐러리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비스의 벤치는 탄탄하기 어렵다. 양동근은 리그에서 몸값이 가장 비싸다.
KCC는 에밋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기에 그의 이탈로 인한 부진이 전망 가능했다. 또 다른 외국인선수 리오 라이온스(29)가 있지만 205㎝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골밑 플레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심하다. 하승진마저 빠진 KCC로선 높이의 약점을 극복하기 어렵다. 에밋을 대신해 합류한 와이즈는 궂은일을 잘 하는 타입일 뿐 팀에 큰 임팩트를 주는 선수는 아니다. ▲“단기전은 몰라” 반등 여지 암울한 건 두 팀의 부상 선수들의 정도가 가볍지 않아 결장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1라운드도 끝나지 않은 시즌 초반이지만 너무 많이 패할 경우, 향후 반등의 기회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기는 이르다는 전망이다. 모비스는 양동근, 이종현만 복귀하면 전력 면에서 곧장 최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 국가대표 가드와 센터의 합류 자체로 상대에게 큰 위협이다. 거기에 내년 1월 이대성(26)이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올해 프로아마최강전에서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인 이대성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이들이 복귀하기 전까지 4할 성적만 유지해도 모비스는 막판 승부수를 걸만하다. 일단 6강 이내에 들어 플레이오프에 간다면 어떤 팀도 만만하게 여길 수 없다. 단기전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유 감독이 버티고 있다. 큰 경기 경험은 10개 구단 중 최고다. KCC 역시 에밋이 돌아오면 정규리그 1위에 올랐던 지난 시즌처럼 반등을 노려볼 만하다. 모비스와 KCC 입장에선 중위권에 있는 팀들이 서로 물리고 물려 높은 승률을 가져가지 못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래야 막판 ‘1승 싸움’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 물론 힘겨운 중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승률은 챙겨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모비스와 KCC가 저기 밑에 내려가 있지만 지금은 전력의 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 올라올지 알 수 없고, 올라온다면 정말 버거운 상대들이다”며 “다른 팀들 입장에선 1승이라도 더 거둬두는 게 유리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즌을 시작하고 있는 명가 모비스와 KCC. 반전은 가능할까.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