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베트남 여성 기막힌 실화…방현석 "베트남 유족에 위로 됐으면"
소설가 방현석(56·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계간 아시아 주간)이 새 중편소설 '세월'을 펴냈다. 세월호 참사의 그늘을 톺아본다. 참사의 희생자였으나 그간 무관심으로 잊혀진 베트남 귀화 여성 가족의 기막힌 실화가 바탕이다. 한국 남성과 그와 결혼해 한국으로 온 베트남 여성 판녹탄(귀화명 한윤지), 그리고 두 자녀는 제주도로 이사 가기 위해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어린 딸만 살아남았다. 소설에서 한 씨는 '린'이란 인물로 그려진다. 딸을 한국에 떠나보낸 뒤 결국 잃게 된 아버지 '쩌우'의 시선 위주로 진행된다. 200자 원고지 220매로 짧지만 울림의 무게는 묵직하다. 방 작가는 12일 오후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 출간 간담회에서 "베트남 이주 여성은 세월호 속에서 유일한 외국인 희생자이고 그녀를 포함해 세 명의 가족이 희생됐다"며 "그녀의 시신을 찾기 위해 한국에서 오래 고생한 베트남 유족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1994년 무렵 베트남을 방문한 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결성, 회장을 지낸 방 작가는 평소 베트남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애초 '세월'을 포함한 세 편의 소설을 한권에 담은 '베트남 3부작'을 선보이려 했던 이유다. "유족들이 한국에 와 있는 동안 동료, 후배들하고 도움을 주려고 했어요. 머무시는 동안 약간의 편의를 보태고자 했죠. 그 분들을 만나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가 소설 대부분의 구성이 됐습니다. 친정아버님과 여동생분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언어 소통과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우니까요." 방 작가는 베트남까지 방문했다. "고향이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더라고요. 걸음마보다 수영을 먼저 배운 친구에요. 남편도 해경에서 의무경찰을 했고 수영을 굉장히 잘하는 부부인데…. 못 빠져 나와 속상했죠."
1년 반 전 에 이미 완성한 소설로, 내용을 고치지는 않았다. 방 작가는 "이야기 자체가 시사적인 관점은 아니다"라며 "세월호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생각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부분 실화가 바탕이지만 소설이기 때문에 소설로 읽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를 다룬 문학들은 소위 '세월호 문학'으로 통한다. 방 작가는 그간 나온 세월호 문학 작품들보다 "조금 더 거리를 확보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나의 사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발생한 문제지만 우리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특징, 현상들이 보였죠. 그래서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세월들을 베트남 전쟁 시기로 연결을 해서 보려고 했습니다. 시간적 공간을 넓히고 공간도 베트남과 한국이라는 두 개를 동원함으로써 문제를 밖으로 뻗어나가게 했죠. 아시아 삶의 전통 가치를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시대적 이슈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이 무엇일까에 대해 나름대로 다루고 싶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실이란 건 시간이 걸릴 뿐이지 그것이 무엇이든 알게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한 방 작가는 "한국까지 와서 정말 좋은 가정을 이룬 여성에 대한 추모"라고 했다. "한국에서 딸의 시신이 수습되기를 1년 넘게 기다리면서 외롭게 살아야 했던 베트남 가족에 대한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특히 살아남은 딸에게요. 부모는 건물 청소를 하고 오빠가 동생을 잘 보살폈는데 살아남은 딸은 병원으로 실려 가면서 오빠부터 찾았다고 하네요. 살아남은 여동생이 오빠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랑스럽게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세월'은 정가가 다른 책보다 비교적 저렴한 4500원이다. 더 많은 독자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의 산물이다. 방 작가는 책의 인세를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출판사 아시아도 저자와 뜻을 같이해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