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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베트남 여성 기막힌 실화…방현석 "베트남 유족에 위로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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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4-12 16:25:02  |  수정 2017-04-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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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방현석, 소설가. 2017.04.12 (사진 = 출판사 아시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슬픔까지도 차별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설가 방현석(56·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계간 아시아 주간)이 새 중편소설 '세월'을 펴냈다. 세월호 참사의 그늘을 톺아본다. 참사의 희생자였으나 그간 무관심으로 잊혀진 베트남 귀화 여성 가족의 기막힌 실화가 바탕이다. 

 한국 남성과 그와 결혼해 한국으로 온 베트남 여성 판녹탄(귀화명 한윤지), 그리고 두 자녀는 제주도로 이사 가기 위해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어린 딸만 살아남았다.

 소설에서 한 씨는 '린'이란 인물로 그려진다. 딸을 한국에 떠나보낸 뒤 결국 잃게 된 아버지 '쩌우'의 시선 위주로 진행된다. 200자 원고지 220매로 짧지만 울림의 무게는 묵직하다. 

 방 작가는 12일 오후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 출간 간담회에서 "베트남 이주 여성은 세월호 속에서 유일한 외국인 희생자이고 그녀를 포함해 세 명의 가족이 희생됐다"며 "그녀의 시신을 찾기 위해 한국에서 오래 고생한 베트남 유족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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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방현석, 소설가. 2017.04.12 (사진 = 출판사 아시아 제공) photo@newsis.com
베트남 남쪽 땅끝마을 까마우에서 어부일을 하던 이주 여성의 아버지와 그녀의 동생은 세월호 참사 다음날 주변 사람들에게 급히 경비를 빌려 입국했다. 그리고 1년 동안 시신 수습을 기다렸다. 딸의 시신은 수습됐지만 사위와 손주의 시신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생존자 가족이자 시신 미수습자 가족이자 사망자 가족인 셈이다.

 1994년 무렵 베트남을 방문한 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결성, 회장을 지낸 방 작가는 평소 베트남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애초 '세월'을 포함한 세 편의 소설을 한권에 담은 '베트남 3부작'을 선보이려 했던 이유다.

 "유족들이 한국에 와 있는 동안 동료, 후배들하고 도움을 주려고 했어요. 머무시는 동안 약간의 편의를 보태고자 했죠. 그 분들을 만나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가 소설 대부분의 구성이 됐습니다. 친정아버님과 여동생분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언어 소통과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우니까요."

 방 작가는 베트남까지 방문했다. "고향이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더라고요. 걸음마보다 수영을 먼저 배운 친구에요. 남편도 해경에서 의무경찰을 했고 수영을 굉장히 잘하는 부부인데…. 못 빠져 나와 속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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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방현석, 소설가. 2017.04.12 (사진 = 출판사 아시아 제공) photo@newsis.com
제목 '세월'은 세월호의 세월일뿐만 아니라 지나간 시간인 세월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들, 살고 있는 지금의 세월들, 그 사람들이 살아낸 세월들. 이주여성의 아버지는 베트남 전쟁 때 참전한 전사인데 사회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 국가로 딸을 보낸 세월들의 아이러니함을 몸소 체험했죠."

 1년 반 전 에 이미 완성한 소설로, 내용을 고치지는 않았다. 방 작가는 "이야기 자체가 시사적인 관점은 아니다"라며 "세월호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생각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부분 실화가 바탕이지만 소설이기 때문에 소설로 읽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를 다룬 문학들은 소위 '세월호 문학'으로 통한다. 방 작가는 그간 나온 세월호 문학 작품들보다 "조금 더 거리를 확보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나의 사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발생한 문제지만 우리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특징, 현상들이 보였죠. 그래서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세월들을 베트남 전쟁 시기로 연결을 해서 보려고 했습니다. 시간적 공간을 넓히고 공간도 베트남과 한국이라는 두 개를 동원함으로써 문제를 밖으로 뻗어나가게 했죠. 아시아 삶의 전통 가치를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시대적 이슈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이 무엇일까에 대해 나름대로 다루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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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중편 소설 '세월' 표지 . 2017.04.12 (사진 = 출판사 아시아 제공) photo@newsis.com
소설로 다뤄진 실제 가정에 대해 방 작가는 건강했다고 했다. "남편의 삶과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재산도 부인 앞으로 돼 있고 엄마도 본인의 나라 말을 자녀들에게 열심히 가르치려 했어요. 아이들이 덜 강퍅한 조건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이사를 가다가 딸 아이 하나만 살아남은 거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실이란 건 시간이 걸릴 뿐이지 그것이 무엇이든 알게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한 방 작가는 "한국까지 와서 정말 좋은 가정을 이룬 여성에 대한 추모"라고 했다.

 "한국에서 딸의 시신이 수습되기를 1년 넘게 기다리면서 외롭게 살아야 했던 베트남 가족에 대한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특히 살아남은 딸에게요. 부모는 건물 청소를 하고 오빠가 동생을 잘 보살폈는데 살아남은 딸은 병원으로 실려 가면서 오빠부터 찾았다고 하네요. 살아남은 여동생이 오빠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랑스럽게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세월'은 정가가 다른 책보다 비교적 저렴한 4500원이다. 더 많은 독자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의 산물이다. 방 작가는 책의 인세를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출판사 아시아도 저자와 뜻을 같이해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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