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 즉시 위기경보 최고단계…살처분에 특전사 투입
겨울철 오리·토종닭 사육 제한 계란수집차량 농장 출입 차단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앞으로 겨울철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 정부는 그 즉시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발령할 계획이다. 인력이 부족해 살처분이 지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특전사 예하 재난구조부대가 투입된다. 정부는 1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확정했다. 지난 겨울 AI와 구제역이 동시에 발병한데다 각각 2개 유형이 나타나 큰 혼란을 초래했다. 방역과정에서 살처분 지연, 밀집사육으로 인한 구조적 한계, 농장 차단방역 미흡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정부는 가축질병 예방 없이는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강도 높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AI 발생 즉시 위기경보 심각으로 상향 우선 AI 위기경보 단계를 조정하기로 했다.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총 4단계다. 현재는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 주의, 타 지역으로 전파되면 경계, 전국 확산 우려가 있으면 심각으로 상향한다. 이를 농장 발생 즉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발령해 발생 초기부터 민·관·군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돗토리현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나오자마자 일본 정부가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올린 데 반해 우리는 초동대처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강화해 현장 중심 방역 조치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 발령 권한을 현행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도지사에게까지 확대하고 방역이 취약한 소규모 농가에 대한 수매·도태 권한도 부여한다.
◇군 병력 살처분 지원 제도화 감염된 개체가 살아있으면 발생농장 주변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돼 피해가 늘어난다. 이 때문에 빠른 살처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최악의 피해를 낸 이번 AI는 필요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살처분 지연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24시간 내 살처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고병원성 AI 양성 농가 364곳 중 49개 농가(13.4%)가 살처분·매몰에 5일 이상 소요됐다. 단기간 내 동시 다발적으로 대규모 AI가 발생함에 따라 인력시장을 통한 인력 확보가 어려웠고 전문적 지식도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지역별 특전사 예하 여단 재난구조부대를 우선적으로 투입하고 부족할 경우 특전여단에서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대책에 포함했다. 강제징집된 사병을 살처분 작업에 투입하는 것은 가족들의 반발이 큰 만큼 직업군인의 투입을 결정했다. AI의 경우 도살·운반·매몰에 이르는 살처분 전반을, 구제역은 운반·매몰을 지원하게 된다. 방역·잔존물 처리·소독 등은 지역 책임부대에서 지원한다. 농식품부와 지자체는 또 2018년부터 3년 단위 가축전염병 관리대책 수립을 의무화하고 시·군·구 및 계열업체에서 관내 가축 사육규모를 감안해 살처분 예비인력을 지정할 방침이다. ◇밀집지역 재편하고 동절기 오리·토종닭 사육 제한 밀집지역을 재편하고 취약시기 사육제한을 유도하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전북 김제 용지면, 충북 음성 맹동면 등 밀집지역은 연례행사처럼 AI가 반복 발생하는 실정이다. 김제에서는 56개 농가에서 163만 마리를 사육 중인데 2008년 이후 4차례나 AI가 발생해 1회 평균 500억원, 1977억원의 재정이 소요됐다. 1개 농장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주변 농장으로 급속히 퍼져 대규모 살처분과 국가 재정이 투입돼 피해가 확산되는 것이다. 개별 농장의 방역시설 개선으로는 가축질병 발생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위험농장과 지역에 대해서는 지자체장에게 겨울철 토종닭과 육용오리 사육제한 명령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겨울철 휴지기제'와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휴지기제라는 단어는 안 썼지만 사육제한 명령이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이 우려돼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향후 영향과 실태를 보고 구체적으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I에 취약한 산란계…GP 활용으로 바이러스 차단 농장 내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계란수집상인 차량은 산란계 농장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계란유통센터(GP)를 포함해 권역별 거점 계란인수도장을 지정, 운영할 계획이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의 AI 발생 양성농가를 분석한 결과 산란계 농장의 발생률은 29%로 육용오리(43%) 다음으로 많았다. 육계는 일제 입식·출하 방식으로 외부접촉이 비교적 적은 반면 산란계는 매일 계란이 생산·출하돼 외부인 출입이 많은 구조여서다. 운반차량이 여러 농장을 방문하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 계란인수도장은 입고차량과 출고차량의 동선을 분리하고 농장주가 직접 인수도장으로 계란을 운반하는 한편 계란운반을 위한 파레트 등에 대해서는 소독시설과 고압분무기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소독시설 설치 및 운용 비용은 거점소독시설 지원사업 및 공동방제단(농협중앙회)의 운영비를 활용한다. 계란 유통구조의 변화로 계란값 인상이 있을 수 있을 것이란 지적에 대해 정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GP 활성화로 계란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라며 "현재는 가격이 시장 수요가 아니라 생산자 단체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유통체계를 현대화하면 시장의 수급 동향에 따라 가격이 좀 더 합리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