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알바트로스, 특정 정치상황때문에 나온 노래 아냐"
'알바트로스', 이들은 땅에서는 물갈퀴 때문에 우스꽝스럽게 걷지만 큰 날개 덕에 어떤 새보다 멀리 오래 높이 날 수 있는 새를 빗대어 희망을 노래한다. 이은미는 "작년에 너무 지치고 고갈된 느낌이었어요. 우리 모두 그랬잖아요. 충전제가 없는 사회에서 견딘다는 게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몸이 악기인 제가 나이들어가는 것에 관한 성찰도 하고 있었어요. 황폐한 심리 상태였습니다. 10월에 콘서트 투어를 시작했는데, 공연 중간에 촛불 집회 나와서 노래 했어요. 그때 뭔가 삶의 공감대가 느껴졌어요. 이제는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 이때 탄생한 노래가 '알바트로스'다. 작곡가 윤일상이 지난해 5월 완성해 이은미에게 전했고, 함께 곡을 받은 작사가 최은하가 그 다음 달 가사를 완성했다. 이은미는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감정이 차오르기를 기다리다가 해를 넘겨 녹음했고, 최대한 빨리 작업을 완성해 내놨다.
최은하는 보를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 영감을 받아 노랫말을 썼다. '알바트로스'는 "자유롭고 길을 잃은 새 거친 폭풍 앞에 섰을 때 날 수 있단다 너를 던져라 널 흔들고 있는 바람 속으로"라고 부르며 고조되다가 "파도 몰아치는 바다로 그저 내 날개를 펼치고 있다 바람아 더 불어라 더 거칠수록 나는 더 뜨겁게"로 절정에 다다른다. 윤일상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주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의 합작이 주로 사랑에 맞춰져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번 곡의 메시지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윤일상은 "모두가 살기 힘든 세상에서 더이상 연가(戀歌)에 감정이입이 안됐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희망이 저 앞에 있는 상황에서 노래로라도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좋은 음악은 정말 오래 들어도 계속 듣게 되는 '스테디 셀러'인 것 같아요. 그 노래가 가지 힘이 지속하려면 결국 진정성이 있어야 하죠. 두 분 작업은 이미 완벽한 상태였어요. 제가 준비가 필요했죠. 나 자신을 추스르는 데 광화문에서의 시간은 도화선이 된 것이고요." 이은미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그는 앞서 노무현 대통령 추모곡을 만들어 부를 정도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당당하게 드러낸 가수다.
"제가 하는 사회적 발언 같은 것들은 모두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범주 내에서 하고 있어요. 노래가 그런 것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과 많은 것들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있는데, 노래하면서 그 죄책감을 조금 덜어내는 거죠. 대한민국에서 30년 가까이 음악 하면서 받은 사랑을, 이 대한민국에서 더 잘 사용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더 잘살아갈 수 있게 하는 곳에 쓰고 싶은 마음, 그것뿐이에요."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