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스타그래머, 마케팅 수단 '인기'…팔로워 급증 노린 '노출' 등 부작용도
오픈 행사가 열려 취재를 나온 여행, 유통 담당 기자들과 사진기자, 방송사 카메라 기자 등이 로비를 가득 메운 가운데 화려한 헤어 메이크업과 파격적인 옷차림을 한 미모의 여성 몇 명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기자와 똑같은 동선으로 움직였다. 각종 축하 행사를 관람했고, 호텔 주요 시설을 둘러봤으며, 간단한 스낵으로 식사도 했다, 돌아갈 때는 소정의 기념품도 받았다. 이들에게는 외양 외에도 기자와 다른 점이 있었다. 사진·카메라 기자는 말할 것도 없고, 취재기자도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호텔 시설이나 공연 장면들을 분주히 찍었는데 이들은 그런 것들을 찍는 틈틈이 '셀카'를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식적인 자리에 튀는 외모로 등장한 것도 모자라 남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당당히 셀카를 찍는 이들은 알고보니 기자가 아니었다. 주최 측 초청을 받아 행사에 정식으로 참석한 ‘파워 인스타그래머’였다. 파워 인스타그래머는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계정 사용자(유저) 중 ‘팔로워(자신의 게시물을 보는 사람) 수천~수만 명을 거느린 사람을 말한다. 최근 인스타그램은 영상세대인 젊은 층 사이에서 블로그는 물론 다른 SNS보다 더 각광받고 있다. 사진, 동영상 등 비주얼 요소의 비중이 글 등 텍스트에 비해 큰 덕이다. 그만큼 그들의 게시물은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회자하는 만큼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많은 블로그 독자를 가진 ‘파워 블로거’, 글로벌 SNS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 유저 중 많은 팔로워를 가진 ‘파워 페이스부커’ ‘파워 트위터러'에 못잖은 SNS계의 새로운 스트롱 맨 또는 우먼이다. 이렇다 보니 각 기업은 앞다퉈 파워 인스타그래머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자사 행사에 앞다퉈 이들을 초대하거나 경쟁적으로 이들에게 각종 신상품을 선물한다. 이들이 인스타그램에서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실제 일부 파워 인스타그래머는 아예 기업의 의뢰를 받고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진행, 매월 수백만원대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이 '황금알 낳는 거위'로 날아오르자 '돈'이나 다름없는 팔로워 수를 최대한 빨리, 많이 늘리기 위한 온갖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많이 행해지는 것이 ‘노출’과 ‘허영심 자극'이다. 노출은 주로 얼굴과 몸매에 자신이 있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주로 행해진다. 실제 미모의 20대 여성이 비키니 차림 등 노출이 심한 사진을 게시하고 태그를 이용해 ‘#비키니’ '#비키니그램' 등이라고 올리면 해당 태그를 통해 유입한 유저들의 ‘좋아요’가 급증한다. 이런 사진을 수시로 올리면 ‘좋아요’에 그치지 않고 팔로워가 이전보다 수십 배씩 더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기한 것은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잉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남성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성도 그런 게시물에 호감을 나타내고 팔로잉을 한다. 그러나 이런 사진만 자꾸 올리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자극적인 게시물만 찾아다니는 남성 유저만 남고 여성 유저는 떠난다는 사실이다. 이럴 경우 기업이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요청하는데 치명적인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저들의 허영심을 자극할 만한 '럭셔리 라이프'를 끼워 넣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거나 국내 특급호텔에서 휴식하는 사진을 올린다. #리조트, #호텔, #럭셔리, #행복해 등 태그를 붙이는 것은 잊지 않는다. 특히 이럴 때 호텔 수영장이나 해변에서 찍은 노출 사진을 자연스럽게 올리면 여성의 거부감도 줄일 수 있어 팔로워의 양(수)과 질(남녀 비율)을 모두 높일 수 있다. 미모를 갖추고 외국에 자주 나가는 특정 직업군의 20대 여성 중 파워 인스타그래머가 많은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 중 적극적으로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는 경우 대부분 팔로워 수천 명은 기본이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활용하는 파워 인스타그래머 지망생도 늘어났다. 인스타그램 유저는 자신이 팔로잉하지 않는 사람이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도 인스타그램의 소개를 받아 시청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을 찾아온 유저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다면 이를 자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머물 수 있게 해 팔로워 수를 좀 더 빨리 늘려나갈 수 있다. 미모와 함께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추고 댓글로 올라오는 유저들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임기응변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는 최고의 방법으로 꼽힌다. 인스타그램이 일각에서 이처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저도 적잖다. 일부 파워 인스타그래머의 계정에 들어가보면 언제부터인가 상업적인 게시물로 도배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이호규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2010년대 초반 트위터를 즐겨 이용하다 떠난 사람이 갖게 된 불만이 지나친 정치 편행과 무차별적인 광고글 때문이었다"며 "몇 해 전부터 페이스북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나 문제가 되더니 이제는 인스타그램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더 큰 문제는 포털사이트 블로그 게시물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은 것인지를 반드시 표기하도록 규제되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그런 규제가 없다는 사실이다"며 "유저들의 현명한 판단이 점점 더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