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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꿈틀 '가계부채'···文정부 해법 찾을까?

등록 2017-06-04 06:04:48   최종수정 2017-06-13 08: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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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채 1분기말 기준 1360조 사상최대···'상환건전성' 우려
  국내 부동산 가격 들썩·美 기준금리 꿈틀 '곳곳 지뢰'
   주춤했던 증가세 4월에 이어 5월에도 다시 꿈틀 조심
    LTV. DTI 복원, DSR 확대시행· 부동산 보유세 등 예상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오는 8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새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사실상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하지만 올들어 주춤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4월과 5월에 다시 꿈틀하는 조짐을 보이는데다, 이미 1분기말 기준 136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의 규모자체를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등 주변 여건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어서 문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가계신용은 1359조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분기 증가액은 17조1000억 원으로 전 분기 증가액(46조1000억 원)에 비하면 증가폭은 다소 둔화됐다. 지난 2016년 1분기 증가액(20조6000억 원)과 비교해도 소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평년 1분기(2014년 1분기 3조4000억 원 증가, 2015년 1분기 13조 원 증가)와 비교하면 17조1000억 원을 놓고 줄었다고 말하기가 민망한 수준.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액이다. 방향성을 결정할 분기점에 있다고 보는 게 좀 더 정확하다.

 더욱이 올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한풀 꺾였다가 이사철 등을 맞아 3~4월부터 반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5월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에만 6조원이 늘었는데 이는 전년도 증가액인 6조7000억원에 거의 근접하는 규모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도 "예년의 증가 규모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아직도 가계부채 문제는 증가세가 꺾였다고 확언하기는 이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음에도 가계부채는 불안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1360조 원에 달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이다. 무엇보다 소득 증가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서민과 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새 정부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국내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70%에 육박한 상황이다. 미국의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고점을 찍었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사건 당시 133%였던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 규모 자체가 소득 대비 매우 높다는 것은 상환건전성 우려로 이어진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이 민간부문 가계부채가 가장 심각한 상태"라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80%대를 넘었고, 가처분소득 대비로는 150%대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 부동산시장 과열조짐···가계부채 증가세 다시 빨라지나   

  정부의 의지와는 별개로 가계부채 문제를 둘러싼 주변여건은 좋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심상찮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까지 나오고 있어 가계부채 문제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격 상승세가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14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0%를 기록했다. 11·3 대책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10월(0.35%)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5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 상승폭 확대와 거래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난 1분기 소폭 둔화됐지만 이런 증가세가 2분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심상치 않은 부동산 가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등 은행장들은 지난 2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안정 리스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세가 여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 주택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美 6월 인상 기정사실···속도 빨라지나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도 국내 가계부채 문제에 있어 중요한 변수다. 미국 금리인상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

  당장 한국은행이 기계적으로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지 않겠다는 생각이지만 결국 한국도 인상 쪽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시장 대출금리가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부채 이자 부담, 특히 취약 계층 부담이 커지게 된다. 

  미국은 지난 3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6월 인상도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추가로 1~2회 금리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1일 방한한 존 윌리엄스(John Willams)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본적으로 3번이라고 생각하지만 잠재적인 경제의 상방 요인이나 재정 부양책을 감안했을 때 4번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3년 뒤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종적으로 2.75%에서 3%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총재는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미국 경제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국내 은행들의 시중 금리가 꿈틀거릴 수 있어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 대책 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어떤 가계부채 대책 내놓을까

  문 대통령이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지시한 지난 1일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한국은행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당초 한국은행은 업무보고 명단에 없었으나 뒤늦게 명단에 포함시켜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중요 화두로 삼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이날 업무보고 시간도 예정보다 긴 약 1시간 30분 가량 진행돼 가계부채 문제를 놓고 깊이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논의된 대책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업무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이슈 현안을 보고했지만 보고내용이 대외비라서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함구했다.
  
   윤 부총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한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총량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가계부채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부정하지는 않았다.   

  가계부채 총량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시행 등이 정부가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으로 꼽힌다. 가계부채 총량제는 국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이하로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DSR은 기존 은행권 대출심사 기준인 DTI와 달리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기준으로 대출 가능 한도를 정하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떨어뜨리는 데 집중해 왔다면 새 정부는 가계대출 규모 자체를 줄이겠다는 데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투자증권 오창섭 연구원은 "이번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절대규모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바뀐 것 같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될 수 밖에 없다. 부채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새 정부는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하면서 LTV, DTI 완화조치 복원,  DSR 조기도입, 부동산 보유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0%대의 부채증가율, 금리 상승에 따른 부채부담 가중, 가계소득과 부채의 지속적 괴리확대 등을 감안 할 때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춘 가계부채 관리방안 도입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고승범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규모 자체를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상환 능력에 대한 심사 강화, 여신심사 강화 등이 필요해 보이고 취약계층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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