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공포, 지구촌 강타②]테러 공포, 이젠 영국까지···
차에 부딪힌 보행자들은 속절없이 나가떨어졌다.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떨어지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차는 멈출 줄 몰랐다. 아니 멈추려 하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다리를 건넌 차량은 우회전해 계속 인도를 달리다 교통 표지판에 가로막혀 멈춰 섰다. 그러자 남성 3명이 30㎝갸량 되는 칼을 각각 손에 든 채 차에서 내리더니 길 건너 보로 마켓으로 달려갔다, 시장과 식당가인 그곳에서는 주말을 맞아 수많은 사람이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하고 있었다. 범인들은 그곳에서 남녀노소 아무에게나 칼을 휘둘러댔다. 한 젊은 여성을 여러 차례 칼로 찌르기도 했다. 목격자들은 그들이 모두 무슬림 차림이었고 칼을 휘두르며 “알라를 위한 일”이라 외쳤다고 증언했다. 경찰이 출동해 범인들을 모두 사살하면서 참극은 끝났으나 7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 중 20여 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사건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 IS는 이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IS 선전매체인 아마크통신은 “IS 파견 전투원들이 공격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그 어떤 증거도 제공하지 않았다. 영국 경찰의 수사 결과 범인들은 파키스탄 출신 영국인 쿠람 버트(27), 모로코와 리비아 이중국적자인 라치드 레두안(30), 모로코계 이탈리아인 유세프 자그바(22)로 밝혀졌다. IS가 직파한 전투원은 아니지만, 그들을 추종하는 자생적 지하디스트이자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은 지난 3월22일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과 매우 닮았다. 이날 오후 2시40분께 런던의 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브릿지 인도 위를 승용차 한 대가 내달렸다. 의사당, 빅벤, 런던아이 등이 한눈에 보이는 명소인 데다 주말이어서 관광객 등 인파로 가득했다. 이들은 그들에게 닥칠 불행을 전혀 예측하지 못 한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고속으로 달려온 SUV 차량에 받힌 사람들은 여기저기 나가 떨어졌다. 다리 위가 아수라장이 됐지만, 차는 멈출 줄 몰랐다. 차는 의사당 인근까지 내달리다 구조물에 가로막혀 간신히 멈춰섰다. 그러자 남부 켄트 태생으로 웨스트미들랜즈에 거주하는 칼리드 마수드(52)로 밝혀진 범인은 흉기를 들고 차에서 내려 의사당을 향해 내달렸다. 이를 발견한 비무장 상태의 경찰관이 그를 막아섰고 범인은 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주변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의사당을 향해 달려가던 범인은 결국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사살됐다. 이 사건으로 마수드와 경찰관을 포함해 5명이 죽고, 50여 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에는 한국인도 5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박모씨(70·여)는 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IS는 이때도 아마크통신을 통해 “영국 의사당 앞 공격 주체는 IS 병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 경찰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 IS나 알카에다와 연계 테러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다만 마수드가 1983년부터 2003년까지 폭력, 공격무기 소지, 공공질서 위반 등의 혐의로 수차례 감옥을 들락거리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했다는 점에서 IS 등에 동조한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로 추정했다. 런던은 아니었지만, 영국에서는 이들 사건 사이에 테러 사건이 하나 더 일어났다. 규모 면에서는 가장 컸다. 지난달 22일 오후 10시30분께 영국 북부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미국 팝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중 자폭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리비아계 영국인 살만 아베디(22)는 이날 어린이, 청소년 등으로 가득한 공연장에 직접 들어가 날카로운 못을 가득 넣은 사제 폭발물을 터뜨렸다. 이 사건으로 아베디 본인을 포함해 20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부상했다. 지난 몇 해 동안 프랑스, 독일, 터키, 벨기에, 러시아 등 유럽 각국에서 크고 작은 테러가 지속해서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는 2015년 1월7일 파리의 잡지사 샤를리엡도 사무실에 괴한들이 난입해 편집장인 스테판 샤르보니에를 포함한 직원 10명과 건물 관리직원, 경찰관 등 12명을 살해했다. 범인들은 예멘을 근거지로 하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와 연계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확인됐다. 같은해 11월13일에는 파리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났다. 바탕클랑 콘서트홀 인질극, 스타드드프랑스 축구경기장 인근 연쇄 폭발, 파리 10구 식당가 총격 등이 발생해 무려 130여 명이 사망하고 350여 명이 부상했다. IS가 직접 저지른 테러로 밝혀졌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7월15일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바스티유데이'에는 프랑스 남부 휴양지 니스에서 화물차가 라 프로므나드 데 장글레 해변가 산책로의 군중을 향해 2㎞가량 돌진했다. 범인인 튀니지계 프랑스인 모하메드 라후에유 부렐(31)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범인 포함 86명이 죽고, 434명이 다쳤다. IS가 배후를 자처했다. 서유럽에서 유일한 무슬림 국가로 IS, 쿠르드 분리·독립 세력 등과 각각 갈등을 빚어온 터키는 2015년 10월10일 수도 앙카라 중심부 앙카라역 광장에서 102명의 생명을 앗아간 IS 연계 조직의 자살 폭탄 테러 이후 비극이 끊이지않고 있다. 지난해 1월12일에는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대표적 관광지인 술탄 아흐메트 광장에서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해 10명이 숨졌다. IS 소행으로 파악됐다. 같은해 3월13일에는 앙카라 도심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로 34명이 죽고, 125명이 다쳤다. 쿠르드계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뒤인 19일에는 이스탄불의 최대 번화가인 이스티크랄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5명이 사망하고, 39명이 부상했다. IS가 배후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6월28일에는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IS가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36명이 숨지고 147명이 다쳤다.
지난해 7월18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통근열차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 17세 소년이 도끼 난동을 벌이다 사살됐다. 홍콩인 가족 여행객 등 4명이 부상했다. 며칠 뒤인 7월23일에는 뮌헨의 올림피아 쇼핑센터 인근에서 이란계 독일인 18세 소년이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죽이고, 20여 명에게 상처를 입혔다. 범인은 현장에서 자살했다. 같은 해 12월19일 독일 수도 베를린의 유명 관광지인 카이저 빌헬름 메모리얼 교회 인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철근을 가득 실은 19톤t 트럭이 쇼핑객들을 향해 돌진하는 차량 테러가 일어났다. 12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부상했다. 범인은 튀니지 출신 아니스 암리(24)로 나흘 뒤인 2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경찰과 총격을 벌이다 사살됐다. IS는 배후를 자처하면서 암리가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서방 공습으로 사망한 무슬림의 복수를 할 것이라고 다짐한 영상을 공개했다. 독일이 공격을 당했으나 영국만큼은 이후에도 예외였다. IS,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과 서방의 결전에서 영국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나 맡고 있는 역할로 볼 때 의외나 다름 없었다, 영국 정보기관 MI5(국내정보국)가 완벽하게 테러에 대비해 불안하지만, ‘평화’가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올들어 영국에서 세 차례나 테러 사건이 잇따르면서 더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런던은 지난해 5월 무슬림인 사디크 칸을 시장으로 선출할 정도로 이슬람교와 무슬림에 우호적인 도시였기에 충격과 파장은 더욱 크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영국은 섬나라라는 특성상 유럽 대륙 각국보다 난민 유입 등이 제한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의 테러에서 안전할 수 있었다”며 “그런 영국에서 외국인도 아닌 영국 국적자의 테러가 발생했다는 것은 영국이 의외로 사회 통합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 한 것이 아닌지 우려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테러 집단이 원하는 것이 이슬라모포비아인데 아직 영국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없어 다행스럽다”면서 “부디 영국이 이번 사태를 잘 극복하고 사회 통합을 이뤄 테러리즘이 창궐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