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유리천장 깨진다’ 도쿄올림픽 양성평등 바람
1896년 1회 올림픽에서는 여성 종목이 없어 여성 참가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900년 2회 파리 올림픽 때부터 테니스와 골프 2개 종목에서 처음으로 여성 종목이 생겼다. 이후 지속해서 여성 종목과 여성 참가자가 늘었지만 모든 나라에서 여성 선수가 참가하기까지 무려 116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여성 참가자 수가 전체 참가자의 45.6% 수준으로 올라서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선수단 규모가 가장 큰 미국과 중국의 경우 과반 이상을 여성 선수로 채웠다. 여성 종목도 전체 경기의 47.4%로 2회 파리 올림픽 당시 2.1%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이렇듯 올림픽 무대에서 여성의 권익은 대회를 거듭할수록 향상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성의 권리 신장과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종목 개편을 단행했다. ◇‘어젠다 2020’에 담긴 양성평등 이러한 변화는 IOC가 주도하고 있다. 올림픽 헌장에는 “IOC는 모든 수준의 스포츠에서 여성의 권리 신장을 장려하고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IOC는 ‘양성평등’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2014년 ‘올림픽 중장기 개혁 어젠다 2020’을 채택하고 도쿄 올림픽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수영, 양궁, 유도, 사이클 등에서 15개의 새로운 세부 종목이 추가되면서 2020 도쿄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수는 종전 28개 종목 306개에서 33개 종목 339개로 늘어났다. ‘어젠다 2020’의 주요 원칙 중 하나인 ‘성적 균형을 위한 노력, 양성평등 지지’를 혼성 종목 편성 등을 통한 양성평등 강화로 실현한 것이다. IOC는 종목 조정과 관련 “이러한 변화는 ‘어젠다 2020’의 개혁을 기반으로 올림픽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진화를 반영하는 결과”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토마스 바흐(64) IOC 위원장은 “다가올 도쿄올림픽은 더 젊고 세련되며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하는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대회 여성 참가 최고 전망 수영 종목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제외하고 남녀 종목을 맞췄다. 여자 자유형 1500m를 신설해 최장거리 종목을 남자와 맞췄다. 대신 남자 자유형도 800m도 새롭게 추가됐다. 남녀가 팀을 이뤄 출전하는 자유형 4x100m 혼성 계영도 볼 수 있다. 육상은 4x400m 혼성 계주가 새로 생겼고, 양궁 역시 혼성 단체전이 추가됐다. 유도와 탁구는 각각 혼성 단체전과 혼합 복식이, 철인 3종 경기(트라이애슬론)는 혼성 단체 계주가 새로 추가됐다. 펜싱은 남녀 각각 단체전이, 사이클도 남녀 BMX 프리스타일 파크와 트랙 종목 남녀 매디슨 등 4개 종목 신설이 확정됐다. 사격에서도 10m 공기권총과 10m 공기소총, 트랩 등이 혼성 종목으로 신설된다.
리우 올림픽에서 9개 세부 종목에 불과했던 남녀 혼성 경기가 도쿄 올림픽에서는 두 배인 18개로 늘어나게 된다. 반대로 없어지는 세부 종목도 있다. 대부분 남자부에 더 많은 메달이 걸려 있는 종목에 대해 조정이 이뤄졌다. 사격 남자 50m 권총과 50m 소총 복사, 더블트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복싱, 카누, 조정, 요트 등도 성비 균형을 이루기 위해 기존 세부 종목 15개를 폐지했다. ◇한국, 큰 틀에선 유리할 듯 3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에서 여성 선수가 참여하는 세부 종목이 많이 늘어나면서 우리에게도 그래도 유리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우선 역대 하계 올림픽 사상 우리에게 가장 많은 금메달(23개)을 안겨준 양궁에서 혼성 종목이 추가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 양궁은 작년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첫 전 종목 석권을 이룬 만큼 남녀 모두 세계 최강이다. 이미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에서는 혼성 종목이 펼쳐진 바 있다. 태극 남녀 궁사는 이미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혼성 종목에서도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임에 토를 다는 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효자 종목인 펜싱도 과거 플뢰레·에페·사브르 3개 종목 남녀 단체전 중 한 종목씩 돌아가며 제외됐던 것이 3종목 모두 열리게 되면서 금메달 2개가 늘었다. 남녀 모두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실력이다. 탁구 역시 신설된 남녀 혼합 복식이 세계 최강 중국에 맞서 한국 탁구가 메달을 다툴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세부 종목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손해도 분명하다. 남자 50m 권총에서 올림픽 3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진종오(38·kt)는 이 종목이 돌아올 올림픽에서 폐지되면서 4연패의 꿈을 일찌감치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리우 올림픽에서 김종현(32·kt)이 깜짝 은메달 소식을 전했던 소총 복사도 더는 우리에게 메달을 소식을 전할 수 없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