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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의 민낯②]"중학교 때 시작, 늦어"···처벌 규정 미비도 '한몫'

등록 2017-07-12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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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선행학습을 유발한 사교육 조장 광고 사례. 2017.05.18. (사진 = 서울시교육청 제공) [email protected]

선행학습 조장 광고해도 마땅한 처벌 규정 없어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서울 잠실에 사는 주부 최모(45)씨는 최근 초등학교 4학년 딸의 학부모 총회에 나갔다 고민에 빠졌다.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들로부터 방과 후 영어·수학 선행학습 전문학원에 보낸다는 말을 들은 탓이다.

특히 이미 중학교 1·2학년 수준의 선행학습을 시작한 지 꽤 됐다는 말까지 들었다. 평소 자녀 교육은 공교육으로도 충분한다고 생각하던 최씨는 혹시 내 아이만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최씨는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애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그동안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며 "남들 다 시키는데 내 아이만 뒤처질 것 같아 불안해서 어쩔 수 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여름 방학을 앞두고 학원가에서는 선행학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학원 건물마다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온라인에서도 과장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현행법상 선행학습 광고는 불법이지만, 관련 법안이 미비한 탓에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3년 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 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규제법)' 제정으로 단속 근거는 마련됐지만, 이를 제재할 조항과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교육 조장 부당 광고 학원 173곳 적발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학원 광고는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대치동·중계동·목동·잠실)과 경기, 광주, 부산 등 총 13개 지역에서 총 149선의 선행교육 광고를 적발했다. 지역별로 서울 대치동이 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광주시 남구 봉선동23건 ▲서울 목동 14건 ▲부산 좌동13건 순이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시교육청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당 광고를 게시한 학원과 교습소 173곳을 적발했다.

시교육청은 교육부와 시민단체의 모니터링 결과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당 광고를 한 서울시내 학원 173곳에 대해 특별단속(4월10일~5월11일)을 벌여 강남·서초지역 57개 학원 등 79개 학원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발, 사교육 조장 광고를 중지·철거토록 행정처분 했다.

단속 결과에 따르면 송파구 A수학교습소는 교습소가 신고자 외에 추가로 강사를 둘 수 없음에도 2회에 걸쳐 무단으로 강사를 채용했다. 또 교육청에 신고한 시설을 무단으로 변경하는 등 위법 운영 정도가 심해 교습 정지 30일 처분을 받았다.

교습비 변경 미등록, 강사 채용 및 해임 미신고, 강사 게시표 미게시, 성범죄 경력 미조회, 부당 교재비 징수 등의 위법 행위가 발견된 강남구 B학원엔 교습정지 7일의 행정처분과 과태료 350만원이 부과됐다.

이외에 교육청은 28개 학원 및 교습소에 대해선 위법 운영 정도에 따라 벌점(각 10~30점)과  과태료(각 30만~650만원)총 5320만원의를 부과했다. 위법 운영 정도가 가벼운 나머지 48개 학원 및 교습소는 5~25점까지 벌점만 받는다.

관련 조례와 규칙 등에 따르면 벌점 31점부터는 교습정지, 66점 이상은 등록말소 처분을 받는다. 위법운영이 개선되지 않을 때도 교습정지, 등록말소가 가능하다.

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자유학기제 정착과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학원 등 지도 특별 대책'을 수립하고, 분기마다 1회 이상 사교육 조장 광고 행위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처벌은 법률로 규정하거나 법률에서 교육청에 위임하지 않으면 조례로 정할 수 없다"면서도 "교육부가 사교육 조장 광고를 한 학원들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교육청에 행정지도를 지시한 만큼 교육부에서도 (사교육 조장 광고의 심각성을) 충분히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땅한 처벌 규정 없어

 사교육비를 가중하는 선행학습이 왜 기승을 부릴까.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 지난 2014년 '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 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선행학습규제법'이 시행됐다. 초·중·고교에서 교육과정보사 앞선 내용을 가르치거나 시험으로 출제하지 못한다.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선행학습을 근절시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특별법 적용대상에는 사교육이 제외되면서 입법 취지를 무색해지고 있다. 공교육 내 선행학습만 금지된 탓에 수요자들이 사교육으로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특별법에는 '학원·교습소 또는 개인과외 교습자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어길 경우 제재할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학원들은 선행학습 처벌 규정 미비와 학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학원 원장은 "입시제도 변화에 따라 재수생보다 재학생에 집중하는 추세로 사교육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재학생 위주다보니 교육 프로그램도 선행학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교육 시장도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것과 이를 어길 경유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벌없는사회 관계자는 "당초 선행학습규제법 취지에 맞지 않게 학원에서 버젓이 선행학습을 하고 있고, 학생들의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학원에서도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강화하고, 처벌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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