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침묵 깬 삼성 임원 "최순실, 실세라고 들었다" 진술

삼성 임직원들, 그간 진술 거부권 행사
황성수 前 삼성전자 전무, 피고인 신문
"정유라 승마지원, 최순실에 끌려다녀"
내일 이재용 등 피고인 신문 예정 주목

【서울=뉴시스】나운채 이혜원 기자 = 삼성그룹의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 승마 훈련 지원과 관련해 황성수(54) 전 삼성전자 전무가 "결국 최씨 배경 때문에 끌려다닌 것"이라고 피고인 신문을 통해 말했다.

 황 전 전무는 최씨의 요구로 인해 승마 훈련 지원이 이뤄졌을 뿐 뇌물을 건넨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황 전 전무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5명의 뇌물공여 등 혐의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삼성 뇌물'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그간 진행돼온 재판 과정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해 온 바 있다. 황 전 전무의 피고인 신문을 시작으로 이들은 처음으로 직접 본인의 입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이날 황 전 전무는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뒤에는 최순실이라는 실세가 있다. 최순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실세다"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또 "박 전 전무와 올림픽 훈련 지원 얘기를 나눌 당시 최씨 얘기, 또 '정유라라는 금메달리스트가 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그 친구(정유라)를 같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전무가 먼저 정씨를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건가"라고 묻자, 황 전 전무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특검팀은 황 전 전무에게 정씨의 승마 훈련과 관련해서 "최씨 측이 요구한 것을 많이 들어준 부분이 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이에 황 전 전무는 "그런 부분은 있었다"라며 "결국 최씨의 배경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황 전 전무는 "일련의 과정에서 최씨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최씨를) 거슬리게 되면 더 나쁜 일이 회사에 생길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있어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은 올림픽에 대비해 정씨를 비롯한 선수 6명을 육성할 목적으로 승마지원을 진행하려 했지만, 최씨의 반대로 결국 정씨만 지원하게 됐단 점도 강조했다.

 황 전 전무는 "최씨가 정씨만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냐"는 삼성 측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최씨에게 장애물과 마장마술을 모두 운영하는 게 좋겠다고 설득했냐"는 변호인 질문도 인정했다.

 황 전 전무에 따르면 최씨는 삼성 측의 설득을 받아들이면서도, 정씨의 승마지원이 드러날 경우 비난 여론이 일 것을 우려해 선수 선발 시기를 20대 총선 이후로 연기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변호인이 "삼성의 승마지원 프로젝트 자체가 언론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여러 선수를 지원하더라도 정씨를 위한 포장이라는 공세가 일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고 묻자, 황 전 전무는 "그렇게 알았다"며 "최씨가 나머지 선수 선발을 2016년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또 "최씨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 않았지만, 거절하게 되면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모략해 더 큰 곤욕을 치를 것을 염려해서 최씨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맞다"고 답했다.


 아울러 황 전 전무는 삼성그룹이 올림픽 선수 훈련 지원과 관련해 최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코어스포츠와 계약을 체결한 점에 대해서는 "신생(회사)인 것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라며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등 (용역 계약을) 수행할 수 있는 회사라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 과정에서 코어스포츠가 최씨 회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라며 "언급된 바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이 최씨가 정씨의 말을 교환했다는 이른바 '말 세탁' 의혹에 대해서는 "박 전 전무가 제안한 것"이라며 "실제 시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말 이름을 바꾼 점에 대해서도 "최씨가 먼저 바꿔도 되겠냐고 해서 바꾸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특검팀이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는가"라고 묻자, 황 전 전무는 "물어보진 않았다"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재판부는 황 전 전무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마치는 대로 박 전 사장에 대한 피고인신문도 이어 할 방침이다. 오는 8월1일에는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최지성 전 실장,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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