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고백→ 반박→침묵...미투에 드러난 '추태만상'
【서울=뉴시스】 이재훈 손정빈 기자 =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위드유'(#With You·당신과 함께 하겠다)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문화예술계와 대중문화계 전반에 유명 인사들이 성추문에 휩싸이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로 의혹 받는 이들 중 진정한 사과를 한 이들이 드물어 피해자들에게 또 다시 상처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나마 공개 사과를 한 뮤지컬 대부 윤호진(70), 배우 겸 연극제작자 조재현(53), 배우 한명구(58)는 공개 사과를 했다. 이후 피해자들에게도 직접 사죄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끝까지 반박을 하거나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들도 있어 비판으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과하고 이윤택 극단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은 성추문 관련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성추행 피해자에게 사과했으나 연이어 의혹이 제기된 성폭력 의혹에서는 부인했다. 동시에 두루뭉술한 책임 회피 화법과 태도는 오히려 피해자를 분노하게 했다. 이 전 감독의 성추문을 가장 먼저 폭로한 김수희 대표는 "정말 욕밖에 안 나온다. 뻔뻔한 태도에 치가 떨린다. 성관계였다고 헛소리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고 격노했다. 동시에 연희단거리패 배우 겸 연출 오동식이 기자회견이 사전에 리허설까지 거친 '한편의 또 다른 연극'이었음을 폭로한 이후 대중은 이 전 감독에게 완전히 등을 돌린 상황이다. ◇고백하고 배우 최일화는 성추행 사실을 고백했지만 추가 폭로까지 이어지며 논란이 커졌다. 최일화는 지난 25일 한 매체를 통해 성추행 가해 사실을 고백하며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고백 시기면에서 의문이 든다는 반응이다. 성추문 가해자들의 사과 입장이 발표되는 가운데 이뤄진 자발적 고백은 '선수 치기'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최일화는 26일 소속사를 통해 "저 또한 배우의 한사람으로 성추행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당시엔 그것이 잘못인지도 몰랐던, 가볍게 생각했던, 저의 무지와 인식을 통렬히 반성합니다"라며 "현재 맡고 있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와 영화·광고, 세종대 지도 교수직 등 모든 걸 내려놓겠습니다"고 사과했다. ◇반박하고 성추행 의혹에 침묵해오던 배우 오달수(50)는 논란이 시작된지 열흘 만인 26일 입을 열었다. 그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달수는 이날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저는 댓글과 그 익명 댓글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를 접하는 순간, 참담한 심정으로 1990년대 초반의 삶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30년 전,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차분히 스스로를 돌이켜 보았지만,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오달수는 "현재 제가 참여하고 있는 영화 촬영 일정이 24일까지 잡혀 있었다. 저는 배우로서 얼마 남지 않은 촬영을 마무리 짓는 게 도리이고, 촬영장을 지키는 게 제작진에게 이번 건으로 인해 그나마 누를 덜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많은 스태프들, 배우들과 약속된 촬영 일정은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오달수는 이어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익명 댓글에서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동안 벌어진 많은 일들을 겪으며, 배우로서 또한 한 인간으로서 매우 답답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마지막으로 제 입장을 신중하게 정리해 알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점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오달수는 연희단거리패 활동 당시 여자 후배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1990년대 부산 한 소극장에서 이(이윤택)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 명이 여자 후배들을 은밀히,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 지금은 코믹 연기를 하는 유명한 조연 배우'라는 글이 올라왔다. 나흘 뒤에는 또 다른 네티즌이 오달수를 지목하며 '1990년대 초반 이 연출가가 소극장 자리를 비웠을 때 제 반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고 함부로 휘저었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앞서 오달수와 같은 연희달거리패 출신 배우인 곽도원(45)도 성추행 의혹에 대해 12시간 만에 정면 반박에 나섰다. 곽도원은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사실 무근"이라며 "일단 시기가 전혀 맞지 않는다. (의혹이 제기된) 7~8년 전에는 곽도원이 극단에서 활동하지 않고 영화 '황해'를 촬영하고 있던 시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글이 삭제가 돼 누가 썼는지 전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곽도원을 모르는 사람이 허위로 올렸다가 내린 글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곽도원이 7~8년 전 연극을 준비하던 시절 후배 배우를 상대로 성희롱 발언과 구타를 일삼아 문제가 됐지만, 사과하지 않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침묵하고 배우 조민기(53)는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 재직 시절 제자들을 상대로 수년간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한 루머" "음해"라며 전면 부인하면서 현재까지 침묵 모드다. 반면 첫 폭로가 나온 20일 이후 추가 증언이 수차례 이어지며 조민기는 거짓말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게다가 그는 당초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는 사실이 아니다"는 주장과 달리 청주대로부터 성희롱 문제로 중징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사면초가에 빠졌다. 현재까지 나온 증언들을 종합해보면, 조민기는 수년간 학생들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술을 마시게 하고, 집에 가지 못하게 하는 등 각종 성폭력을 저질렀다. 일부 폭로글은 조민기를 "절대적인 권력이었다. 연예인이자 성공한 배우인 그 사람은 예술대 캠퍼스의 왕이었다"고 묘사했다. 조민기는 이와 관련,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을 뿐 공식 사과는 하지 않고 있다. 영화 '26년'(2012) '봄'(2014) 등을 만든 조근현 감독은 계속되는 폭로에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최근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뒤 출국해 구체적인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조 감독은 최근 개봉한 영화 '흥부' 홍보 단계에서 신인 여배우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해당 배우의 폭로로 드러났다. 이후 이 배우에게 "'상황이 어찌됐든 그 미팅을 통해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조 감독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배우 지망생이라는 이 네티즌은 '2016년 조 감독과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미팅을 하자고 한 뒤 술을 마시게 하고,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오태석 극단 목화 레퍼토리 컴퍼니 대표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는 28일 진행 예정인 목화의 '템페스트'의 '페루 리마 공연예술축제' 참가를 지원한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는 "극단 측과 협의를 통해 오태석씨를 제외하고 축제에 참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극단 목화의 페루축제 참가를 빌미로 한 오 대표의 해외 도피성 출국을 방지하고, 동시에 페루의 대표적 공연예술축제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양측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