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비공개 진행된 이유...'최악 상황 염두 둔 듯'
북한과 중국의 관영매체는 김정은 위원장 일행이 평양에 도착한 직후로 추정되는 28일에서야 그가 지난 25일 '특별열차'를 타고 단둥을 거쳐 베이징으로 들어갔다고 동시에 보도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식 중국 방문에 부인 리설주뿐만 아니라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 당과 내각 주요 간부도 동행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방중 둘째 날이자, 베이징 도착 직후인 27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마련한 연회에 참석, 연설에서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시고, 짧은 기간 동안 우리의 방문이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기울인 습근평(시진핑) 총서기 동지 등의 지성과 배려에 깊이 감동됐다"고 밝혔다. 이번 중국 방문이 오래전에 계획됐던 것이라기보다는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급격히 전화되는 과정에서 추진됐을 거라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중국과의 정상회담까지 계획했을 가능성은 크지만,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합의하며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이 와중에 '차이나 패싱'까지 대두되자 전통적인 우방국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는 관측이다. 전례가 없지도 않다. 지난 2000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5월29일부터 같은달 31일까지 사흘간 중국을 방문,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 개선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조중친선의 귀중한 전통을 계승해 발전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려놓으려는 것은 우리 당과 정부의 확고한 결심"이라며 "전략적 의사소통과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해 단결과 협력을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최근 한반도 정세 완화가 "김정은 동지의 전략적 결단과 노력의 결실"이라고 화답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북중 최고지도자가 처음 만난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체를 통해 '전략전술적 협동 강화', '전략적 결단'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호 입장을 내밀하게 조율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이번 중국 방문을 최대한 비밀스럽게 추진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실장은 "지금까지 시진핑 주석은 북중 정상회담 개최의 조건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입장 천명을 요구해왔다"며 "김정은위원장이 비핵화 결단을 내렸다면 북중정상회담 개최의 장애물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중국을 방문한 점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국내 시찰을 다닐 때도 열차를 이용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전용기를 이용해 국내 시찰을 다녔다. 이에 따라 만약 해외에 나갈 경우 비행기를 이용할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정은 위원장 일행이 탄 '특별열차'는 신의주를 지나 국경을 넘어갔다. 이후 단둥과 선양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과 동일한 경로다. 지난 2016년에 36년 만에 당대회를 열어 대관식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의 상징성을 부각하기 위해 열차를 택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