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트럼프·푸틴, '러 美개입설' 함께 부인하고 "협력하자"
헬싱키 정상회담서 두 시간 넘게 단독 대화트럼프 "정보당국 신뢰하지만 푸틴은 강력히 개입설 부인"푸틴 "러시아 국가는 개입한 적 없어...뮬러 특검 조건부 협조 가능"핵감축·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양국 협력 강조
냉전 이후 미러 관계가 최악에 빠져 있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미국 정계에서는 치욕스러운 정상회담이 진행됐다는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두 정상은 보좌진을 대동하지 않은 채 예정된 시간 90분을 훌쩍 넘는 2시간 동안 단 둘이서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푸틴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설에 관해 "그들은 러시아 짓이라고 말하는데 푸틴 대통령은 방금 내게 러시아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사는 우리 나라에 재앙이다. 우리를 계속 갈라놓고 있다. 결탁은 없었다. 모두가 안다"며 "깨끗한 선거운동이었다. 나는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대선 후보)을 쉽게 이겼다. 약간의 의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는 솔직히 지난 수년 동안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대단히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세계는 정말로 우리가 잘 지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는 두 대단한 핵강국"이라라며 "우리는 핵의 90%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건 좋은 일이 아니라 나쁜 일이다. 나는 우리가 이 문제를 놓고 무언가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선 자리에서 미 대선 개입설을 거듭 일축했다. 그는 "러시아 국가(the russian state)는 절대로 개입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선거 절차 같은 미국 내정에 개입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가 상호적으로 이뤄진다는 조건 아래 뮬러 특검팀이 러시아에 들어와 조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며 대신 러시아 역시 러시아 내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미국 사법 당국자들을 심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국제 안정과 안보, 대량 파괴 무기의 비확산을 위해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논의를 희망하는 의제들과 군사 기술 협력과 관련해 상호작용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해 기쁘다"며 "여러모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여 덕이 컸다. 그는 대립보다는 대화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러 정상회담을 놓고 미국 정계에서는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화당의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도덕적으로 대등하지 않다. 러시아는 우리의 가장 기본적 가치와 이상을 적대시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늘 헬싱키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기억 속에서 미국 대통령이 한 가장 치욕적 행동"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세상물정 모르는 발언과 자만, 독재자에 대한 잘못된 동화와 공감이 일으킨 손실을 추산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편먹고 미국 사법당국과 국방 관계자, 정보 기관들을 반대하는 건 경솔하고 위험하며 나약한 일"이라며 "대통령이 나라보다 자기자신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