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 앞]양당 구도냐 다자 구도냐…'보수대통합' 경우의 수는
범여권 단일화 맞서 보수통합 필요성 점점 대두황교안 '빅텐트론' vs 유승민 '개혁보수' 갈릴 듯당 대 당 통합 대신 의원 개별 영입 가능성 커전략적 필요성 떨어져 보수대통합 무산될 수도한국당 지지율 오를수록 '친황 체제' 구축 쏠려"총선 승리 뒤, 대선 전에 추진해도 늦지 않아"
정치권에서는 이익과 노선을 좇는 국회의원들의 이합집산이 올 가을께 본격화하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4·3 보궐선거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총선 전망에 위기감이 팽배해 정계개편의 계절이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계개편 논의는 주로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소위 '보수대통합론'이 끊임없이 분출하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예열되는 상황이다. 보수대통합 방식을 둘러싼 경우의 수는 크게 당 대 당 통합, 의원 개별 이동, 신당 창당을 들 수 있다. 황교안 한국당 당대표는 이념에 상관없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인정하는 모든 정치 세력을 끌어 담겠다는 이른바 '빅텐트론'을 계속 밀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창원 보궐선거 때 대한애국당 표가 너무 아쉬웠다. 우파 통합의 교훈을 얻었다"며 석패 원인을 보수 표가 일부 분산됐기 때문으로 보고 보수대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의석수를 기준으로 자유한국당은 114석, 바른미래당은 29석으로 당 대 당 통합을 하게 되면 143석이 된다. 단순 계산으로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8석)을 제치고 원내 제1당에 오를 수 있다. 다만 바른미래당 내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통합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높다. 진보 성향인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제3지대'에서 호남신당을 차리기 위해 자진 탈당하지 않는 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 당 대 당 통합은 확률상 '제로(0)'라고 할 수 있다. 친박계 핵심인 조원진 의원이 대표로 있는 대한애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도 사정은 여의치 않다. 박건희 대한애국당 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내 "보궐선거 이후에 보수대통합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탄핵을 주도했던 배신자들과는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헌신짝처럼 내쳐버린 홍준표 대표 등을 정리하지 않으면 대한애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당 대 당 통합보다는 의원 개별 영입을 통한 보수 세력의 통합에 더 무게가 쏠린다. 지난해 말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의 자유한국당 복당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바른미래당의 '인재 영입 1호'로 불리는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 한국당으로 입당했다. 바른정당계 의원 8명과 보수 색채가 짙은 이언주 의원 등의 한국당행(行)도 타이밍의 문제일 뿐 궁극적으로는 실현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총선이 임박한 즈음에 몸값을 최대한 높여 옮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비박계 성향인 바른정당계 의원 대다수가 친박계가 득세하기 시작한 '황교안 체제' 하의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는 데 회의적이어서 의원 개별 영입을 통한 보수대통합론 역시 지금으로써는 추진 동력이 약해 보인다는 점이다. 유승민 전 대표는 최근 대학 강연에서 보수통합론과 관련, "자유한국당이 보수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덩치만 키우는 통합은 국민들에게 외면 받을 것"이라며 "그 분들이 제 눈에 보기에는 변화, 혁신할 의지가 없어 보이고 변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물밑에서 의원들 간 교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나보면 한국당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게 아니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마음은 어느 정도 넘어 왔다고 말하는 의원도 있다"며 "복당을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 내부적으로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들 한국당과의 통합에 관심은 있어도 인지도가 높은 중진 의원들은 복당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고 있고, 상대적으로 초·재선 의원들은 내년에 선거에서 떨어질까 봐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늦어도 올 연말에는 탄핵 찬성 세력과 개혁보수 성향 인사들을 중심으로 중도·개혁보수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에서 거론된다. 재야의 보수 인사들까지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보수대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바른정당계 의원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보수대통합론으로, 여기에는 한국당 안에서 친박계에 밀린 비박계 의원들을 흡수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지난해 말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올해 초에도 한국당 의원들을 두루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교안 체제가 안착하고 있는 만큼 거대 정당의 틀을 깨고 신당에 합류할 보수 정치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총선 전 보수대통합이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황 대표가 TK(대구·경북)에 치중한 한국당의 정치 구도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 보수대통합을 시도하겠지만, 수도권과 PK(부산·경남) 등 탄핵 이후 약세 지역에서 근래 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만큼 보수대통합을 총선 전략의 대전제로 두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황 대표가 당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총선에서 공천권을 최대한 활용, 대폭 물갈이를 통해 '친황(親黃) 체제' 구축에 우선 순위를 둘 가능성도 상당하다. 야권의 보수대통합은 총선에서 승리한 뒤, 대선 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시각이다. 황 대표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보수 통합을 묻는 질문에 "헌법 가치를 같이 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함께 하는 통합을 꿈꾸고 있지만 갑자기 그렇게 되기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단단하게 다져지면 그 외연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 큰 통합을 하나하나씩 이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번에 (보궐 선거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