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준공영제 확대, 큰 정부 논란 부르나
광역 버스 준공영제로 정부 개입 그늘 더 짙어져…시대역행준공영제 확대, 민간부문 활력 떨어뜨려 경제 체질 악화 우려도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되풀이되온 큰정부-작은정부 논란을 재점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광역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할 방침을 거듭 확인하는 등 정부 개입의 그림자가 더 깊어졌다. 또 요금 인상 문제를 놓고 각을 세워온 단체장간 이견을 매끄럽게 조율하지 못하면서 지방분권 이후 삐그덕 거리는 중앙정부-지자체간 거버넌스의 현주소도 짚어보는 기회가 됐다. ◇벼랑끝 전술 울산 버스노조, 최대성과…임금인상률 7% 15일 서울시, 경기도,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서울과 대구, 부산, 울산, 인천, 대구, 광주를 비롯한 8개 지자체 버스노조는 이날 예고한 버스 파업을 철회했다. 이들은 지자체별로 임금을 4~7%가량 올리고 정년을 63세로 늘리는 등 파업에 앞서 내건 요구조건들을 대부분 관쳘시켰다. 가장 큰 전과를 거둔 곳은 울산지역 버스노조다. 광역시중 준공영제를 아직까지 시행하지 않는 이 지역 버스노조는 한때 버스 운행을 중단하는 등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해 임금 7% 인상에 극적 합의했다. 이어 광주 6.4%, 경남·대구 4%, 부산 3.9%, 서울 3.6% 순으로 요금이 많이 올랐다. 인천은 임금을 3년간 20% 올리기로 합의했다. 서울시와 요금인상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경기도도 한숨을 돌렸다. 이재명 지사가 당정 협의에서 서울시와의 동반 인상 요구를 철회하고 200원 인상을 전격 수용하면서 '파업의 뇌관'을 사실상 제거했다. 쟁의조정 기한 연장(28일)은 요금 인상 폭이 정해짐에 따라 노사 양측이 임금인상률을 비롯해 핵심 쟁점을 다시 조율할 시간이 필요한 데 따른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경기도는 당장 7월부터 주52시간제에 돌입하는 300인 이상 사업체 대부분이 몰려 있어 버스대란의 최대 격전지로 불렸다.
◇버스대란 막은 일등공신이자 최대수혜자 '이재명 지사' 이번 총파업 사태 해결의 일등공신은 이재명 경기 지사 측이 꼽힌다. 이 지사 측이 버스 요금인상의 총대를 메자 그동안 시민들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던 지자체들도 인상 대열에 동참할 명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충청남북도, 경상남도 등도 올해 중 요금을 올리기로 했고 나머지 시도도 요금인상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들은) 다들 요금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다만) 홀로 올리기가 부담스러우니 다들 수도권에서 올리면 하반기에 올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버스노조가 경고한 파업사태가 극적으로 해결 수순을 맞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간 거버넌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비롯해 몇 가지 해묵은 숙제도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우선, 지방분권의 원리에 따라 지자체로 권한이 대거 이양됐지만, 단체장간 이견을 조율할 수단은 부족해 혼선이 깊어지는 등 효율적인 정책 추진 수단이 제한된 한계가 다시 확인됐다. 이번에도 국토부가 요금 인상을 놓고 각을 세우는 이재명 경기 지사와 박원순 서울 시장 간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접점을 끌어내지 못하자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국토부가 올해 들어 지방자치단체 간 교통정책을 조율할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를 출범한 이면에도 권한 이양으로 힘은 커진 데 비해 정부 정책에 과거보다 덜 협조적인 중앙정부-지방정부의 역학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고 말했다.
작은정부-큰 정부 논란도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가 자자체에 권한을 대거 이양하고도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대광위를 설립한 데 이어 광역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개입의 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입이 현 정부 들어 가뜩이나 움츠러든 민간부문의 활력을 떨어뜨려 경제 체질을 더 악화시키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고개를 든다.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버스를 비롯한 민간 부문 개입을 점차 강화하는 행태가 지속가능한지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력 산업이 쇠락하고, 인구가 감소하는 등 이중고를 겪으며 흔들리는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지방 자치단체가 준공영제를 운영하며 특정 분야를 떠받치고 이도 여의치 않으면 중앙정부가 나랏돈을 풀어 부축하는 방식이 언제까지 작동할 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