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가와 이토 "한·일, 불완전에서 미 찾는 의식이 닮았다"
베스트셀러 '달팽이 식당' 일본 작가
일본작가 오가와 이토(46)가 소설 '달팽이 식당'의 집필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오가와의 데뷔작으로,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지는 작은 식당 이야기다. '링고'는 동거하던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삶의 희망을 잃는다. 엄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 달팽이식당을 연다. 정해진 메뉴는 없고, 받는 손님은 하루에 딱 한 팀이다. 손님의 취향을 철저히 사전조사한 뒤 상황에 맞는 음식를 내놓는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다양한 손님이 찾아온다. 많은 이들이 식당에서 행복을 찾으며, 링고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음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 소설은 수십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한국을 포함한 6개국에서 번역·출간됐다. 영화로도 제작돼 2010년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2011년에는 이 작품으로 권위있는 이탈리아 문학상인 '프레미오 반카렐라상'과 프랑스의 '유제니 브라지에 소설상'을 받았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건 분명히 축복이다. 하지만 늘 즐거울 수만은 없다. 소설가는 필연적으로 창작의 고통을 마주한다. "책은 나에게 자식과 같은 존재다. 산고의 고통을 겪고 내놓은 것"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는 또다른 부모가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 대해서는 손자와 같은 인상을 받는다.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할머니로서 항상 귀엽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하."
"소설가가 꼭 되고 싶었다. '하늘'이라는 단어를 보고 느끼는 것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맑은 하늘, 어떤 사람은 어두운 하늘을 떠올린다. 자기 안에서 이야기를 재구축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소설가는 독자와 몇 시간이 됐든 인생의 일부를 공유한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나서 어떤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같은 열차를 타고 함께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소설은 정말 매력적이다. 독자를 1대 1로 만날 수 있는, 밀접하게 연결되는 가능성을 가진 장르다. 지금 독일 베를린에서 생활하고 있다. 언젠가는 베를린에서 받은 영감을 갖고 책을 써보고 싶다."
오가와는 이번 행사에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작년 말에 북콘서트로 한국에 처음 왔다. 양방언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글을 낭독했다. 이번이 두번째 방한인데 정말 많은 것을 체험했다. 한국을 일본과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 나와 이웃인 나라라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가구박물관에서 고가구를 본 것을 가장 인상깊었던 일로 꼽았다. "감나무로 만들어진 가구였는데, 무늬가 있었다. 그것이 가구가 노화된 흔적이라고 들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자연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의식이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이라고 느꼈다. 일본에서도 도자기를 보면 금이 가는 것을 아름답게 여긴다. 그런 불완전함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미의식이 닮아있다. 우리집 찬장에 오래된 한국백자 접시가 있다. 지금까지도 이 접시를 소중히 다루며 잘 사용하고 있다. 한국음식 문화를 비롯해 그릇·가구 등 생활용품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대한 견문을 넓히게 됐다. 훗날 이 경험이 창작활동에 영감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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