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프랑스로 해외입양 됐다, 조해진 '단순한 진심'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다정했던 분위기가 완전히 복구된 건 아니지만 점심은 함께 먹어야 했다. 촬영 날에는 배우와 스태프에게 밥을 사는 것이 감독인 서영의 원칙이었던 것이다. 청량리역 근처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우동과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자마자 소율은 극장에게 티케팅 아르바이트가 있다며 급하게 버스를 타러 갔다. 은과 나는 소율이 빌려온 마이크와 녹음기를 하나씩 손에 들고 서영을 따라 지하철에 올랐다." 200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조해진(43)의 '단순한 진심'은 해외입양 문제를 짚은 소설이다. 삶에 우연히 등장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껴안으려는 이야기다. '나나'는 35년 전 프랑스로 해외입양이 됐다. 파리에서 배우이자 극작가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자신의 삶에 중요한 갈림길이 될, 두 가지 소식을 받아들게 된다. 하나는 자신이 헤어진 애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그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고 싶다는 한국 대학생 '서영'의 이메일이다. 서영은 "나나가 해외로 입양되기 전, 그를 보호했던 한 기관사가 지어 준 '문주'라는 이름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영화에 담고 싶다"며 나나를 설득한다. 나나는 배 속의 작은 생명을 '우주'라고 부른다. 서영의 제안을 따라 이름의 기원을 알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한다. 스크린 바깥의 인물들이었던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인생에서 접힌 페이지였던 나라에 발을 디뎠다. 나나는 자신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난 타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에도 몰두한다. 만나는 이들의 이름은 물론이고, 거쳐간 서울 곳곳의 지명과 의미를 묻는다. 자신을 향한 탐색과 타자를 향한 응시의 시선이 교차한다. "내 삶의 바깥엔 문주가 있었다. 프랑스로 떠난 나와 달리 한국에 남은 문주가 한국에서 살며 나와 같은 속도를 나이를 먹어 왔을 거라고 가정하면 평행하는 두 개의 삶이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특별한 날, 기분이 좋은 날, 기분 좋은 상태를 의심하다가 결국 비참한 기억에까지 가닿는 날, 아무런 근거나 맥락도 없이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으리란 예감이 드는 날, 나는 비상약을 찾듯 스크린의 바깥에 있는 문주를 소환하곤 했다. 문주를 상상하는 게 나는 좋았다." 조 작가는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나를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저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또 어떤 생을 살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다"고 했다. "저마다 다른 그들의 근원과 살아온 과정과 먼 미래를 생각하니 생명만큼 위대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생명이 화두인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시작됐다. 어쩌면 하나의 온전한 우주가 되기도 전에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게 조금이나마 자격이 있다면, '단순한 진심'은 이 세상 모든 생명에 바치는 헌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268쪽, 1만3000원, 민음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