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선 친박, 밖에선 친일 논란…'내우외환' 한국당
여권, 친일프레임으로 연일 공세…전당대회 이전 지지율로 하락사무총장·예결위·사개특위 위원장 친박 일색…"새누리당 회귀"
최근 한국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외환(外患)'은 여권에서 지속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친일 프레임'을 들 수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백태클은 신(新) 친일", "한국당은 일본을 위한 엑스맨", "한국당은 자책골 쏘는 팀킬" 등으로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며 한국당을 비난하고 있다. 이에 한국당은 조국 수석의 '페북정치'를 고리로 삼아 문재인 정부의 무능한 외교정책 때리기로 대여(對與) 반격을 강화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친일 몰이나 하는 한심한 청와대", "정부야말로 신 친일파", "얼빠진 정권의 얼빠진 안보정책" 등으로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생각보다 지지율에는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최근 리얼미터가 발표한 7월3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주 대비 3.6%p 상승한 42.2%를 기록, 지난 2주 동안의 내림세를 멈추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상당 폭 반등했다.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2%p 하락한 27.1%를 기록, 더 큰 하락폭을 나타내며 지난 2월 전당대회 직전인 2월3주차(26.8%)수준으로 떨어졌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이 같은 결과는 청와대와 여당이 국민들의 단합을 촉구하면서 반일(反日) 여론전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심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반일 공세를 강화할지, 대여 투쟁을 강화할지 중심을 잡지 못한 가운데 당 내에서는 조국 수석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정갑윤 의원은 "보이콧 재팬으로 열불을 표출하고 있는 국민의 외침을 자유한국당도 한껏 응원한다"면서도 "한일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할 청와대의 수석은 본분을 잃고 죽창가 등을 언급하며 선동정치를 하고, 심지어 정부의 무능외교를 비판하면 친일로, 매국노로 몰아세우며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맹공했다. 심재철 의원은 "우리 정부는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정치적 득실 계산과 반일선동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청와대 조국 수석은 정부를 잘못 비판하면 이적행위로 몰아서 인민재판에 부친다"고 성토했다.
한국당은 '내우(內憂)'로 인한 의원들의 근심도 가득하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수장으로 친박계의 중진 유기준 의원이 내정되면서 비박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당은 23일 변호사·교수 출신인 유 의원의 전문성을 감안해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유 의원은 해양법을 전문으로 한 변호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권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다. 한나라당 법률지원단 단장과 19대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지만, 20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나 사개특위 등의 검경 관련 상임위보다는 주로 외교, 통일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했다. 사개특위 위원장 후보군에서 유력하게 거론됐던 판사 출신 4선 중진 주호영 의원이 유 의원에 밀린 것을 두고 비박계 복당파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불과 얼마 전에도 비박계 복당파인 3선 중진 김세연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동시에 맡은 것을 두고 친박계 쪽에서 문제 삼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노른자 보직'으로 평가하는 당 사무총장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사개특위 위원장까지 친박계가 내정되자 당 안팎에서는 계파 독식 논란과 함께 '도로 친박당'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심지어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지원에 힘입어 지도부에 오른 만큼 '보은 인사'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다만 박 사무총장은 "이완영 전 의원 위로모임에 잠시 참석한 바는 있으나 사무총장으로서 선거연대 등 논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비박계에 속하는 장제원 의원은 24일 "자유한국당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며 "2016년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의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과거로 회귀해서, 상대의 실패만 기다리는 용기없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며 "과거를 붙잡고 변화하지 않는 보수,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는 보수를 '수구'라고 한다"며 친박계를 견제했다. 반면 중립적인 성향의 한 의원은 "여권이 프레임 씌우기에 능하기 때문에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금의 한일 문제에 대한 비판을 친일 프레임으로 피하고 있지만 경제 실정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고 평가할 날이 올 것"이라며 "당 내 다양한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계파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지만, 이 문제는 황교안 대표가 늘 의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계파 갈등으로 확대되는 일이 없도록 잘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