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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배,난장판,사기꾼…" 트럼프, 인종차별 발언공세 왜?

등록 2019-08-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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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선 때 흑인표 지지표 표 8% 뿐

2020년 대선 앞두고 백인지지층 집결 노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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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타운=AP/뉴시스】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에서 열린 버지니아주 의회 창립 4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는 도중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이브라힘 사미라가 손팻말을 들고 반트럼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올해 보궐 선거에서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사미라(27) 의원은 치과의사 출신 초선의원으로 트럼프의 발언을 풍자해 “당신이나 타락한 고향으로 돌아가라”라는 문구와 트럼프 타워가 그려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유색인종 의원들을 향해 “범죄로 들끓는 타락한 고향으로 돌아가 그쪽 문제부터 처리하고 오라”라는 발언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2019.07.31.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는 여성과 흑인, 무슬림, 이민자 등 소수집단을 향해 인종 차별적인 독설을 이어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가장 민감한 화두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14일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가 합의한 국경지대 긴급 예산 지원 법안을 비판한 민주당 소속 유색 여성 초선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에 가라'고 발언해 인종차별 주의자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가 겨냥한 민주당 유색 여성 초선의원 4인방은 히스패닉계 여성 의원 오카시오 코르테스, 첫 무슬림 여성 의원이자 미국 정치계에서 금기시하는 유대인 비판을 감행한 일한 오마, 팔레스타인 이민 가정 출신인 라시다 틀라입, 흑인인 아이아나 프레슬리다.

그는 당시 트위터에 "그들은 정부가 완전히 재앙적이고, 가장 부패했고 무능한 나라 출신"이라며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미국이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에 대해 공격적으로 지적한다. 원래의 나라로 돌아가서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부터 바로잡으면 어떤가"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달 27일에는 흑인 중진의원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을 '잔인한 불량배'로, 커밍스 의원의 지역구이자 흑인 거주지역인 볼티모어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하고 최악으로 운영되는 곳",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지칭해 거센 반발을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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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소말리아 난민 출신 일한 오마 미 하원의원(가운데)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왼쪽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 인종차별 공격을 받은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 오른쪽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다. 2019.07.16.
커밍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과 국경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물론 백악관 고위직을 맡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겨냥한 위원회 차원의 조사 결의를 이끌어내 트럼프 대통령을 분노케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달 29일에는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를 '사기꾼(con man)'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알은 사기꾼이자 말썽꾸러기로 항상 성공을 찾고 있다. 그는 백인과 경찰을 싫어한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사자와 야당, 해당 인종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이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문제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반대그룹을 역으로 인종차별 주의자라고 비난하며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노스캐롤라이나 그린빌 유세 집회에서는 민주당 유색 여성 초선의원 4인방을 겨냥해 "분노로 가득 찬 극단주의자"라며 "지속적으로 우리나라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오마 의원을 향해 "그녀를 돌려보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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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인 민주당 중진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의원에 이어 이번엔 흑인 민권 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사진은 알 샤프턴 목사가 지난 4월3일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2019.07.30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달 19일 자신의 지지자의 발언을 문제 삼은 언론과 민주당 유색 여성 초선의원 4인방을 싸잡아 "역겨운 동반자 관계"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같은달 22일에는 민주당 유색 여성의원 4인방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역으로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달 28일 커밍스 의원과 볼티모어시, 흑인사회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판을 받자 "인종차별주의자인 커밍스 의원이 자기 에너지를 자신의 선거구에 집중시켰다면 볼티모어는 더 빨리 개선됐을 것"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커밍스 의원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같은달 21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이 나라 좌파 민주당은 그들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간단하게 침묵시키기 위해 인종차별주의자 딱지를 사용해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거침없는 인종차별적 발언은 백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강화하고 문화적 변화를 싫어하는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선거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흑인과 라틴계, 아시아계 지지층은 극소수라 인종차별 공세로 잃을 표가 적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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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는 12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 대해 의회 모독죄 적용 결의안 표결을 강행했다. 사진은 위원회에서 발언하는 엘리야 커밍스 위원장(사진 가운데). 2019.06.13
폴리티코는 같은달 29일(현지시간) 트럼프캠프와 가까운 익명의 공화당 인사 분석을 인용,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이번 일 때문에 얼마나 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권자를 잃을 것 같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6년 대선 CNN 출구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권자 비율은 8%에 불과했다. 민주당 소속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가 89%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표를 얻은 점과 비교된다.

결국 애초부터 트럼프 대통령 흑인 지지층이 극소수인 만큼, 인종공세로 인한 '이탈'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출구조사 결과 라틴계, 아시아계 유권자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 비율도 각각 28%, 27%에 불과했다. 반면 백인 유권자의 경우 2016년 대선 출구조사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 비율은 57%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공세가 결국 주요 지지층에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은 같은달 29일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지지층인 백인층을 결집하기 위해 외국인 혐오와 구식 인종차별주의를 꺼내들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2020 재선에서 패배할 것을 알고 있고 자신과 자신의 사업제국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퇴임 이후 기소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최근 인종차별 발언의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같은달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1970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과 미국 원주민, 아시아인, 무슬림 등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이어왔고,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민자와 무슬림 등에 대한 인종차별적 편협함이 선거전의 핵심이자 당선의 원동력이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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