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만 봐주세요' 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 디자인 컬렉션
2008년부터 수집한 책상 의자 조명 식기등 120점 공개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집안의 '미니멀리즘'을 꿈꾸고 있다면 찾아 볼만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단순하지만 아름답고, 쓸모 있는 기능성이 합쳐진 '옛날 가구' 모던-빈티지 의자 책상 조명 키친 시스템이 미술관에서 뽐내고 있다. 레트로풍 열풍으로 현재 우리 가구시장에서도 보기 흔한 디자인이지만, '오리지널리티'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서울 삼청로 금호미술관이 선보인'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전시다. 2008년부터 유럽 모던 디자인을 소개한 세 차례의 전시를 통해 500여 점에 달하는 금호미술관의 디자인 컬렉션을 공개했다. 금호미술관 30주년과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전시다. 바우하우스 디자이너 마르셀 브로이어,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와 루이지 콜라니, 찰스와 레이 임스 등 유럽 ∙ 미국의 국제적 디자이너들의 오리지널 디자인 120여 점을 소개한다. 가구부터, 어린이 가구 및 장난감 컬렉션과 '프랑크푸르트 부엌'(1927)에서 시작된 주방 가구 시리즈 등 20세기의 문화사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생활 가구들이다. 페터 켈러(Peter Keler)의 '칸딘스키 컨셉의 요람'(1922/2000년대)과 마르셀 브로이어,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 칼만 렝옐(Kalman Lengyel) 등의 캔틸레버 의자(cantilever chair) 시리즈, 빌헬름 바겐펠트의 오리지널 빈티지 '주전자'(1929) 등, 바우하우스의 상징적인 디자인 오브제가 대거 선보였다. 바우하우스 가구는'모든 사람을 위한 좋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자 했던 디자이너들의 조형 실험이 돋보인다. 바우하우스는 독일에서 1919년부터 1933년까지 약 14년간 지속되었던 예술 학교다. 바이마르에서 시작되어 데사우, 베를린으로 이어진 바우하우스는 세계 최초의 디자인 교육 기관이자 조형 운동으로서, 산업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미적 형식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그 저변에는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1차 세계 대전의 폐허 위에서 미술가들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였던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는 “함께 미래의 새로운 구조를 꿈꾸고, 인식하고, 창조하자”고 제안하며 바우하우스를 설립하였다. 건축을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을 통합하고자 하였던 초기의 바우하우스는 모든 개별 장르의 예술을 하나의 종합 예술로서 이해하고 학생들에게 형태와 공예를 함께 가르쳤다. 바우하우스는 나치 세력의 확대로 1933년 폐교했다. 그러나 이후 세계 각지로 망명하거나 이주한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바우하우스 이념을 계승해 나갔다.
이번 전시에는 바우하우스에서 가르치고 배웠던 디자이너들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금호미술관 2층과 3층의 4개 전시실에서 펼쳐졌다. 바우하우스 컬렉션은 마르셀 브로이어,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 크리스찬 델(Christian Dell), 빌헬름 바겐펠트, 마리안느 브란트(Marianne Brandt) 등 주요한 디자이너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층 바깥 전시장은 마르셀 브로이어와 칼만 렝옐의 책상과 의자 제품들을 중심으로 마리안느 브란트의 탁상시계나 재떨이, 발터 그로피우스의 다기 세트 등 소품과 함께 선보인다. 또한 아돌프 마이어(Adolf Meyer)와 빌헬름 바겐펠트의 천장 조명과 커트 피셔(Curt Fischer)의 책상용 조명 등 다양한 빈티지 조명이 어우러졌다. 안쪽 전시장에서는 크리스찬 델과 마리안느 브란트의 조명, 빌헬름 바겐펠트의 유리 제품 및 오토 린디히(Otto Lindig)의 세라믹 다기 세트 등 다양한 공예 작품들을 가까이 살펴볼수 있다. 바우하우스 바이마르와 데사우에서 수학한 마리안느 브란트는 바우하우스 최초의 여성 금속 공방장이었다. 빌헬름 바겐펠트가 산업용 유리로 제작한 '쿠부스 저장 용기'(1938)는 용도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듈식으로 디자인되어있는게 특징이다.
10여 년에 걸쳐 수집된 금호미술관 의자 책상 조명 디자인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만지거나 앉아볼 수 없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가구들앞에는 '눈으로만 봐주세요'라는 안내판이 함께한다. 금호미술관 김희원 큐레이터는 "컬렉션을 바탕으로 현대 생활 문화의 원류로서의 모던 디자인을 다시 살펴보는 이 전시는 20세기 디자이너들의 실험과 혁신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2월2일까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