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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이공 수수료 주면 남는게 없다"…면세업계, 해외진출 가속화

등록 2019-08-26 16:38:05   최종수정 2019-09-02 09: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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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커졌지만 수익성은 '글쎄'

롯데-신라, 창이공항서 입찰경쟁

매장 수 많은 롯데, 알짜매장 보유 신라

中관광객 발길따라 해외지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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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라면세점 제공)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상반기 매출 12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면세업계. 하지만 따이공에 수수료를 쥐어주는 방식의 영업으로 외형만 키웠지 실속은 적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가뜩이나 시장도 작은데 시내면세점이 더 생길 예정인데다, 언제까지나 중국 관광객이 찾아오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는 위기감에 시장 상위 업체들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서 롯데-신라 맞불

2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담배·주류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이날 마감한다. 이 입찰에 국내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참여한다.

면세업계 권위지인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면세점 순위 1위는 듀프리(매출 76억8700만 유로·9조8175억원), 2위 롯데면세점(60억9300만 유로), 3위 신라면세점(54억7700만 유로) 순이다.

국내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7개국에서 13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빠른 속도로 해외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일본 도쿄긴자점은 지난해 약 9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일본 대표 시내면세점인 미쓰코시면세점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베트남에선 다낭, 나트랑, 하노이 등 주요 도시에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올 초에는 JR 듀티프리로부터 인수한 오세아니아 지역 5개 지점도 롯데 식구가 됐다.

신라는 롯데보다 해외매장 수는 적지만 인천-홍콩 첵랍콕-싱가포르 창이 등 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유일한 사업자다.

신라면세점이 이번 입찰 매장을 차지한다면 현재 운영 중인 창이공항 향수·화장품 매장과 더불어 알짜 매장을 하나 더 갖게 된다. 롯데가 사업권을 갖는다면 신라와의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다만 해당 매장을 40년 가량 운영해 온 미국 DFS가 이번 입찰에 가장 유리하다. DFS는 기본계약기간 이외 2년의 옵션계약기간이 남았지만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재입찰을 선택했다. 임대료 부담 등으로 인해 새로 계약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DFS가 40년의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신규 사업자보다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좋은 장이 들어섰는데, 참여를 안 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 국내업체들이 도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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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면세점 제공)
또 다른 관계자는 "DFS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창이공항 측에서 온라인 면세점 활성화를 원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이기에 해볼만 하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국내시장 한계 뚜렷…"나가서 손님맞자"

국내 사업자들이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땅따먹기 하듯 사업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총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19.4% 늘어난 11조6568억원 수준이다.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시장을 키운 주체인 중국인 보따리상(代工·따이궁) 의존도가 커지면서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에게 줘야 하는 수수료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시내면세점 수는 6개에서 13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가 서울 지역에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3개 더 추가하기로 하면서 '나눠먹기'는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패턴이 달라졌다는 점도 국내에 앉아서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이유가 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국으로의 단체관광이 막히면서 중국인들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등지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의 주 고객층은 중국인인데, 이들이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지로 많이 나가고 있다"며 "해외 진출은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국적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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