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각도와 회전의 미학…당구의 세계
한국에서 보편화된 3구 4구 경기는 '캐롬 당구''빌리어드' 용어 1500년 영어에 등장토브욘 브롬달, 스리쿠션 '세계 최고 선수'한국 당구계의 전설 이상천, 월드컵 4차례나 우승
작은 실수 하나라도 나오더라도, 수구는 목적구를 빗나가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격이 다른 실력에 감탄사가 나온다. "나도 한 번 해볼까"란 마음으로 큐대를 잡아보지만, 체계가 없는 실력으로는 넘볼 수 없는 경지만 느낄 뿐이다. 한국에 보편화된 당구는 캐롬 당구다. 흔히 4구, 3구로 불린다. 특히, 한국은 스리쿠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당구장이 없는 동네가 없을 정도로 한국의 당구 인프라는 엄청나다. 때문에 한국에는 세계적인 선수들도 많고, 수 많은 국제대회를 소화하면서 당구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당구의 기원에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견해는 영국, 중국, 프랑스, 이태리와 스페인 등에서 이루어진 공을 밀어내는 경기에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빌리어드(billiard)라는 단어는 1500년도에 영어에 나타나기 시작하며, 16세기와 17세기에 이르러 빌리어드에 대해 언급한 문헌들이 등장했다. 17세기 후반 루이 14세(1638~1715) 때에 유행했는데, 귀족들과 빌리어드를 즐기고 있는 자료들이 남아있다. 본질적으로 현대적 구조와 유사한 당구 테이블은 레일과 돌로 이루어진 베드가 있었으며, 베드는 녹색 천으로 덮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당구는 메이스라 불리는 막대로 하는 경기였다. 메이스는 하키 스틱을 닮은 것이었는데 땅바닥이나 테이블에서 공을 밀어 치는 데 사용됐다. 큐 끝에 가죽으로 된 팁(다프)을 붙이는 것을 고안한 것은 프랑스의 군인 캡틴 미뇨이다. 그는 1807년 큐에 팁을 붙임으로써 공에 테크닉을 가해 당시의 당구 애호가들을 놀라게 했다. 당구공은 19세기 후반까지 상아로 만들었으나, 고가의 가격이 문제였다. 이후 플라스틱(페놀 수지) 공이 개발됐다. 당구공은 과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견고해졌고, 균형감 있는 밀도와 탄성으로 묘기를 연출한다. 현재 비약적으로 발전한 큐대와 공은 각도와 회전을 극대화시켜서 놀라운 궤적을 연출하곤 한다.
캐롬은 3개 또는 4개의 공을 당구대 위에 놓고 내 공으로 다른 공을 맞혀 승패를 겨루는 방식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당구 경기이다. 캐롬의 대표적인 종목은 보크라인, 스리쿠션, 4구경기이다. 보크라인은 대면에 제한 테두리를 그려놓고 테두리 안에서 경기하는 방식이다. 스리쿠션은 2개의 표적구에 맞기 전에 자신의 공이 3회 이상 쿠션에 닿아야만 득점이 된다. 스리쿠션 후 득점은 쉬울 때도 있지만, 난해한 공도 많다. 1목적의 두께가 조금만 잘못 맞아도 큰 오차가 나기도 하고, 두께와 당점이 같더라도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 공끼리 부딪치는 키스가 나 공략에 실패할 수도 있다.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의 차례 때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 속에서 엄청난 기술을 선보이며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4구 경기는 큐볼(자신의 흰 공)를 큐로 쳐서 빨간 공 2개를 맞히면 1점이 득점된다. 득점하면 계속해서 공을 칠 수 있으며, 각자의 에버리지에 빨리 이른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4구경기 때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자신의 에버리지를 소화한 후 최종적으로 스리쿠션으로 목적구를 맞혀야 승리할 수 있다. 에버리지란 일반적으로 7이닝에서 득점할 수 있는 각자의 평균 점수다. 초보자나 베테랑이나 공평한 조건 아래서 승부할 수 있는 것은 에버리지 제도 때문이다. 일반 게임에서는 게임 개시 전에 각자의 에버리지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정직하게 에버리지를 공개하는 매너는 필수다. 이밖에 당구경기에는 스누커, 포켓볼, 잉글리시 빌리아드 등이 있다.
토브욘 브롬달(스웨덴)은 한국 나이로 59세의 나이에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브롬달은 최근 4년 동안 침체기를 걷다가 지난해 12월 생애 7번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스리쿠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브롬달과 함께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스리쿠션 '4대천왕'으로 불리고 있다. 네 선수 모두 한국에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는 고 이상천 대한당구연맹 회장이 독보적인 선수였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한 차례도 없지만, 1990년대 월드컵에서 네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대 스포츠신문에는 그림으로 이상천이 실전에서 보여준 난구풀이에 대한 설명이 실릴 정도였다. 1990년대 당구를 종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양귀문 당구교실'이란 비디오를 시청했을 것이다. 고 양귀문은 일제 시대 때 당구를 익혔고, 수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이후 한국당구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다가 2014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한국에서 이들을 잇는 고수들은 계속 해서 나왔다. 2014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최성원, '당구천재' 김행직, '차세대 에이스' 조명우, '리틀 쿠드롱' 조재호, '불굴의 승부사' 허정한 등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리쿠션 스타들이다.
당구 용어에는 일본식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당구협회는 용어 표준화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 가라쿠션 (변이형 : 가락)은 표적구를 맞히지 않고 쿠션을 먼저 맞힌 후 표적구를 맞히는 기술로 뱅크샷이 정식 명칭이다. 이밖에 ▲갸쿠(큐볼에 역회전을 넣는 기술)는 역회전 ▲나메 또는 나미는 얇게치기 ▲오시(큐볼의 상단을 겨냥하고 치기)는 밀어치기 ▲히네리 또는 시네루는 회전 ▲히키(큐볼의 아래쪽을 겨냥하고 치기)는 끌어치기 ▲리쿠 또는 니꾸는 두번 치기 ▲히키카케 또는 히까끼는 앞걸어치기 ▲빵구는 뒤걸어치기 ▲기리카에시(변이형 : 기리까시)는 빗겨치기(표적구를 맞힌 후 수구가 비스듬히 진행되게 치는 기술)로 순화했다. 또한 ▲쫑(당구공이 부딪히는 현상)은 키스 ▲다테(큐볼이 당구대의 세로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치는 방법)는 세로치기 ▲가야시는 모아치기 ▲삑사리는 큐미스 ▲니주마와시 또는 레지(수구가 당구대 전체를 돌아서 득점하는 형태)는 대회전 ▲우라마와시(적구를 맞힌 수구가 롱 레일, 쇼트 레일, 롱 레일의 순서로 이동하도록 공을 치는 방법)는 되돌리기 ▲오마와시 또는 마오시(적구를 맞힌 수구가 짧은 쿠션, 긴 쿠션의 순서로 맞도록 치는 방법)은 앞돌리기 ▲하코마와시 또는 하쿠(적구를 맞힌 수구가 긴 쿠션, 짧은 쿠션, 긴 쿠션 순서로 맞도록 치는 방법)는 옆돌리기라 부른다. 아울러 ▲후롯쿠 또는 후루쿠(원래 노린 것은 아니지만 뜻밖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경우를 뜻함)는 요행 ▲나시 또는 무시는 무회전 ▲갠세이(상대방이 점수를 득점하지 못하게 하거나 상대방이 의도한 대로 경기 진행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일)는 방해 ▲갬빼이(두 편으로 나눠서 승부를 겨루는 방식)는 복식 등으로 바꿔서 사용해야 옳은 표현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