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연기]'정상개최' 고집하던 일본, 부흥 올림픽 차질
80년전에도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했으나 결국 '취소'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4일 밤 전화 회담을 통해 올 7월 개최 예정이던 도쿄 하계올림픽을 연기하는데 합의했다. NHK,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IOC 역시 성명을 통해 1년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일본은 2020년 이후 늦어도 2021년 여름 안에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나오면서 정상 개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였다. 7월까지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도널드 트펌프 미국 대통령은 연기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완강했다. 대회 연기 시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였고, 중계 방송사와의 문제, 각 종목 선수 선발도 다시 해야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는 올해 7월 올림픽을 개최한다면 불참한다는 소식을 전했고, 뉴질랜드, 호주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설상가상으로 여러 국가와 해외 언론에서는 감염병 속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일본을 비난했다.
그러나 IOC와 일본은 더이상 정상 개최를 고집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했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고 합의안을 도출했다. 선수 및 관람객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현재 전 세계의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상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는 26일부터 예정됐던 성화 릴레이는 취소됐고, 새로운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이제 IOC와 일본은 산적한 현안들과 싸워야한다. 내년 올림픽에 나오는 선수들을 어떻게 선발해야할지, 경기장 확보는 가능한지, 자원봉사자 확보, 경기 입장권 환불 문제 등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검토해야한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9년 전 동일본 대지진을 이겨낸 부흥의 상징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다. 그러나 생각하지도 못했던 바이러스 변수에 막혀 사상 초유의 연기 사태로 이어져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80년 전에도 도쿄 올림픽을 유치해 대회 준비를 했으나 원치 않게 대회를 치르지 못한 바 있어 다시 한번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일본은 1940년 9월 도쿄에서 하계올림픽, 같은 해 삿포로에서 동계올림픽을 각각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937년 발발한 중일전쟁으로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게되자, 1938년 일본 의회가 194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각각 연기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IOC는 1938년 7월 일본의 올림픽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회 개최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올림픽 개최권을 박탈한 것이다. 이후 IOC는 하계올림픽을 1940년 7월 핀란드 헬싱키로 변경했으나 2차 세계대전 발발로 결국 1940년 올림픽은 열리지 못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