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고래 인형을"…우시산 변의현 대표
선박들이 버리는 플라스틱 모아 인형·가방 등 생산코로나19 여파에도 나눔 활동…펀딩 흥행으로 이어져"고래 제품 관심이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로 이어졌으면"[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선박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은 재활용품 구분없이 모두 소각처리 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시산의 고래 인형과 친환경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까지 이어지면 좋겠다." SK이노베이션이 육성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우시산'이 폐플라스틱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바다를 살리고, 고래를 구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울산의 상징 '고래'에 스토리를 입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수익금은 일자리를 만들고, 고래의 삶의 터전인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는데 사용된다. 변의현(42)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폐사된 고래 뱃속에서 엄청난 양의 폐플라스틱이 나온 것을 본 뒤, 바다에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고래 덕분에 이룬 것들을 언젠가는 고래를 위해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우시산의 시작은 2015년 가을 울산 남구청과 SK울산Complex가 공동으로 주관한 '사회적경체 창업팀' 공모전에 당선되면서부터 이뤄졌다. 바리스타 양성 과정을 통해 자격증을 따는 노인들은 많지만, 일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문제점에 착안해 이듬해인 2016년 1월 실버 바리스타 갤러리 카페인 '연(緣)'을 개소했다. 다음으로 주목한 사회적가치가 '해양 환경'이다. 최근 바다 쓰레기인 폐플라스틱과 폐비닐봉지를 먹고 죽은 고래가 발견되면서 고래 등의 해양 생물이 살고 있는 바다 생태계에 대한 이슈가 크게 대두됐고, 고래를 메인 테마로 하고 있는 우시산도 해결책 마련에 뛰어들었다. 우시산 제품은 울산항을 드나드는 선박들이 쓰다 버리는 플라스틱을 모아 친환경 솜과 실로 재가공한 뒤, 인형, 가방 등으로 재탄생된다. 고래인형 1개에 500㎖ 페트병 10.5개가 들어가고, 이렇게 재활용된 플라스틱 양이 6개월간 7만9650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 울산항만공사, 울산지방해양수산청, UN환경계획 한국협회과 '해양 플라스틱 저감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시산은 창업 초기 취약계층 3명에서 시작했지만, 10여명까지 채용 인원을 늘렸다. 매출 역시 창업 초기에 비해 2년 새 6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꾸준한 성장을 이뤘지만 코로나19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오프라인 매장 4곳이 문을 닫아 한동안 매출이 없다시피 했다. 우시산은 전국 유일의 '고래문화특구인' 장생포란 관광지에서 주로 사업을 영위한다. 오프라인 판매장 외 수입을 올리던 텀블러와 머그컵의 단체 판매도 각종 행사가 전면 취소되거나 연장되면서 바닥을 쳤다. 그럼에도 사회적가치 확산을 위해 지난 3월 대구∙경북지역 취약계층 아이들을 돕기 위한 ‘#힘내요_대구경북’ 캠페인을 진행했다. 네이버 해피빈에서 진행한 펀딩 참여자들이 우시산 굿즈의 일상 속 활용 모습을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게재하면, 참여자의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고래 인형 및 고래 티셔츠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증정하는 이벤트였다.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나가기 위한 선행은 크라우드 펀딩 흥행으로 이어졌다.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라는 취지와 제품의 품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변 대표는 "고용조정이나 휴업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우선 인력을 줄이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고 언택트(비대면) 판로 개척으로 살길을 찾았다"며 "직원들과 합심해 네이버 해피핀 공감펀딩에 '고래의 꿈이 담긴 업사이클링 굿즈'란 프로젝트를 개설했다. 결과는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렸고 목표 대비 1044% 초과 달성이란 성과를 올렸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어려울 때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한다면 하늘이 알아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우시산의 노력은 울산 지역의 다른 사회적기업들로 전파됐다. 인쇄출판 및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오렌지디자인’은 고래노트 세트를, 친환경소재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호재’는 면마스크와 인견때타월을, 홈패션 창업교육을 실시하는 ‘마마포미’는 면마스크와 수제애착인형 등을 기부하며 우시산의 캠페인에 동참했다. 우시산은 인형과 의류 외에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폐트병으로 3D 프린트 필라멘트를 만들어 그것으로 관광공예품이나 가구류를 만드는 연구개발(R&D)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변 대표는 "지금껏 만든 플라스틱 제품의 고도화는 물론 업사이클링 제품 구매로 개인의 작은 노력이 얼마나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싶다"며 "울산항의 사례를 성공시켜 부산항, 인천항, 나아가 전 세계 모든 항구로 확대시키고 싶다. 기업이나 학교 등에서도 플라스틱 수거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꿈이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