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영장청구에 "해도해도 너무하다"...삼성, 침묵 속 '억울' 변호인단 "유감"(종합2보)
검찰, 이재용측 심의위 소집요청 이틀 만에 구속영장 청구재계 "인권보호 역행, 검찰 개혁 취지 스스로 훼손" 비판2018년 심의위 도입 후 절차 진행중에 첫 구속영장 청구"인권보호 자체와 검찰 개혁 취지까지 훼손하고 무력화"구속영장 청구는 심의대상 아냐...규정 맹점 악용 지적도"구태여 이런식으로...작정하고 잡아넣으려고 목적 정한듯"
앞서 지난 2일 이 부회장 측이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진 구속 영장 청구다. 이는 2018년 검찰이 심의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심의위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중에 수사팀이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을 강행한 것은 이번 이 부회장 건(件)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이후 이틀 만에 이뤄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억울해 하는 분위기와 함께 또다시 총수부재 상황을 맞게 될 위기 속에 초긴장 상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돼왔고,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에서는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심의위는 검찰 자체 개혁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소집 신청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하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검찰이 개혁 취지와 인권보호까지 스스로 걷어 차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7년 검찰의 기소권과 영장청구권 독점을 깨뜨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많아지자 검찰은 '감찰수사심의위원회 설치'라는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심의위는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기소의 적절성을 따져볼 수 있는 제도로 견제 받지 않는 검찰의 폭주, 이에 따른 인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자 검찰이 '외부 통제를 받아 스스로를 옭아매겠다'고 나선 자체 개혁 방안이었다. 애초 기소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다 보면 수사팀 내부에 자기확증편향이 생겨 반대되는 증거가 나왔을 때 합리적인 판단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검찰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가진 사회 각계의 전문가'들을 심의위원으로 위촉해 수사의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수사팀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 볼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검찰이 해당 권리를 행사한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면서 인권보호와 자체 개혁의 취지까지 훼손하고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취지가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인데 이를 신청했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국민신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도 전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우리 경제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중에 삼성이 보인 역할과 기여를 감안하면 이는 국민 여론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또 피의자의 신청에 따라 소집된 심의위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이 심의위 판단을 건너뛰기 위해 규정의 맹점을 악용한 편법적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기환송심은 법률적인 판단이 제대로 됐는지 검토하는 것인데 수사를 하는 건 아닌데 처음부터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하는 것처럼 행동하더니 구태여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작정을 하고 잡아놓으려고 목적을 정한 것 같다"면서 "목적을 정하고 거기로 가는데 방법이 있나"고 비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팀은 18개월간 공들여 온 삼성 수사에 대한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 조직은 '권한 남용' '위장 개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있다. 김 전 팀장의 경우에는 위증 혐의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 시각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사심의위 절차를 통해 사건 관계인의 억울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고,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그 결정에 따라 처분했다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 등이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 협조해왔던 점도 언급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 수사는 1년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돼 왔다"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에서는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했다" 토로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5년 합병할 당시, 주식교환 비율을 산정하면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 가치가 크게 반영된 점 등을 의심하고 있다. 당시 합병비율이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이뤄지면서 제일모직 지분만 보유한 이 부회장이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 과정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전 부회장을 소환해 약 17시간에 걸쳐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부회장은 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관련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 별도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판단할 부의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