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사면권 행사? 비리 조사 무마?…靑 행정관이 뭐길래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자리 아니냐"는 사람도2~3급 행정관, 직제상으론 부처 과장급 해당
최근 라임·옵티머스 펀드 의혹 등에 전·현직 청와대 행정관들이 거론되면서 그들의 외적 존재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실제 지역에서는 '청와대 행정관'이라고 하면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높은 자리가 아니냐"는 어르신들의 질문도 쏟아진다는 후문이다. 정작 청와대 행정관들은 "빛 좋은 개살구"라며 손을 내젓곤 한다. "우리 근무의 실체를 알면 그런 소리를 못 할 것"이라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와대라는 조직에 속한 하나의 비서일 뿐, 의사 결정 권한도 없다는 게 그들 나름의 항변이다. 실제 직제상으로 보면 행정관은 그리 높지 않은 직급이다. 실장→수석비서관→비서관→선임행정관→행정관→행정요원으로 직책이 나뉘는데, 정무직 공무원을 제외하고 선임행정관부터 2급으로 분류된다. 3~5급까지는 행정관, 6급부터는 행정 요원으로 구분된다. 보통 2~3급에 속하는 행정관들은 부처에서 과장급에 해당한다. 행정관들의 일과는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비서관실이 오전 7시30분이면 첫 회의를 시작하기 때문에 모든 직원은 늦어도 오전 7시까지 출근을 완료해야 한다. 보고서 준비로 새벽 5시에 출근하는 행정관들도 적지 않다. 첫 회의를 마칠 때쯤인 오전 8시30분, 구내식당에 가면 점심시간이 아님에도 직원들로 붐비는 풍경이 펼쳐진다. 주요 업무는 수석비서관(차관급)과 비서관(1급)을 보좌하는 실무 역할이다. 업무에 따라선 일일 평균 4~5개, 많게는 7~8개 회의에 들어가는 행정관들도 있다. "주52시간제 근무가 안 지켜지는 게 오히려 청와대 안뜰"이라는 '웃픈'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비위나 로비 의혹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을 때마다 청와대 행정관들이 연거푸 거론되면서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일례로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대표가 공범들에게 청와대 행정관을 통한 '실형 후 사면'을 약속했다는 진술이 나오자 내부에서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안 그래도 특별사면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기조인데, 심지어 대통령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을 행정관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진술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 연루설이 권력형 비리로 비화되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서 더욱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행정관은 "밖에 나가면 명함을 전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며 "청와대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이용해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업무 관련이 아니라면 명함을 쉽게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행정관은 "국회로 따지면 실무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데 의사 결정이나 인사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억울하다"고 했다. 행정관이 실무자에 불과할지라도 어찌됐든 나랏일을 하는 최상위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만큼, 남은 임기 동안 더욱 긴장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있다. 산하기간과 부처에 대해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언제든 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청와대 행정관 관련 의혹이 더 빈발할 수도 있다. 실제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당부했을 당시 한 참모는 "내부 조직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었을 것"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99%가 깨끗해도 1%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나온, 내부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한 취지였다는 것이다. 400명이 넘게 있는 조직에서 어떤 형태로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발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전체 근무 인원의 80%를 차지하는 행정관들은 '청와대'라는 근무처만 같을 뿐 서로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목에 걸린 명패로 서로가 같은 곳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그때야 가벼운 목인사로 상대방의 존재를 확인한다. '행정관'이라는 이름으로 청와대의 양지보다는 그늘에서 각자 실무에 분주하면서도 외부의 시선에 따른 처신의 무게감을 절감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