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동반사퇴' 해법…文대통령, 尹 징계위 결론 수용 방침(종합)
尹 징계위 불확실성 커지자 후임 법무차관 신속 발표尹, 자진 사퇴 가능성 희박…文대통령, 정치 부담 여전해임 땐 여론 악화 후폭풍…檢 정치적 중립 훼손 시비신임 법무차관이 尹 징계위원장 맡지 않도록 조치도중립성 확보 취지…"공론의 장에서 결과 나오면 그대로"
법원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정지 판결로 인해 마지막 남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징계 카드도 불확실성이 높아진 지 하루 만에 새차관을 내정하며 오는 4일로 예정된 징계위 개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후임으로 이용구(56)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내정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날 신임 법무 차관 인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청와대에서 독대한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는 점, 차관급 인사 발표가 사전 인사 검증 없이 하루이틀만에 진행될 수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법무부간 긴밀하게 조율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징계위 개최를 위한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추 장관을 통한 윤 총장의 자진 사퇴 시나리오가 스텝이 꼬인 데다,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완벽한 상황 정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짊어져야 할 문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만 한층 늘어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스스로 해임하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지난 1일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청구한 직무배제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오는 30일까지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 효력을 정지한다는 내용의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윤 총장은 법원의 이같은 판결로 직무배제 일주일 만에 즉시 복귀했다.
윤 총장의 업무복귀 일성과 향후 거취 여부를 가늠하는 첫 관문으로 평가받았던 법원의 판단부터 예상 밖으로 흐르면서 과정을 주도했던 추 장관의 입지는 더 좁아졌고, 그 부담을 문 대통령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윤 총장의 징계를 위한 두 번째 절차에 해당했던 법무부 감찰위원회마저 앞서 만장일치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는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추 장관이 감찰위 자문을 거치지 않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신임 법무부 차관 발표 전까지만 해도 윤 총장의 징계를 위한 ▲법원 심문 ▲법무부 감찰위 ▲법무부 징계위 등 3가지 절차 중에 징계위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마저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징계 위원 중 한 명인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오는 징계위에 참석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이 주된 근거였다. 법무부는 예정대로 징계위를 소집하겠다던 당초 입장에서 물러나 오는 4일로 이틀 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련의 과정들이 결과적으로 이용구 신임 차관 내정 발표를 위한 '시간 벌기용'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윤 총장 자진사퇴 불가피성을 언급한 것은 법적인 절차가 진행될수록 결단에 대한 문 대통령이 받는 압박이 커지게 되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기 이전에 정치적 해법으로 긴장감을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차원의 접근으로 해석된다. 정해진 법무부 징계위 수순을 밟기보다는 추 장관의 사퇴를 담보로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이끌어 내고, 결과적인 '동반사퇴'를 모색하는 출구전략 차원의 '정치적 해법'을 건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국무위원의 해임 제청권이 있는 총리의 신분을 활용해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더는 모양새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당시 문 대통령이 "고민이 많다"는 반응 외에 확답을 하지 않자 하루만인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전 추 장관과 독대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이뤄진 추 장관과 문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는 윤 총장의 거취 문제를 포함한 검찰개혁 과제 완수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검찰개혁 완수 임무를 부여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 장관의 거취를 정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일관된 시각이었다. 여기에는 어떤 형태로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이전에 추 장관을 정리하게 되면 가까스로 버텨온 검찰개혁 과제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동력을 급격히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제대로 된 설명 없이는 정치적 후폭풍과 여론 악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윤 총장이 추후 자신의 거취에 대한 문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불복하며 추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법원 판결과 법무부 감찰위 판단을 통해 중징계를 통한 윤 총장의 거취를 정리하는 방식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문 대통령의 최종 결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과, 원칙주의자인 문 대통령의 성정상 정치적 타협없이 진행되는 법적 절차를 수용할 것이라는 시각은 여전히 상충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절차적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본 뒤 결단을 내리는 것 외에는 문 대통령에게도 마땅한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징계위의 결론이 면직·해임에 이르는 중징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반드시 해임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최소한 징계위를 공정하게 열어서 윤 총장의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고, 그렇게 나온 결론은 어떤 것이든 수용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신임 법무부 차관이 검사징계위원회에 참여는 하지만 징계위원장 대행은 맡지 않도록 조치했다. 징계위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 법무부 차관, 검사 2명, 외부인사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차관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징계를 요구한 당사자인 추 장관을 대신해 차관이 위원장 역할도 맡을 것으로 알려져있었다. 청와대 조치는 징계위의 중립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여권 성향 법조인으로 분류되는 이 차관을 위원장직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중립성, 공정성 논란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징계위라는 공론의 장에서 서로 공방을 펼치고 그 결과를 따르겠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징계위 외부인사 3명 중 한 명을 위원장에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징계위 결론을 그대로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