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인터뷰]싱하이밍 中대사 "다자주의 빙자한 집단정치, 단호히 반대"
한국 부임 1주년·뉴시스 창간 20주년 단독 인터뷰"배타적 소집단 만들어 타국 견제, 다자주의 역행""중·미 간 모순 현안, 대화로 관리…오판하면 충돌"韓쿼드 참여? "중·한, 한·미 관계 발전 모순 없어야""신장위구르·홍콩 문제, 中 때리면 반박할 수밖에""美 북핵 해결 선의 보이면 북미 대화 재개 가능"
싱 대사는 한국 부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다자주의를 이데올로기화하고 특정 국가를 겨냥한 소위 '가치 동맹'을 만든다면 새로운 분열을 만들고 새로운 충돌을 일으킬 뿐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싱 대사는 지난 12일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화상으로 처음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안보 협력체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대해 강한 우려를 전했다. 현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다음 주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찾아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외교전'을 예고한 상태다. 싱 대사는 "세계화 속에서 각국의 이익이 깊이 융화되고 있고, 공급사슬과 산업사슬이 서로 의존하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한 국가를 배제하고 두 개의 시장, 두 개의 산업사슬을 인위적으로 나누는 것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이는 실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인류 사회는 코로나19의 기승과 경기 침체, 기후 변화 등 유례없는 전 세계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 다자주의야말로 대세이며, 글로벌 협력은 민심이 지향하는 바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배타적이고 정치적인 '소집단'을 만들어 다른 국가를 겨냥하고 억제하는 것은 역사의 대세에 역행될 뿐 아니라 출로가 없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한국의 쿼드 참여에 대해선 "중·한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며 우호적인 이웃이고, 한미 양국은 전통적인 동맹국이다"라며 "중·한, 한·미 두 관계가 함께 발전하는 것이 모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국이 개방과 포용, 협력과 상생의 원칙을 지키며 협력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쿼드 정상회의 직후 이뤄질 미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에서 한국에 쿼드를 비롯한 반중 노선에 참여를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참여 제안이 없었으며, 원칙적으로 "특정 국가나 지역에 있는 국가를 배척하거나 혹은 견제하기 위한 소위 배타적 지역 구조는 만들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미 간 모순 현안, 대화로 관리…오판하면 충돌" 싱 대사는 중미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대화와 소통을 통해 관리하면서 전략적 오판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1·2위인 두 나라의 사회 제도가 다르고, 모순이 있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다"며 "모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예컨대 방역, 경제 회복, 기후 변화, 한반도 문제는 협력하고, 양국 관계는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모순되는 문제에 관해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지 오판하면 안 된다"며 "서로 오판하면 충돌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느 나라를 견인해서 그룹을 나누고, 상대하는 것을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자주의를 통해 인류 운명 공동체로 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싱 대사는 "양국이 솔직한 소통으로 이견을 적절히 관리하고 충돌이나 대립을 피하며, 제로섬 게임 대신 선의의 경쟁으로 자신과 상대방을 함께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며 "중미 양국은 협력을 할 수 있거나 해야 하는 분야가 많으며, 양국이 인류의 공동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은 각자의 책임인 동시에 국제사회의 공통된 바람에도 부합하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지는 '미중 고위급 전략대화' 역시 협력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는 18~19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싱 대사는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전화 통화를 갖고, 중미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나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했다"며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 달성한 중요한 성과를 실천하기 위해 협력에 집중하고, 이견을 잘 관리하면서 중미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올바른 궤도로 되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싱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 민족 탄압과 홍콩 인권 문제 등 인권 문제를 고리로 중국을 압박하는 데 대해선 "중국을 때리면 반박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신장을 비롯해 홍콩, 대만 등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비판에 대해 '내정 간섭'이자 '정면 도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싱 대사 역시 "거짓을 기초로 한 자료"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외국 세력의 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우리는 미국과 협력할 생각이 있는데, 기반을 흔들면 반박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밝혔다.
"시진핑 방한, 한중 관계 업그레이드 중요 계기" 싱 대사는 올해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 세계 코로나19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특히 한국의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추진되면서 한국 코로나19 상황의 전면적인 통제가 가능해져 이번 방문에 필요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년 초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를 가졌을 때 시진핑 주석은 방한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며 "양국 외교부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 주석이 '한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후 우선적으로 방문을 고려하는 나라'라고 했던 발언을 상기했다. 특히 싱 대사는 "양국은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자 관계가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중요한 계기를 맞는다"며 "시 주석이 7년 만에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만나 양자 관계와 공동 관심사인 지역 및 국제사회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양국 각 분야의 실무적 협력에 강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싱 대사는 포스트19 이후 경제·무역 협력 강화를 위한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한국의 '신남방', '신북방' 정책을 심도 있게 연계하고, 중·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新) 인프라 건설, 중국 자유무역 시범구와 지방간 경제·무역 협력 등도 긴밀히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싱 대사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남북 관계에 대해선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경제 업무에 대해 중점적으로 계획·안배하고 대외 관계 등에 대해 밝히며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며 "미국이 대화의 진정성과 문제 해결에 대한 선의를 보인다면 북미 대화는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미 오랫동안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을 하지 않았다"며 "북미 간에 유익한 대화와 접촉이 조속히 진행되기를 바라며, 관련국 및 국제사회가 안보와 발전 문제에 대한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를 중시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특히 싱 대사는 "'쌍궤병행(雙軌竝行)'과 '단계적, 동시적' 조치가 가장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이라며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각국과 함께 계속 노력하며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쌍궤병행은 중국이 주장하는 북핵 문제 해결 방안으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을 뜻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