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총수 지정?…쿠팡 둘러싼 세 가지 쟁점
공정위 김범석 총수 지정 고심미국 국적 김 의장 형평성 논란미국 본사까지 규제 받는 상황과도한 규제 기업 혁신 방해도◇총수 지정 이번 논란은 쿠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보유 자산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시작됐다(5조1200억원). 자산 5조원 이상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이 되면 각종 규제가 따라 붙는다.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되고, 내부 거래를 공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당 기업 경영권을 지배하고 있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해 감시를 시작한다. 당초 공정위는 오는 30일 대기업 집단 및 그룹 총수 지정을 앞두고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을 총수로 지정하기로 했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기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산업계와 시민사회 반발을 불렀다. 외국인 특혜라는 지적과 함께 각종 노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쿠팡에 대한 감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쿠팡 법인이 총수가 되면 쿠팡 및 계열사 거래만 공시하면 되지만 김 의장이 총수가 되면 배우자는 물론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과 거래가 모두 공시 대상이 된다. 미국 본사 계열사 거래도 국내에 공시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총수를 '사실상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자'로 본다. 김 의장은 미국 본사인 쿠팡Inc 지분 10.2%를 보유 했다. 이 지분은 의결권 76.7%를 갖고 있기 때문에 김 의장은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자'가 맞다. 총수 지정에 대해선 국적 관련 규정도 없어서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 다만 쿠팡도 할 말은 있다. 공정위는 그간 외국계 기업이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이 되면 법인을 총수로 지정해왔다. 일례로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A.O.C)가 최대 주주라서 총수를 에쓰오일 법인으로, 한국GM도 최대 주주가 미국 제너럴모터스라서 한국GM 법인을 총수로 지정했다. 쿠팡도 엄밀히 따지면, 미국에 본사가 있는 한국 자회사다. ◇김범석 총수 지정의 실효성 김 의장 총수 지정 실효성 논란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김 의장이 총수가 되면, 쿠팡 한국 법인은 물론 미국에 있는 쿠팡Inc도 규제 대상이 된다. 원칙대로라면, 쿠팡Inc 거래 내역 역시 모두 국내에 공시해야 한다. 쿠팡Inc가 해외에서 벌이는 사업 역시 규제 대상이 된다. 업계에선 이렇게 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또 쿠팡은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앞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른 규제를 받게 되는데, 이는 국내와 미국에서 이중 규제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옛날 제도, 요즘 기업 이런 규제가 기업 혁신을 막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총수 지정은 1987년 도입됐다. 정부 지원 속에 성장한 소수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걸 억제하기 위해 나온 규제였다. 총수 일가가 상호·순환 출자 등을 활용해 소수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걸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쿠팡 등 최근 성장한 IT 기업은 친족이 경영에 개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상호·순환 출자도 하지 않는다. 과거 기업과 다른 모습의 기업을 과거 방식의 규제로 옭아매게 되면 혁신 동력이 약화될 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쿠팡과 같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엔 치명상이 될 수 있다"며 "총수 지정 관련 법 체계가 이번 기회에 정비돼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