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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베일 벗은 '이건희 컬렉션'

등록 2021-04-28 13:10:15   최종수정 2021-04-28 14: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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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2만3000여점 기증 밝혀...사상 최대 규모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보급 문화재등 2만1600여점

국립현대미술관에 모네·피카소·김환기등 1400여점

일부 미술품은 대구미술관(21점)등 지방 미술관으로

미술계 "미술품 기증 노블리스 오블리제 첫 사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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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사진=삼성 제공,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故 이건희 회장은 2004년 리움 개관식 당시 축사)

국보급 문화재와 국내외 유명작가의 수작들이 소장된 '이건희 컬렉션'이 국립미술관과 박물관에 기증된다.

28일 삼성그룹이 밝힌 기증 규모는 총 2만3000여점이다. 이같은 미술품 대규모 기증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사상 최대규모다. 숫자는 물론 가치와 다양성 측면에서도 국내외에서 놀랄만한 수준이다. 국내 문화자산 보호는 물론 국립미술관의 위상 강화와 국민 문화 향유권을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이건희 컬렉션'은 ▲국보(216호)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국민화가 이중섭의 ‘황소’, ▲국내 최고 비싼 작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를 비롯해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스페인 거장 호안 미로의 ‘구성’, ▲초현실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를 비롯해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고갱, ▲카미유 피사로 등의 명작들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국내 민간 감정기관 3곳의 시가 감정 총액이 2~3조원으로 알려져있다. 2018년 록펠러 가문의 ‘페기·데이비드 컬렉션’ 뉴욕 크리스티 경매 낙찰 총액이 약 1조원 정도였다. 이 경매는 '세기의 경매’로 불리며 화제가 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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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건희 컬렉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박수근, 절구질 하는 여인. 사진=삼성 제공. 2021.4.28. [email protected]
"노블리스 오블리제 첫 사례"...미술계, 삼성가 통큰 기증 결정 환영
미술계는 이번 삼성가의 통큰 기증 결정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화상들과 미술평론가들은 "이건희 컬렉션의 공공기관 기증 사례는 대규모 미술품 기증을 통한 노블리스 오블리제 첫 사례"라며 "미술품이 공공재로서 국민의 문화적 향유욕을 충족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이를 계기로 정부나 관계 기관은 제2, 제3의 긍정적 나비효과를 이어가도록 제도적 지원책이나, 대국민 인식전환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술컬레터이자 '국내1호 필적학자'로 유명한 구본진 로플렉스 대표 변호사도 "이건희 컬렉션의 대단하고 소중한 미술품이 해외로 나가거나 흩어지지 않고 국민의 품으로 온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기증 미술품이 잘 보존되고 또 하나의 컬렉션으로 분류되어 좋은 미술품을 국민들이 늘 만나볼수 있는 상설 전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반면 이건희 컬렉션이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흩어져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을 감정한 김영석 미술품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수작들이 해외 반출이 안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미술관 박물관에 기증하는게 최선은 아니었다"며 "호암미술관이나 리움에 소장됐어도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국내외 수작의 미술품이 결국 창고(수장고)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삼성이 해온 미술품 관리만큼 관리가 되겠냐"고 지적했다. (현재 국립미술관 수장고는 포화상태로 청주 수장고에는 미술관 소장품 1900여점이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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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이건희 컬렉션 금동 보살 입상. 사진=삼성 제공. 2021.4.28. [email protected]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인왕제색도'등 보물 문화재 2만1600여점 기증받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를 비롯해 금동보살 삼존상, 금동보살 입상 등 고서, 고지도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 포함한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다.

‘인왕제색도’는 조선시대 최고의 회화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미술사학자들은 "정선 말년의 대표적인 수작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뿌리의 원류"라며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우여곡절끝에 삼성가로 들어온 '인왕제색도'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게 되어 이루 말할수 없이 기쁘다"고 전했다.

또 고려후기 감색종이에 금가루 아교를 개어 쓴 '화엄경'도 기증되는데 이는 일본에 유출됐던 것을 다시 사들인 작품으로 알려졌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국보급 유물이 기증된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유족이 기증한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1946년 이래 기증된 문화재의 약 60%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받은 고미술품은 해외 박물관의 한국실 보완에 활용하고, ‘이건희 컬렉션’ 문화재 특별 공개전을 오는 6월경 개최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1500여점 기증...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등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고갱, 카미유 피사로의 세계적 명화 8점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14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들어간다.

해외 유출 가능성 우려가 제기됐던 세계 거장들의 서양 근현대 작품들로, 이번에 삼성가의 통큰 기증이 빛을 발하는 작품들이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 나룻배’ 등 한국 근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및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이 포함됐다.

특히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는 가로 길이 5미터에 달하는 대작으로 호암미술관에서 관리해왔다. 또 박수근의 '절구질 하는 여인'은 작가 대표작 중 대표작으로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도 미술관 컬렉션과 위상이 수준급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지만 그동안 박수근, 이중섭의 대표작도 없었던 만큼 이번 기증을 통해 국내 근현대 미술사의 빈 공백을 메울 전망이다.

기증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 수장고에 소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받은 '이건희 컬렉션'을 오는 8월경 특별전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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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건희 컬렉션에 공개된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가로 5미터에 달하는 대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다. 사진=삼성 제공. 2021.4.2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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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건희 컬렉션으로 대구미술관에 기증된 이인성의 노란옷을 입은 여인상 (1934). 사진=삼성, 대구미술관 제공. 2021.4.28. [email protected]
일부 작품은 지방미술관으로...로댕 조각 컬렉션은 리움 소장으로
근대 미술 작가의 작품 중 일부는 지방미술관으로도 간다.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된다.

대구미술관에는 이인성·이쾌대 등의 대표작이, 전남도립미술관에는 김환기·허백련·오지호 등 호남 지역 작가들의 작품,제주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의 작품,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에는 박수근의 작품은 기증된다.

대구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국내 최고의 이건희 컬렉션 중 대구를 대표하는 근대화가 작품과 경북 울진이 고향인 한국 추상화의 거장 유영국의 작품등 21점이 대구미술관으로 기증되었다"며 “이번 기증으로 지역 작가 컬렉션을 수준급으로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환호했다.

한편 로댕갤러리(플라토미술관)를 설립할 정도로 이건희 회장이 생전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컬렉션은 삼성가와 리움에서 소장·관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플라토미술관이 폐관하기까지 세계에 단 7점 뿐인 로댕의 ‘지옥의 문’을 상설 전시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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