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12조원대 상속세 낸다…별도로 의료·미술품 기부도(종합)
아울러 삼성 일가는 이번 상속세 발표와 함께 1조원의 의료 공헌과 2만3000여점에 이르는 미술품 기부 등 사회 환원에 대한 계획도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은 이 회장 유족의 상속세 납부 계획과 함께 사회 환원 계획 등을 발표했다. ◇12조원 이상 상속세는 역대 최고 수준…유족 배분내역 등은 안 밝혀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고 이건희 회장의 상속인이 내야 할 주식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이다. 국내 상속세 사상 최대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해당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 유산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19조원과 2조∼3조원에 달하는 미술품, 한남동 자택 및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22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주식 지분 11조원, 미술품과 같은 기타 자산 1조원 등 12조원 이상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삼성 오너 일가는 상속세를 신고할 때 신고한 세액의 6분의 1인 2조원을 먼저 내고, 나머지 6분의 5를 5년간 분할납부제도를 활용해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비롯해 또 유산의 총 규모와 유족 배분내역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상속세가 절반 이상이라고 밝힌 점으로 봐서 유산은 약 22조∼23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2억4927만3200주), 삼성전자 우선주(61만9900주), 삼성생명(4151만9180주) 삼성물산(542만5733주), 삼성SDS(9701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고미술품 등 예술품이 2조~3조, 에버랜드 땅과 자택 부동산 등이 2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족들은 상속세 개별 상속내역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을 신청하면서 개인별 지분율은 공개하지 않았던 것과 일치한다.
현재 삼성은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이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1%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20.76%)과 삼성전자(4.18%) 지분을 모두 넘겨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1조원 규모 의료 공헌…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 소아 환자에 3000억원 이날 유족들은 1조원 규모의 의료 공헌 계획도 공개했다. 먼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지원에 3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기부한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 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 사업에 총 3000억원을 내놓기로 한 부분은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돈이 없어 고귀한 생명을 잃는 어린이가 있어선 절대로 안 된다는 고인의 뜻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고인의 '인간과 생명 존중' 경영 철학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며 남다른 '어린이 사랑'도 반영됐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개인 소유 미술품 2만3000여점, 국립미술관 등에 기증 유족들은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에 이르는 작품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기업가이면서 동시에 예술애호가이자 사회사업가로 유명했다. 기증하게 될 작품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보물 46건)이 포함됐다. 또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한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