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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검단신도시 아파트, 김포장릉 유네스코 퇴출 빌미 줄라

등록 2021-10-0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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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신도시 아파트 철거' 청원, 20만명 돌파

문화재청 청장 "난개발 막기 위해 노력"

50년 역사상 유네스코 유산 등재 삭제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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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포장릉 전경. (출처=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 캡처) 2021.10.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 기구) 세계유산인 김포장릉 경관을 해치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 아파트를 철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6일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다.

유네스코는 인류를 위해 보호해야 할 부동산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한다. 이 지위는 박탈 가능하다. 약 50년 동안 전 세계에서 1100건 넘는 세계유산이 등재될 동안 3건이 목록에서 사라졌다.

◆까다로운 등재절차…삭제 결정은 단 3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문화재청 및 외교부가 유네스코 본부와 소통·조율하면서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나가야 하는 작업이다. 외교부에는 유산 등재를 포함해 유네스코 관련 업무 전반을 책임지는 '유네스코과'가 따로 존재한다.

매년 국가당 1개의 등재신청이 가능하며, 적어도 1년 전에 잠정목록 등재도 거쳐야 한다. 이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의뢰에 따라 자문기구 전문가가 신청국을 방문해 현지 조사를 벌인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6월말에서 7월 사이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결정사항은 ▲등재불가 ▲반려 ▲보류 ▲등재로 나뉜다.

최근 등재 결정이 내려진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은 유산구역이 작다는 등의 이유로 애초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으로부터 반려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거쳐 등재됐다. 등재는 세계유산위원회 21개국의 컨센서스(전체합의)로 정해지는데, 적어도 3분의 2 정도 국가의 동의를 미리 확보해야 순조롭게 등재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등재 유산이 이상기후 혹은 무분별한 개발 등 심각하고 구체적인 위험으로 위협받으면 위원회는 해당 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린다. 이 목록에 포함된 유산은 52개다. 한국이 보유한 총 15건의 세계유산 중 아직 여기에 속한 유산은 없다.

등재의 근거가 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파괴되면 삭제를 검토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바탕인 세계유산협약이 1972년 채택된 뒤 반세기 동안 삭제된 사례는 ▲ 2007년 오만의 아라비안 오릭스(영양) 보호구역 ▲2009년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2021년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 도시 등 3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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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AP/뉴시스] 7월2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서 삭제된 영국 리버풀 항구도시의 모습. 2021.10.07.
◆석유·가스 탐사, 4차선 다리 건설…개발사업과 연관

유네스코 홈페이지 및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모두 개발사업과 관련이 있다.

오만 보호구역에서는 1972년 야생에서 멸종된 아라비아 영양이 자유롭게 서식하고 있었다. 1996년 이곳에 머무는 아라비아 영양은 450 마리에 달했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자 밀렵과 서식 환경 악화로 인해 65마리로 줄었다. 석유·가스 탐사를 원한 오만 정부가 보호구역 규모를 90% 줄이자 위원회는 2007년 삭제 결정을 내렸다.

엘베 계곡은 18~19세기 건축물과 산업혁명의 유산을 간직한 곳으로 2004년에 세계유산이 됐다. 위원회의 메치타일드 뢰슬러는 CNBC에 "시(市)가 부지 중앙에 4차선 다리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교통 혼잡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과 여론에 힘입어 건설은 계속 진행됐다. 2009년 6월25일자 독일언론 도이치벨레 기사를 보면 두 차례의 투표에서 드레스덴 시민들은 다리 건설에 찬성했다. 결국 등재 5년 만인 2009년 엘베 계곡은 유산 목록에서 사라졌다.

18~19세기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구였던 리버풀 산업도시 역시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 규모의 해안가 재건사업이 문제가 됐다. 위원회는 새 건물 높이가 인근 건물의 높이를 초과해서는 안 되고, 신축 건물은 이 역사적 지역의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럼에도 고층 건물, 고급 아파트 및 새 에버턴 축구 경기장이 들어서는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리버풀은 2012년 위험 목록에 오른 이후 9년 만인 7월 결국 퇴출됐다.

NYT는 등재 삭제 소식을 전하면서 "리버풀이 보기 드문 수모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리버풀의 문화유산 보존 및 개발 책임자인 앨런 스미스는 지난달 가디언 인터뷰에서 세계유산 타이틀의 상실은 관광객 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그런 지위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세계유산 범위를 다시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 지위를 되찾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 유네스코의 보호관리 규정을 어긴 많은 곳이 경고 서한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페루 마추픽추의 경우 과도한 관광, 산사태, 홍수 등을 이유로 수차례 경고 대상이 됐다.

◆문화재청 청장 "난개발 막기 위해 노력"

검단신도시 아파트는 기존 사례들과 다소 결이 다르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 및 공론화 과정 없이 문제가 불거졌다. 들어서는 건물은 내년 여름 3400여가구가 입주 예정인 아파트로, 지역 주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시설은 아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소개에 따르면 김포장릉은 16대 인조의 부모인 추존 원종과 인헌왕후 구씨의 능이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을 구성하는 40기의 왕릉에 속한다.

김현모 문화재청 청장은 5일 국정감사에서 김포장릉이 세계유산에서 탈락하면 다른 왕릉도 일괄적으로 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저희가 유네스코와 충분히 협의하고 이런 난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높이 20m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현행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아파트 단지 건설사 3곳을 경찰에 고발했다. 현재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과 이에 반발하는 건설사들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난개발 선례를 막기 위해 현상변경 기준을 초과한 부분을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창모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는 "골조 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일정 부분을) 들어내는 건 기술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다"며 "(이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법의 빈틈을 악용할 큰 대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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