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연희 시인 "독재 시대에 보낸 제 청춘 털어놨죠"
'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출간삶의 고뇌와 응시의 기록 담겨"시와 산문 양쪽에서 갈증 느껴"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이 글은 지나간 내 청춘에 대한 고백이고 그 백발의 청춘에 대한 장례이다." 시인 조연희의 첫 산문집 '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가 출간됐다. 386 세대인 조연희가 암울했던 독재의 시대를 살면서 느낀 '삶의 고뇌'에 대한 응시의 기록을 담았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 누리꿈스퀘어 샘앤파커스에서 만난 조 시인은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연신 두근거림을 감추지 못했다. "중학교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의 제 인생이 담겼어요. 이 이야기를 정리하고 내보낸 뒤에야 문학적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죠." 책은 '에세이 형식의 시적 성장소설'이다. 조 작가는 "그간 트라우마가 있었다. 산문을 쓰면 문체가 너무 시적이고, 시를 쓰면 너무 산문적인 것"이라며 "시와 산문 양쪽에서 다 갈증을 느꼈다"고 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번 산문집은 시와 산문이 같이 들어간 장르가 되었네요. 어느 독자분이 그 혼합에 대해 '장르를 넘나드는 감동'을 주었다고 했는데 너무 큰 격려가 됐죠." 제목 '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에는 독재 시대 청춘을 보낸 상징성이 담겼다. "혜화여고를 다녔어요. 배우 김희애와 같은 반이었죠. (웃음) 뒤에 성균관대가 있었는데 최루탄이 많이 날아다녔어요. 수업시간에 울면서 공부하고 눈물을 닦으면 더 쓰라렸죠. 그 시대 우리 청춘을 보낸 상징성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가 본인의 성격도 담겼다. 그는 "아픔이나 슬픔을 피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아픔들은 겪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맞닥트리지 않나"며 "그럴 때 그냥 정공법으로 맞선다. 이 제목은 그런 제 삶의 태도가 은연 중에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인생을 살며 수많은 아픔을 겪었다. 그중 그가 맞닥뜨린 '질병'에 대한 정의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질병이 있다고 해요. 특정 사회 구조 속에서 사람들이 동일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다 보면 동일한 질병을 앓을 수도 있다는 거죠. 지금 코로나19도 어쩌면 이 시대를 반영한 전염병일지도 몰라요." 그는 "그동안 우리는 너무 발산하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바쁘고 분주하고 외부 지향적이었다"며 "그래서 묵언수행하라고, 격리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의 시간을 가지라고 '마스크'와 '격리'로 대변되는 그런 병이 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인은 생계가 안 되는 직업이에요. 제게 시는 '세상을 보는 창'이자 제 존재를 확인하는 역할을 하죠. 온전히 '시'만으로 살아가는 게 제 꿈이긴 해요." 타로카드에도 관심이 많다. 현재 주간지 '위클리 뉴시스'에 시인의 시각에서 타로를 해석한 '타로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조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타로카드의 역사가 600년 이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조선 왕조도 500년 만에 무너졌는데, 주류 문화가 아닌 타로가 이렇게 오래 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며 "타로를 '아르카나'라고도 하는데 라틴어로 비밀이란 뜻이다. 그 비밀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타로를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기작으로 타로 에세이집과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통상 시는 '신', 산문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해요. 시는 '은유', 산문은 '탐구와 관찰'인 것 같아요. 은유와 탐구, 관찰을 넘나드는 응시자가 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