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피아니스트 김다솔 "베토벤 소나타 완주, 친한 친구된 기분"
2017년 시작...오는 12월 마지막 무대"벌써 마지막인가 서운함…관객 만나 설레""한 작곡가 삶이 일정표처럼 스며든 작품"내년 함부르크 첫 공연…봄·연말 국내 무대
피아니스트 김다솔(32)의 베토벤과 함께한 5년여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다. 지난 2017년 시작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가 오는 12월 그 마지막 무대를 펼친다. 12월9일과 16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며, 이와 별도로 12월13일 '베토벤의 세 개의 마지막 소나타' 제목으로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그는 "2017년 금호아트홀과 함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마지막 공연을 하고 나면 '드디어 해냈구나'라는 생각을 할 줄 알았다"며 "막상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으니 벌써 마지막인가 하는 서운함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곧 한국 관객들을 만날 마음에 설레기도 하고, 세 개의 마지막 소나타를 연주하고 난 후 스스로 어떤 심정일지 궁금하기도 해요. 이렇게 수년, 수차례 공연에 걸쳐 마무리되는 프로젝트의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겠어요. 금호문화재단이 제게 가져준 신뢰에 감사한 마음이죠." ◆코로나19 여파로 1년 늦어져…"인내가 필요했던 시간" 이번 시리즈는 코로나19로 인해 애초 계획보다 1년이 늦어졌다. 지난해까지 4년에 걸친 연주를 예정했지만, 코로나19가 변수가 됐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지난해 마무리돼야 할 프로젝트가 한 해 늦어졌다. 이번 해는 물론 지난해, 모두가 참 힘든 시간이었다. 인내가 어느 때보다 필요했던 시간이었고,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 무직 도르프 에르넨 페스티벌에서도 2년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바 있다. "두 해의 여름에 걸쳐 마쳤고, 각 여름에 소나타를 16개씩 준비했다"며 "베토벤 소나타와 함께하는 마라톤이랄까. 저와 관객 모두 베토벤 소나타에 맘껏 취할 기회였지만, 연주자로서 작품을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 아쉬움은 이번 금호아트홀과 함께하는 시리즈로 채울 수 있었다. "4년에 걸쳐 마무리되는 프로젝트였기에 더 깊이 있게 연구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며 "오랜 시간에 걸쳐 갈고 닦은 음악을 무대에 올린다는 다짐으로 베토벤 소나타와 함께 한국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금호아트홀이 광화문에서 신촌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광화문에서 총 네 번의 베토벤 소나타 시리즈 공연이 있었고, 나머지 세 공연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마무리하게 됐다"며 "2011년부터 매년 찾았던 광화문 금호아트홀을 떠올리면 이사 가기 전의 집을 생각할 때의 기분이다. 지금은 새롭지만 어색하지는 않은 새로운 집을 찾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은 '피아노 음악의 신약성서'로 불리며, 베토벤의 일생을 응축한 자서전으로도 여겨진다.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외면할 수 없는 한 작곡가의 삶이 일정표처럼 스며든 작품이 바로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라며 "피아노 음악에서 너무나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굉장히 중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올해 빈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베토벤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 베토벤 음악에 있어 그는 "이성과 감성이 서로 팽팽히 잡아당기는 힘이 함께하는 연주를 선호한다"고 했다.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연주하다보면 '진액', '원액'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며 "아름다움도 추악함도 모두 음악으로 표현해냈다"고 말했다. "그의 자필 악보를 들여다보면 무지막지한 내용을 모두 쏟아내고는 나무의 가지를 치듯 꼭 필요한 내용만 남게끔 추려내는 수정을 거친 과정을 볼 수 있어요. 저는 신기하게도 그의 작품을 공부할 때 비슷한 과정을 거치죠. 그의 음악에 대한 애착, 표현하고자 하는 존재, 그에 따르는 욕심 등이 처음엔 함께하지만 결국 베토벤의 악보가 저의 해석과 감정선의 기둥이 돼요." 이번 연주로 베토벤 소나타를 늘 곁에 두고 들여다보며 슈베르트 작품과도 가까워졌다. "슈베르트는 당시 베토벤을 엄청나게 숭배했던 진정한 팬이었죠. 그의 작품 여러 군데에서 베토벤의 영향을 받은 걸 찾을 수 있어요. 베토벤 소나타를 연구하며 베토벤뿐만 아니라 슈베르트도 함께 알게 될 수 있는 시간이었죠."
김다솔은 퀸 엘리자베스 국제 음악 콩쿠르 등 유수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지휘자 미하엘 잔덜링과 독일 전역 투어 연주를 펼치며 유럽에서 주목하는 음악가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제16회 빈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타이틀을 확고히 했다. 그는 "30대로 들어선 지금, 이번 빈 베토벤 콩쿠르가 정말 마지막이 될 듯하다"며 "많은 생각이 든다. 1차에서 탈락한 콩쿠르도 있고, 우승한 콩쿠르도 있었다. 많은 경험과 배움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콩쿠르에 참가했던 저 자신 스스로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낯설고 어색하기도 해요. 좋은 성적을 목표로 참가했던 20대 초반이 있었고, 자신에게 도전을 던진다는 의미로 참가했던 20대 중후반이 있었죠. 이번 빈 베토벤 콩쿠르도 베토벤 작품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로 삼았어요. 다양한 콩쿠르에 참가하며 결과와 무관하게 많은 연주 기회를 얻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됐죠." 어느새 30대 초반에 들어선 그는 사람 김다솔로서는 현재가 20대 때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했다. 음악을 바라보는 자세도 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목표와 달성이 원동력이었던 10년 전이 있었던가 하면, 요즘은 연주의 퀄리티 자체에 집중하게 되고 그 작업 자체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얻게 돼요. 물론 어떻게든 좋은 연주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늘 똑같지만요." 구체적인 발매 일정을 계획하진 않았지만, 내년 중 음반 녹음 진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공연 실황 음원 등 자료가 남는 건 적잖은 부담이다. 음반이라면 그 책임의 무게가 늘어난다"며 "제 첫 앨범이 2015년 발매됐으니 어느새 거의 7년 전이 되어간다. 오랜 시간 음반에 대한 욕심이 없었는데, 최근 '지금쯤 기록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생겼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그는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한 후 독일로 돌아가 내년 첫 공연을 독일 함부르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봄과 연말에는 한국 관객들도 만난다. "오랜 시간 동안 베토벤의 작품과 함께 한국을 찾았는데, 내년에는 다른 작곡가의 작품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