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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계화, 美 인플레에 가장 큰 장기적 요인" WSJ

등록 2021-12-09 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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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혼란 해소되도 보호무역정책·생산지 미국 이전 등 지속

세계화 요인 물가지수 영향력 크게 줄어…소비자 부담 증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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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미 텍사스주)=AP/뉴시스】지난 2018년 11월9일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월마트에서 쇼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월마트와 타깃을 포함해 600개가 넘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격화가 미국의 가정과 일자리, 경제를 해칠 것이라며 관세 부과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송했다. 2019.6.14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압박하는 주요 요인으로 공급망 혼란, 노동력 부족, 연방지원금 증가 등이 꼽히고 있으나 보다 장기적 요인은 "탈세계화"라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경제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오래도록 세계화가 물가 하락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무역관세장벽이 낮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저렴한 수입품과 경쟁하게 되고, 기술과 무역이 개방되면서 기업들은 임금이 저렴한 국가로 생산을 위탁하며, 관대한 이민 정책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유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세계화 현상이 후퇴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이를 가속화시켰다.

공급망 정체현상은 결국 해소될 전망이지만 다른 세계화 후퇴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 인상 등 보호주의 무역정책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미국 상품 우선 구매)' 조달 원칙, 생산지 미국 이전, 이민자 유입 억제 등이 그것이다.

미국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민간 경제연구소 콘퍼런스보드의 수석경제학자 다나 피터슨은 "재조직화와 공급망 축소로 유통업자에게 비용이 넘겨지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화가 미국 물가 하락에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MIT대학교 크리스틴 포브스 경제학교수는 물가, 통화량 변동, 세계 가치연결망 등 세계화 요인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2015년~2017년 사이 절반으로 줄었음을 밝혀냈다. 이들 요인들의 물가지수 영향력은 1990년대 초 25% 증가했었다.

노틀램대학교 로버트 존슨 경제학교수와 다트머스대 디에고 코민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국제 무역이 미국 소비자물가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1997년부터 2018년 사이에 연 0.1%에서 0.4%에 달한 것으로 밝혔다.

콘퍼런스보드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자료를 토대로 전세계 제조업생산에서 외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 17.3%에서 2011년 26.5%로 증가했으나 2020년에 23.5%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세계 국경을 넘는 기업 확장의 핵심 지표인 해외 직접투자액은 2015년 2조달러(약 2354조원)로 최고치였다가 2019년 1.5조달러(약 1765조5000억원)로 줄었다고 유엔 무역 및 개발위원회(UNCTAD)가 밝혔다.

탈세계화는 2008년 국제금융위기, 2016년 유럽연합(EU)에서 탈퇴키로 한 영국의 국민투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관세 인상 등으로 가속화됐다. 팬데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효과와 분리해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이들 요인이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승을 심화시키고 있다.

시티그룹 경제학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가계 지출 물가가 2017년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증가세로 돌아선 점을 지적했다. 가계지출 물가는 2017년 10월부터 2020년 3월 사이에 3% 올랐으며 이후에도 8.5% 증가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강철, 알루미늄을 포함한 중구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연간 지출이 510억달러(약 59조8230억원) 증가한 것으로 중도우파 연구소인 미국행동포럼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럽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 등 일부 조치를 중단하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지만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다.

미 상무부는 2017년에 부과한 캐나다산 목재에 세금을 지난달 두 배인 18%로 올렸다. 미국 목재업자들이 수십년 동안 캐나다가 목재 수출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고 불평해온 결과다. 전국주택건설협회 척 파우크는 관세 인상으로 "목재 가격 상승 압력이 커져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6월 강제노동을 이유로 중국 신장지역으로 태양패널 원자재 수입을 금지했다. 그 태양패널의 핵심 자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올 2분기에 kg당 20달러 이상 치솟았다고 우드 매켄지 연구소가 밝혔다.

"정책 예측 불가능성으로 상품 확보와 가격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태양에너지산업협회 애비게일 호퍼 CEO가 말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또 연방기관들의 미국내 생산 제품 우선 조달을 의무화하는 등으로 반도체, 의약품, 희토류와 같은 주요 상품들의 공급망을 미국내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경제학자 개리 클라이드 허프바우어는 "바이든은 트럼프의 무역정책을 지속하는 것에 더해 국산 원자재 사용,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회사 친노조 정책 등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가 취한 정책들로 물가가 0.5%포인트 더 오른 것으로 평가했다.

JP모건 체이스 경제학자들은 올해 미국 유입 이민자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미노피자사 리처드 앨리슨 CEO는 지난 10월 최근 수년간 이민자수가 줄면서 운전노동자 등 팬데믹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심해졌다고 밝히고 이로 인해 비용과 배달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인구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은 이민자 유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아동 신발이나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내리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또 이민비자 발급 상한선을 높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민 제한 정책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미국 노동시장이 위축되는 시대에 취해진 공급망 미국 이전 정책이 장기적으로 관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MIT 포브스 교수는 "국내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강화시켜 인플레이션 역학에 장기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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