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 연예일반

최고은 "우정스러움?, '오늘의 난 미지근하게 축제'"

등록 2021-12-27 13:00:00   최종수정 2022-01-03 09:42:4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기사내용 요약

4년 만에 새 음반 발매
뮤키디오 원테이크 라이브 영상앨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최고은. 2021.12.27. (사진=  모데스트 몬스터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들어야 하는 음반들이 꼭 있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38)이 4년 만에 발매한 새 앨범 '오늘의 난 미지근하게 축제(Live)'가 유독 그렇다.

지난 6월2일 하루 동안의 기록이니 당연하다. 최고은이 8년간 머물렀던 집에서 녹음했다. 최고은의 프로젝트 '리얼(reAL)'의 두 번째. 리얼은 '레코드 에브리웨어 어바웃 라이프(record everywhere ABOUT LIFE)'의 약자다.

'일상적인 장소에서 보통의 이야기를 기록하자'는 뜻이다. 지난 2013년 '리얼(REAL) Ⅰ'은 코인 세탁소, 보석 공방 등 개개인의 일상 공간을 담았다. 이번엔 보컬, 기타·드럼·바이올린 연주자 모두가 악수 가능한 거리를 두고 작은 집에 옹기종기 모였다.

최근 상수동 제비다방에서 만난 최고은은 "마이크에 주변 소리가 다 들어왔고 소리 간섭이 심했어요. 그래도 제가 일상을 누렸고 밴드 멤버들이 찾아와 함께 지내던 그 일상의 '리얼한 태도'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녹음실을 운영하는 드러머 민상용이 "망할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다. 베이스 연주자이자 프로듀서·믹싱·마스터링을 맡은 황현우가 드럼 킥 소리 하나를 잡는데 아홉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더구나 최고은이 살던 집은 빌라. 드럼 소리가 쿵쾅거리면 주변 이웃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해질녘 전까지 녹음을 모두 마쳐야했다. 최고은은 전날 주민들에게 롤케이크를 돌리며 양해를 구했다. 평소에 김치, 장아찌를 나눠 먹는 이웃들은 당연히 이해해줬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최고은, 김소연 시인. 2021.12.27. (사진=  모데스트 몬스터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8일 홍대 앞 벨로주에서 최고은이 연 단독 콘서트에서 이 하루의 기록을 나눴다. 음악과 책, 영상이 합쳐진 뮤키디오(Muookideo)의 형태의 원테이크(One-take) 라이브 영상앨범이 무대 위에서 구현됐다. 뮤키디오는 뮤직(Music·음악), 북(Book·책), 비디오(Video·영상)을 합친 신조어다.

형식 만큼 앨범은 내용적으로도 특별하다. '우정'이 아닌 '우정스러움' 대해 다뤘다. 그런데 우정스러움은 무엇인가.

"제가 살면서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어요. 첫 번째가 고향인데 전작 '노마드 신드롬'에서 '정서적 고향'에 대해서 노래했죠. 두 번째는 친구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우정에 대해 못 적겠는 거예요. 그래서 '우정을 잘 모르겠다'고 결론을 내렸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우정스러움'이에요. 사람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그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담겼죠."

그 고민 끝에 내린 결론 중 다른 하나는 '미지근하게'였다. "친한 친구라도 제가 알뜰하게 잘 챙겨주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오래 보는 사람들이죠. 그렇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관계의 온도가 '미지근하다'고 느꼈어요. 관계가 너무 뜨겁거나 화끈하지 않지만, 좋은 상황이거나 나쁜 상황에 있을 때 같이 있을 수 있는 정도. 그 미지근함이 '우정스러움'에 대해 제가 내린 답이었어요."

그래서 앨범 속 노래도 자신의 사색을 담은 '오늘의 난', 그 다음 내린 결론 '미지근하게', 이어 주변 사람들에게로 확장되는 '축제'로 이어진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최고은, 김소연 시인. 2021.12.27. (사진=  모데스트 몬스터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그 과정에 함께 한 이가 시인 김소연(55)이다. 최고은과 꾸준히 음악적으로 호흡을 맞추며 우정을 나눠온 김 시인은 에세이로 힘을 보탰다. 그가 쓰고 낭독한 문장이 앨범에 삽입됐다. 이번 공연에선 김 시인이 직접 무대에 올라 낭독했다.

김 시인은 시집 'i에게', '수학자의 아침', 에세이 '마음사전', '시옷의 세계', '한 글자 사전' 등을 통해 생각의 결을 담백함으로 정갈하게 빚어왔다.

김 시인이 쓴 이번 에세이의 화자는 아침에 일어나 커튼과 창문을 여는 것과 알록달록한 색상의 조식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미지근하게 답을 하는 친구와 캠핑도 간다. 유대에서 늘 결함을 드러내고 마는 기질이지만, 이 기질을 오히려 잘 사용해주는 친구가 곁에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글들은 김 시인이 최고은의 이번 앨범을 위해 쓴 것이 아니다. 그녀가 쓴 여러 글 중에 최고은이 고른 것이다. 최고은이 데뷔하기 전, 대학 졸업 즈음에 만난 두 사람은 '미지근하게' 오래 봐 왔고 자연스레 통하는 지점을 갖게 됐다.

최고은은 "소연 언니의 산문엔 주변 관계에 책임질 수 있는 문장이 있었고 그 안엔 담담하면서 굉장히 섬세하고 배려 있는 태도들이 들어 있었다"면서 "음악으로 충분하지 못한 부분의 이야기를 언니를 통해서 시각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소연 시인, 최고은. 2021.12.14. (사진 = 모데스트 몬스터·최근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고은은 얼마 전부터 관계의 범위를 천천히 또 신중하게 넓혀가는 중이다. 얼마 전부터 국악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최고은의 밤은 음악이야'(월~금 오후 10시~12시) DJ를 맡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을 한 최고은에게 국악방송은 최적이다.

최고은은 "DJ를 맡은 이후 무대에서 멘트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질문하는 법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됐죠."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던 최고은은 '우정의 정원으로'이라는 곡으로 이를 기념했다. 음악친구들과 함께 한 '파트 1', 60여명의 보리차 끓이는 정원사들과 함께 한 '파트2'로 나눠 발매됐다. 이 음원의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된다.

최고은은 내년 말께엔 정규 2집을 내놓을 계획이다. "'나의 단어로 내가 정의할 수 있는 생각'들을 담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단어들로, 나의 삶을 살아갈게'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어요. 음악적으로는 두려움이 있어요. 그간 제가 했던 음악들과 달라서요. 그래도 미지근하게 계속 나아가야죠."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텝진으로 위클리 기사를 읽어보세요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