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美·中, 대만 놓고 무력충돌시…韓, 파병할까
우크라이나만큼 대만해협도 군사적 긴장중국, 대만 무력 통일 세 가지 조건 제시中, 대만해협 봉쇄 후 상륙작전 감행 가능미국 참전해도 韓 자동 개입 의무 아냐美, 확전 시 한국에 참전 요구 여지 있어韓 개입 시 빈틈 노린 북한 도발 우려
한국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안심해도 된다고 일부에서 말할 지 모르지만 이는 오산이다. 우크라이나 상황만큼이나 중국과 대만의 충돌 가능성도 심상찮다. 대만에 비해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중국은 무력 통일을 하겠다며 대만을 전격적으로 침공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이 실제로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미국과 동맹 관계인 한국 역시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 김법헌 조선대 군사학과 교수는 '중국의 미국 개입차단을 위한 A2/AD 전력 강화와 대만 무력통일 가능성에 관한 소고' 논문에서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을 다뤘다. 중국은 2005년 3월14일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하며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는 세 가지 조건을 정했다. 세 가지 조건이란 ▲대만이 중국에서 분리돼 나가는 경우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중대한 사건 발생 ▲중국의 평화 통일 가능성 완전 상실 등이다. 첫 번째 조건인 대만이 중국에서 분리돼 나가는 상황이란 대만 당국 차원의 독립 선언이나 대만 독립 국민투표, 미국의 대만에 대한 외교적 승인 등이다. 중국은 이를 근거로 무력행사를 감행할 수 있다.
마지막 조건인 평화통일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을 때란 다른 조건과 관계없이 중국이 자체 판단에 따라 언제든 대만을 무력 통일할지를 결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이 대만 무력 통일을 감행한다면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미사일 등 실사격으로 대만의 주요 항만과 인근 해역, 수로에서 선박 통항을 방해하거나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는 해상 훈련 구역이나 미사일 발사 구역 등을 선포한 후 함포 등을 이용한 실탄 사격, 탄도미사일 발사 등이 활용될 전망이다.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대만해협 봉쇄로 대만 경제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해상 봉쇄 수단으로는 잠수함과 기뢰가 꼽힌다. 중국 해군은 잠수함 60여척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디젤 잠수함이 대만해협으로 은밀하게 진입한 후 대만의 주요 항만 입구나 주요 항로에 매복해 주요 표적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미군의 대규모 항모전단이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이 미 항모전단에 직접 공격을 시도할 경우 미중 간 전면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들은 중국과의 군사 대결을 상정한 워게임(War Game)에서 대만의 대다수 공군력과 해군력은 몇 십분 안에 궤멸되고 태평양 일대 배치된 미군의 주요 공군 기지가 공격을 받으며 미군의 전투함과 항공모함들은 중국의 중장거리 미사일 직접적인 타격 대상이 된다고 짚었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한국이 당장 전쟁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 역시 한국이 자동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미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이 방송에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이 전쟁을 벌였을 때 한국이 실제로 의료부대와 보병부대 등을 파견한 적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한 상호 방위조약의 일부로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이 방송에 "물론 일부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되기도 했다"면서도 "타이완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미국과 한국 정부가 군사력 사용에 관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한국이 이에 기여할지는 전적으로 한국의 결정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한국 내 전문가들 역시 한국군이 대만 사태에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윤 박사는 또 "일부 안보전문가들은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에 따라 대만 해협 위기 시 한국의 중장거리 미사일이 대중국 견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지만 이는 전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만 사태를 접한 한국이 한미동맹에 의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동원해 중국 북구전구 사령부 지역을 타격한다는 것은 전술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의 참전을 직접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미중 군사안보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 논문에서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 무력 분쟁이 격화돼 중국이 미 해군과 공군을 목표로 공세적 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은 부족한 자국의 해·공군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동맹국에 전략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한국 정부가 1단계로 중국의 대만 무력 사용 반대 의사를 밝히고 2단계로 군용 수송기, 군수 지원함 등 지원 전력 파병을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정 위원은 "마지막으로 미국 중심의 다국적 연합작전에 참여하는 임무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한중 위기관리나 신뢰구축조치(CBM)도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어 매우 신중한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대만해협 사태에 개입할 경우 북한이 이 틈을 노려 도발을 감행할 우려가 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전략경쟁 시기 대만문제의 쟁점과 전망' 보고서에서 "만약 대만해협 내 유사 사태가 발생한다면 미국은 대만 방어를 위해서 인태지역의 미군 전력을 대만 인근으로 이동할 뿐 아니라 한국 내 주한미군 기지를 발진 기지로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북한이 미국의 대한 안보 공약이 약화될 것으로 오판하고 군사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대만해협 유사 사태 발생 시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