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전쟁]한은 총재 발화점, 감사위원 ‘뇌관’…신구 권력 충돌
용산 이전 갈등 속 한은 총재 지명…'진실공방'에 신뢰 금간 양측靑 "의견 수렴" VS 尹측 "협의 없어"…일부 협상 과정 공개까지감사위원 1명씩 절충안 모색…尹, 비토권 요구에 협상 평행선출구 안 보이는 벼랑 끝 대치…文·尹 회동 무산 가능성 제기도실무협상 단위에서 한국은행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위원 등 4명의 주요 고위직에 대한 인사권 문제를 풀지 못한 갈등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채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나마 물밑 협상 과정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진 한은 총재 후보자 발표 과정을 발화점으로 신(新)·구(舊) 권력 간 정면 충돌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자칫 퇴임까지 끝내 만남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23일 문 대통령의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 발표를 놓고 '진신공방'을 벌였다. 윤 당선인 측과의 동의를 얻어 발표했다는 청와대와 협의 과정 조차 없었다는 윤 당선인 측의 상반된 주장이 맞붙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 후보자 지명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발표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한은 총재 인사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양측이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상황은 금새 '진실공방' 으로 번졌다. 윤 당선인 측 실무협상 당사자인 장제원 비서실장이 공개석상에서 청와대가 밝힌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 과정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청와대가 인사 발표 직전에서야 일방적으로 발표 사실을 전했고, 막을 수 없었다는 게 장 실장의 주장이다. 또 청와대의 한은 총재 후보자의 발표 과정은 사실상 감사원 감사위원의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장 실장의 주장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자 그동안 세부 협상에 대해 함구해오던 청와대도 일부 과정을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장 실장에게 언론에 이름이 많이 등장한 한은 총재 후보 두 사람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며 "둘 중에 누구냐 물었더니 '이창용' 이라고 (답을) 해서 이 후보자를 한 것(인사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에서도 이 후보자에게 한은 총재직 수용 의사를 확인했다는 것을 전해듣고 발표하게 됐는데, 발표 후 결과적으로 합의한 적이 없다며 다른 사람을 총재로 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등 장 실장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는 게 이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세 가지 패키지란 한은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관위원 등 총 3자리에 대한 인사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이 각각의 자리에 대한 인사권 행사의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는 곧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예정된 회동 무산 배경과 직결된다. 당시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2명의 감사위원 자리를 포함해 총 4명의 인사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 만큼 협의는 가능하지만 전적으로 위임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며 결국 회동 4시간 전에 무산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 원칙과 관련해 우리가 제시한 2가지 원칙은 문 대통령 임기 중에 (필요한 인사는) 하며, (인사) 내용은 당선인 측과 협의한다는 것이었다"며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게 (문 대통령이) 싸인을 한다는 것이지 우리 사람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협상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은 특히 사실상 감사위원 2명에 대한 자신들의 권한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임기가 남아있는 감사위원 4명 가운데 2명(김인회·임찬우)이 친여 성향이라는 점을 감안해 2명 모두 당선인 측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상황을 종합 하면 인사권에 대한 물밑 협상 과정 중에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구상을 발표하며 협상 의제가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이전 비용 496억원에 대한 예비비 편성을 공개 압박했지만 청와대는 안보 공백을 이유로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합참 이전은 군 통수권자의 권한이라며 사전 협의 없이 밀어붙인 윤 당선인의 구상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공개 충돌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반대 입장에 이전에 필수적인 예산 확보가 어렵게 되자 윤 당선인은 용산 이전 구상을 보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당분간 통의동 집무실에서 대통령직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처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인사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용산 이전 갈등이 더해지며 원활한 정권 이양의 모습은 어렵게 됐다. 문 대통령은 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한 상태이지만, 윤 당선인 측에서 전제 조건 해결 뒤에야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향후 충돌이 격화될 경우 문 대통령 퇴임 전까지 회동이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역대로 대통령이 당선인을 만날 때 이렇게 조건을 걸고 만난 적이 없었다. 전례가 없다"며 "두 분(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빨리 만나는 게 좋은 것 같고, 나머지 (인사) 3자리는 빨리 협의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