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택시기사들]③보호격벽 2년째 국회 '문턱'…처벌강화도 번번이 무산
기사보호용 택시 보호격벽 의무화 필요성법안 발의됐지만…2020년 9월 이후 논의 없어기사 폭행 처벌강화안도 발의만 했다가 그쳐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취한 손님이 때리거나 희롱할 까봐 걱정되는 건 사실이에요. 버스처럼 벽이라도 설치돼 있으면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을 텐데 아쉽죠."(3년 경력의 여성 택시기사 임모씨) "운전하다가 얼굴로 주먹이 날아오면 승객과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행인도 위험해지는 건데, 격벽이 설치되면 그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거죠."(25년 경력의 택시기사 정모씨) 잇따른 택시기사 폭행 근절을 위해서는 경각심 제고 외에도 폭행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보호격벽 설치 지원나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2년 가까이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보호격벽'은 택시 운전석과 승객이 주로 타는 뒷자석 사이에 설치되는 투명한 벽을 말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에서는 격벽 설치가 정착돼 있고 호주는 격벽 설치에 더해 차량 내 폐쇄회로(CC)TV가 의무화돼 있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내에서도 격벽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시내버스는 2005년부터 보호 격벽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택시는 아직 관련 법안이 없다.
그나마 일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여성, 고령 운전자 등을 대상으로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도 모든 택시에 보호 격벽 및 112 자동신고시스템(사회공헌사업 50% 부담)을 설치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재량에 맡기다 보니 현장에서는 격벽설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에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긴 하지만 2020년 9월 이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6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격벽기능을 포함한 비말 차단막을 설치하는 데 국가와 지자체가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당시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국토교통부는 택시 종사자들이 격벽 설치를 반대하고 있으며, 버스 격벽의 경우 국토부가 지원하지 않고 버스 사업자가 부담했기 때문에 택시 격벽 설치를 지원한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위원들은 택시 기사가 설치를 원하면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지속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격벽 설치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1년 9개월 가까이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처벌을 대폭 강화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마찬가지로 입법 움직임이 미진하다. 이번 국회 들어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이 없고 지난 20대 국회에서 택시기사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9월10일과 2020년 1월20일 두 차례에 걸쳐 승객이 택시 또는 버스 운수종사자에게 정당한 사유없이 폭언이나 욕설을 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모두 의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서울에서 25년 동안 택시를 몰았다는 정씨는 "야간에 택시 잡기 힘든 이유는 기사들이 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라면서 "돈도 적게 버는데 맞아 죽을 위험도 있는 직업을 누가 하려고 하겠냐. 지금 남아있는 택시기사는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택시 격벽이 대부분 설치돼 있고 운행에 있어 불편함이 없다"면서 "격벽이 설치되면 기사 폭행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