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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언의 책과 사람들] 지역 영화문화 발전의 씨앗 품은 ‘씬1980’

등록 2022-07-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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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씬1980 (사진=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영화학 박사·영화사가 제공) 2022.7.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라는 주제로 책방을 낼 준비를 하면서 바람이 있었다면, 이 책방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출간된 영화책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었다. 영화를 공부하면서 볼 만한 혹은 봐야할 영화책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어 본 터라 평소 그런 장소가 만들어지면 더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20여년을 영화전공자로 지내면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영화책들에 더해 영화를 공부하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러한 생각이 실제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이도 몇몇 분들이 흔쾌히 책과 자료들을 넘겨줘 영화도서관이 만들어 질 씨앗이 뿌려져 있는 상황이다.

책방에 들어서면 1층 눈에 가장 잘 띄는 장소에 책장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 이 책장에는 발행한 지 100년이 넘거나 100년에 가까운 책들이 진열돼 있다. 하지만 애초 생각은 특색 있는 잡지를 골라 창간호부터 최근호까지 전시 겸 판매를 해볼 작정이었다. 팔리지 않는다고 해도 영화도서관의 장서가 될 터이니 재고에 대한 부담도 크진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한때 대학원에서 내 수업을 들었던 안정윤이 편집장으로 있는 잡지 ‘프리즘 오브’ 측과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영업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눈 결과 이 같은 생각은 현행 도서정가제 하에서는 쉽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이 영화 잡지를 전시, 판매하는 것은 포기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22일 광주영화영상인연대에서 잡지 한권을 보내왔다. 광주 지역에서 발간되고 있는 영화 비평잡지 ‘씬1980’이었다. 10호까지 발간된 잡지였지만 광주지역에서 발간되는 잡지인지라, 나는 이번에 그 이름을 처음 접했다.

흥미를 갖고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영화운동의 최전선’ ‘한국뉴웨이브 영화와 작은 역사’ 등 내가 출간한 낯익은 책들의 표지가 보였다. 궁금해 자세히 살펴봤더니 ‘씬1980’의 편집위원으로 있는 정찬혁 선생이 ‘영화운동의 최전선’의 서평을 두 페이지에 걸쳐 게재한 것 아닌가.

정 선생의 글은 1980년대 영화운동에서 시작해 지역의 영화운동의 현재까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지역 영화인으로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에 올해부터 천안 지역의 영화연구자로 살고 있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반갑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그 외 ‘씬1980’에는 10호를 기념한 다양한 기획과 기사들이 게재되어 흥미로웠다. 이중 책 말미에 실려 있는 광주의 영화공부모임 광고는 내가 천안해서 해보고 싶은 것이라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때 영화잡지의 전성기가 있었다. ‘스크린’ ‘로드쇼’ 등 월간지를 비롯해 ‘씬1980’ 같은 영화주간지, 고급 독자들을 위한 ‘키노’ 등의 잡지가 영화 애호인들을 영화의 세계로 인도했다. 지금은 영화잡지의 영향력과 위상이 예전 같지 않지만, 영화 애호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영화에 대한 깊은 성찰과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매체로서 영화잡지의 역할은 아직 유효하다. 특히 지역의 문화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씬1980’과 같은 잡지는 그 의미가 상당하다. 현재 10호를 발간한 ‘씬1980’이 광주 지역 영화문화의 질 좋은 토양으로 향후 80호, 198호, 1980호로 계속 발간되길 기대해 본다.

▲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영화학 박사·영화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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