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신선한 척하지 마세요…'불릿 트레인'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불릿 트레인'은 신선한 척하지만 새롭지 않다. 액션영화를 1년에 1편 볼까 말까 한 관객에겐 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불릿 트레인'은 배우만 바뀌었을 뿐 동어반복처럼 보일 것이다. 물론 슈퍼스타 브래드 피트는 영화의 단점을 상쇄해주는 배우이다. 피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 이 영화는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액션영화로 치면 꽤나 긴 러닝타임(126분) 내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리치 감독이 새로운 액션을 보여주길 기대했던 액션영화 팬들에게 '불릿 트레인'은 종종 따분한 영화이기도 하다. 리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존 윅'(2015)이 시리즈로 이어지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었다. 쿨하고 창의적인 액션이 첫 번째, 그럴싸한 영화적 세계의 창조가 두 번째, 클리셰를 살짝 비튼 매력적인 캐릭터가 세 번째. 리치 감독은 '불릿 트레인'에서도 이 세 가지를 모두 시도한다. 다만 액션은 창의적이지 않고, 영화적 세계는 그 존재감이 약하며, 캐릭터엔 특별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쿄에서 교토로 향하는 신칸센 내에서 액션이 벌어진다는 것 역시 '설국열차' 등 기차가 배경인 영화를 봐온 관객에게는 그다지 새로운 게 아니다. '불릿 트레인'을 보고 있으면 이런 이름들이 떠오른다. 쿠엔틴 타란티노, 매슈 본, 가이 리치. 물론 이 영화는 이사카 코타로 작가의 소설 '마리아비틀'이 원작이다. 하지만 그 글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 빚을 진 건 소설 속 문장이 아니라 위 세 감독의 영화들이다. 조금은 모자란 듯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장난스러우면서도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며 이 사람 저 사람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우린 타란티노·본·리치가 앞서 만든 영화들에서 자주 봐오지 않았나. '불릿 트레인'은 그 철지난 스타일을 답습한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역시 액션이다. 어떤 관객도 리치 감독의 영화에서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액션만 멋지다면 나머지가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게 애초에 이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의 기대감이다. 그런데 '불릿 트레인'의 액션은 이상할 정도로 밋밋하기만 하다. 새로움은 둘째 치고 에너지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 주인공 '레이디 버그'(브래드 피트)가 정말로 '운이 좋지 않아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긴장감도 크지 않다. 야쿠자와 사무라이를 섞어놓은 듯한 저 일본 깡패들의 모습은 새삼스러울 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특히 한국 관객에게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브래드 피트가 있다. 최근 피트는 '빅쇼트'(2016) '얼라이드'(2017) '애드 아스트라'(2019) 등에서 대체로 각잡고 하는 진지한 연기를 주로 해왔다. 어떤 연기든 잘해내는 뛰어난 배우인 것은 틀림 없지만, 역시 피트가 더 매력적일 때는 액션이 섞인 코미디 연기를 할 때였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에서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를 연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1963년생인 피트도 이제 환갑을 바라본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피트 특유의 쿨함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만한 배우가 없다는 결론을 또 한 번 내리게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