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잡음]②"지나친 엄격 잣대, 他대학 비해 충분히 자정"…교육부 상대 소송 예고
"절차상 착오·지연 대부분...부당한 지적에는 행정심판·소송"서교협 "지나치게 엄격"…안내미비·행정오류 등 시스템 지적"옛 지침 맞추려다 교육·연구기능 상실…제도 불합리 고쳐야"[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교육부가 지난해 서울대를 상대로 진행한 종합감사 결과 600명이 넘는 교직원에게 징계나 경고, 주의 등 처분을 요구한 것을 두고 학교 측은 억울한 기색이 역력하다. 교육당국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것인데 서울대는 행정심판을 제기하고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최근 여정성 교육부총장 명의로 총동창회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신분상 조치 중 400여 건은 연구년 결과보고서 지연제출이나 연구파견 기간 중 노트북 소지 등과 같이 절차상 착오나 지연에 대한 주의, 경고 처분"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 무더기 지적사항이 나온 것을 두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서울대, 감사 결과에 교육부 상대 행정심판·소송 예고 서울대는 향후 행정 절차 전반을 점검하겠다면서도, 합당하지 않은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는 '연구년 결과보고서 미제출', '물품 미신고 반출' 등 일부 감사 지적 사항에 대해 합당한 지적이 아니라며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학교의 행정에서 여전히 변화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지난 세월동안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행정시스템을 정비하며 기울였던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이번 감사에서 치명적인 과실이나 오류는 많지 않았다"며 "특히 최근 다른 대학의 감사 사례와 비교해서도 우리대학의 자정노력이 충분히 작동되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서울대가 이번 종합감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실제 교육부와 행정소송을 통해 법정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교수들도 "지나치게 엄격한 감사" 비판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교육부 감사 결과에 대한 반발기류가 높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서교협)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도 "교육부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감사를 실시해 경미한 사안까지 대량으로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경고 131명, 주의 284명 등 가장 많은 지적 사항이 나온 '연구년 및 해외파견 교원 활동(파견)보고서 미제출 및 지연제출'의 경우 교수가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행정 착오로 이를 누락하거나, 제출 기한이 있다는 안내가 없어 지연된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서교협은 감사자료를 자체 검토하고, 지적을 받은 교원들로 부터 제보를 취합한 결과 다수의 부당한 지적 사례를 확인했다고 한다. ▲소명 가능한 사항에 무리한 행정 처분 ▲대학 규정이 불합리해 교원이 불이익을 받은 경우 ▲행정오류 및 지연, 안내 부재로 보고가 누락된 경우 ▲규정 신설 전 사안에 소급 적용 ▲이의신청의 왜곡 안내 혹은 조치 방치 등이다. 임정묵 서교협 회장(농생명공학부 교수)는 "정량적인 면 뿐 아니라 정성적인 면도 따져야 한다"면서 "좋은 논문을 써서 외부에 실리기까지 한 좋은 연구년 보고서가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지연 경고를 받은 일도 있다"고 전했다. 연구파견 기간 중 반출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노트북을 외부로 가져가 '물품관리 부적정'으로 경고, 주의 처분을 받은 경우도 속사정이 있다고 한다. 임 회장은 "행정면에서만 생각하면 (무단) 반출이겠지만 줌(비대면) 강의를 위해 가져간 것을 야단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교육부 지침에만 맞추려하면 교육·연구 의욕 잃을 것" 교육부 감사 결과를 통지 받은 뒤 서울대 자체적으로 둔 이의신청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회장은 "교육부가 결정 내린 사안이니 이의신청을 해도 소용없다는 기류에 '내가 그냥 참고 넘어가지'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이 연구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 회장은 학교에 신고하지 않고 가족을 연구원으로 참여시켜 19명이 경고를 받은 것을 두고 "서울대 내의 신고시스템이 작동되었는지 철저하게 따져보아야 하며, 외국의 경우 전문성만 보장된다면 배우자등의 연구참여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본부가 교육부 지침을 맞추기 위해 수많은 일을 옛날 규정에 맞추려고 하면 대학의 교육·연구기능이 사그라들고 교수들이 의욕을 잃게 된다"며 "잘못한 것은 분명히 인정하고 자정해야 하지만 교육부와 대학도 불합리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가 지난해 9월27일부터 10월13일까지 서울대 종합감사를 진행한 결과, 서울대 교직원 665명이 징계(중징계 1명, 경징계 3명), 경고(255명), 주의(406명) 등 감사 처분 요구 대상에 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