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백지시위' 反봉쇄→反정부로 확대…시진핑 체제 전례없는 도전(종합2보)
中 16개 도시·50개 대학서 동시다발 시위시위대, 반시진핑·반체제 구호 외쳐양호한 교육받은 중산층이 시위대 주축 주목홍콩 시위와 같이 무자비한 방식 진압 가능성 커
28일 미국의소리방송(VOA)는 "상하이, 베이징을 포함해 중국의 여러 도시와 명문 대학에서 봉쇄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약 한달 전 중국 20차 당대회에서 관례를 깨고 3연임을 확정지은 시진핑에게 전례 없는 도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보도를 종합해보면 주말부터 월요일까지인 26~28일 베이징과 상하이뿐 아니라 광저우, 청두, 시안, 우한, 충칭 등 최소 16개 도시와 칭화대, 베이징대 등 50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밖에 일부 중국 네티즌은 소셜미디어 위챗, 웨이보 등에 백색 사각형 그림이나 백지를 든 사진을 올려 지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27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베이징 도심 외교공관 밀집 지역인 량마차오 인근에서 1000여 명의 시위대가 A4용지 백지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영수(領袖)를 원하지 않는다. 투표를 원한다”, “노예가 되지 않아야 시민이 된다” 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시 주석을 비판하며 자유, 인권, 투표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 성격이 ‘반봉쇄’에서 ‘반정부’로 바뀌는 양상이다. VOA는 “1989년 6월 톈안먼민주화운동 이후 중국에서 이런 대규모 공개적인 항의 운동이 일어난 적 없다”면서 “(‘제로 코로나’) 극단적인 방역정책이 3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민심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VOA는 이번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양호한 교육을 받은, 한족(漢族) 중심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과거 중국에서 대부분 항의 시위는 소수민족 주민이나 빈곤층이 벌여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VOA는 1986년 톈안먼 무력 진압 이후 중공과 이들 중산층 간에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졌는데 중산층은 더 나은 삶을 얻는 대신 중공의 전제 통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시위의 성격이 변하면서 시진핑 체제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가디언 등은 "중공이 홍콩을 탄압했던 무자비한 방식으로 이번 시위를 진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훙 교수는 “중국에서 시위가 톈안먼사태와 같은 ‘운동’이나 ‘변혁’으로 발전하려면 중국 최고 지도부 내 분열이 있어야 하는데 시진핑은 이미 모든 정적을 제거했기 때문에 중국 고위층 내 분열 징후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이번 시위는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28일 오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추가 시위가 예고되자 공안을 대거 배치해 검문을 강화하는 등 모습을 보였고, 시위대를 무차별 연행하기도 했다. 반면 외신들은 이번 시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가디언은 "(중국 정부에 대한) 시민 불복종 물결은 지난 10년 간 중국 본토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코로나19) 전염병이 발생한지 거의 3년이 지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대표적인 코로나19 제로 정책에 대한 좌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시위대가 "끊임없는 코로나19 검사·봉쇄 뿐만 아니라 엄격한 검열, 공산당의 삶에 대한 모든 측면 통제 강화로부터 해방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특히 BBC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는 보잘 것 없는 백지 조각이 항의 운동 전체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27일 저녁 상하이에서는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밤샘 농성에 모인 사람들 중 일부가 아무 것도 쓰이지 않은 종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다녔던 명문 칭화대 시위에 종이조각으로 무장한 시위대가 등장했다.
상하이에서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종이에는 분명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지만, 우리는 백지 종이가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지 종이를 사용하는 시위는 2020년 홍콩 시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홍콩인들은 엄격한 새로운 국가 안보법에 항의하기 위해 백지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국이 2019년 대규모 시위 운동과 관련된 구호와 문구를 금지하고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자 운동가들은 백지 종이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BBC의 중국 특파원 스티븐 맥도넬은 이러한 백지 시위는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려는 것에 대한 항의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팻말을 들고 있는 나를 체포할 것이냐"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니라는 이름의 26살 베이징 시위자니는 "백지에는 우리가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백지 종이'에 대한 언급이 지워져 사용자들이 분노하는 등 인터넷에서 대규모 검열도 이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백지 한 장마저 두려워한다면 내면이 약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27일 밤 베이징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는 등의 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렸다. CNN도 상하이에서 시위 첫 날 밤 군중들이 마찬가지로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햇다.
백지를 활용한 시위 행동은 인터넷에서도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는 '#백지행동'이라는 해시태그가 확산했다. 하지만 이 해시태그는 27일 오전까지 이어지다가 차단됐다. 웨이보 이용자들은 검열을 한탄했다. 한 사용자는 "백지가 두렵다면 내면이 약한 것"이라는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4일 밤 신장 위구르 자치구 구도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일어나면서 촉발됐다. 많은 중국인은 해당 건물이 화재 당시 봉쇄된 상태가 아니었다는 당국의 설명에도 피해자들이 봉쇄된 아파트 단지에서 사실상 갇혀 탈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차오양구 광장에서는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헌화대가 설치되고 시민들이 집결하면서 항의시위가 시작했다. 시위가 전역으로 번지면서 중국 정부가 진압에 나설지 주목된다. 가디언 등은 중국이 홍콩에서의 시위를 탄압했던 무자비한 방식으로 시위를 진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유엔은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